뷰티 시장 '기준' 세우는 K-뷰티, 브랜드 철학 있어야 롱런
[2025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기술 혁신 지속해야 경쟁력 유지
홍콩=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14 06:00   수정 2025.11.14 06:01

K-뷰티의 성공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산업 전반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베트남·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시장에서 K-뷰티는 '고품질'과 '합리적 가격'을 갖춘 글로벌 스탠다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말한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12~14일 진행 중인 아시아 최대 규모 뷰티 전문 전시회 '2025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홍콩'에서도 K-뷰티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엔 492개의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  전체 참가사 대비 약 20%에 달하는 K-뷰티  부스들은 문의·상담에 응대하느라 바빴다.  세미나 등의 세션도 'K-뷰티'를 주제로 하는 곳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12일  ‘2025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홍콩' 부대 행사로 마련된 대담 세션  ‘글로벌 뷰티 혁신 : K-뷰티 및 신흥 시장 트렌드’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태티스타 애널리스트 도미니크 페트루치(Dominique Petruzzi), 리터뉴(RETURNU) 이소라 대표, 메디케어(Medicare)바트 베르히엔(Bart Verheyen) 디렉터, 아크(ARC) 켈리 펑(Kelly Fun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홍콩=화장품신문 김민혜 기자)

12일 열린 '글로벌 뷰티 혁신 : K-뷰티 및 신흥 시장 트렌드'를 주제로 한 대담 세션에도 많은 관람객이 참여해 K-뷰티를 향한 업계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세션에선 현지 전문가들이 실전 사례 공유를 통해 K-뷰티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의 도미니크 페트루치(Dominique Petruzzi)의 진행으로, 베트남 유통기업 메디케어(Medicare)의 바트 베르히엔(Bart Verheyen) 디렉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멀티 브랜드 뷰티 리테일러 아크(ARC)의 켈리 펑(Kelly Fun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뷰티 브랜드 리터뉴(RETURNU)의 이소라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K-뷰티가 만든 베트남 뷰티 브랜드 '기준

현재 K-뷰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베트남은 K-뷰티 선호도가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 스태티스타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내 K-뷰티 인기도는 70%를 넘어서 조사 대상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베르히엔 디렉터는 "베트남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신흥 시장이 아니다"라며 "소비 기준이 빠르게 정립되고 있는 '구조적 전환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K-뷰티를 오랫동안 봐왔다"며 "그러나 단지 오래됐기 때문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신뢰로 업계 표준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K-뷰티는 제품 자체로 기준을 세웠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그 기준을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최근 베트남에서 정신 건강이나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있다고 분석했다. 베르히엔 디렉터는 "베트남에선 단순히 주름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며 "천천히 나이 들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내면의 건강이 외면의 아름다움으로 확장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영양 보충제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신흥 시장일수록 브랜드 가치를 지켜주는 유통 파트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많은 매장 수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이미지를 왜곡하지 않는 유통 파트너십이 K-뷰티의 지속성에 필수라는 것이다. 

경험·정체성…남아공의 새로운 뷰티 언어 

펑 디렉터는 "남아공 소비자들은 경험 중심의 뷰티에 민감하다"며 “포장이나 가격이 아니라, 세계관과 의미가 럭셔리 브랜드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남아공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본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실시간으로 튜토리얼을 보고, 누군가가 직접 바르는 것을 봤다면, 그 효과를 믿고 매장을 찾는다. 펑 디렉터는 "효과, 체험, 감정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켜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아공 현지 뷰티 리테일러 ARC가 K-뷰티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도 경험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시장조사 결과뿐 아니라, 고객의 직접적인 반응과 요청을 기반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며 "신제품에 대한 반응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은 유통업체가 아니라 소비자"라고 말했다.


K-뷰티 '합리적 프리미엄 전략' 필요 

 K-뷰티는 베트남이나 남아공에서 결코'저가 제품'은 아니다. 베르히엔 디렉터는 "베트남 소비자는 가격보다 '가격 대비 인식된 가치(perceived value)'를 본다"며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이라도 가치가 있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늘어난 소비자는 이웃과 같은 제품보다 나만의 제품을 원한다"며 "K-뷰티는 베트남에서 '내가 선택한 좋은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펑 디렉터 역시 "오늘날의 럭셔리는 고급 포장이 아니라,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세계관과 커뮤니케이션"이라며 "K-뷰티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이야기와 효과에 집중하고 있어, 소비자가 '돈 쓸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충성도 낮은 Z세대 

각국 소비자의 세대별 특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베르히엔 디렉터는 " 베트남 소비자들은 연결성과 모바일 활용 수준이 높다"며,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면, 소비자들은 사실 여부를 바로 온라인으로 검증한다"고 말했다. 특히, Z세대는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펑 디렉터는 "Z세대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는 낮지만, 자신이 신뢰하는 가치는 오래 지킨다"며 "그들은 가성비를 중시하고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빠르게 제품을 바꾸지만, 브랜드 가치 등 진정성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대표는 "Z세대만 겨냥하는 전략은 위험하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노년층은 브랜드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고 '웰에이징(Well-Aging)'은 여전히 뷰티 산업의 주요 키워드라는 설명이다. 

브랜드 '존재 가치' 증명해야 

이 대표는 K-뷰티 브랜드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기업만 13만개가 있다"며  "극한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철학과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마케팅은 브랜드가 하향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1.0 세대에서 기업이 트렌드를 선도하며 고객의 반응을 유도하는 2.0세대를 거쳐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형성된 3.0세대로 발전해왔다. 이 대표는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반응하며,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를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공간에선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 아니라 의견을 듣고 응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K-뷰티는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Yes"라고 답했다.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C-뷰티가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으나 기술 발전과 혁신을 지속한다면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베르히엔 디렉터는 "특히, 우수한 의료기술과의 접점을 활용하면 K-뷰티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뷰티는 이제 더 이상 기능만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며 "브랜드의 철학, 완전한 소통이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구조,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반복 구매 유도 시스템 등이 모두 갖춰져야 K-뷰티 4.0 시대에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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