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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질혈증은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다. 혈관 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은 시간이 지나며 돌처럼 굳어지고, 그 틈을 통해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오랫동안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환자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병원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도 고령화와 식습관 서구화로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심장학회(ESC)는 2025년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LDL-콜레스테롤(LDL-C)은 가능한 한 낮게(the lower, the better), 그리고 가능한 한 빠르게(the earlier, the better) 낮춰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명시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약업신문은 박용환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최근 직접 만나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현황과 최신 치료 지침, 그리고 오리지널 로수바스타틴 제제인 크레스토(Crestor)의 임상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들어봤다.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 10명 중 4명 약 복용… 여전히 목표치 미달 많아”
박 교수는 인터뷰 서두에서 국내 이상지질혈증 관리 현황을 수치로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약 40%로, 성인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중 절반 정도만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의 80%는 목표 LDL-C 수치에 도달하지만, 비복용군까지 포함하면 전체 환자의 목표 도달률은 40% 후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허혈성 심질환 환자의 경우, ESC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목표치인 55㎎/㎗ 미만으로 LDL-C를 유지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박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는 다양한 약제 옵션을 활용하면 환자 80% 이상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만, 여전히 20% 정도의 환자는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며 “이는 약제 접근성, 복약 순응도, 의료진의 치료 강도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령 환자에게 목표치를 너무 낮게 설정하지 않으려는 보수적 접근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예를 들어 80세 환자의 LDL-C가 65㎎/㎗일 경우, 나이를 고려해 더 낮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목표가 55㎎/㎗이므로 용량 조절이나 추가 약제 투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복약 순응도가 지적됐다.
박 교수는 “약을 100개 처방받으면 100개를 모두 복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80%만 복용해도 순응도가 높다고 평가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수준에 도달하는 환자는 많지 않다”말했다.
세 번째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등 특수한 환자군이다. 이 경우 일반적인 경구제만으로는 목표 도달이 어려워 주사제 병용이 필요하다.
“스타틴 복용으로 당뇨 생긴다? 근거는 있지만, 임상적 판단은 다르다”
스타틴과 당뇨 발생의 연관성에 대해 박 교수는 “위험은 통계적으로 존재하지만, 치료 이득이 훨씬 크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규모 연구와 메타분석을 보면 스타틴 복용군에서 당뇨 발생이 다소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타틴을 복용함으로써 줄어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득과 위험을 비교하면 복용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 근거로 JUPITER 연구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1만 7802명을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크레스토) 20㎎을 투여했을 때, LDL-C가 12개월 후 평균 55㎎/㎗로 절반 감소했다. 동시에 고감도 CRP는 2.2㎎/L로 37% 낮아졌고,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은 위약 대비 44% 감소했다.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도 4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JUPITER 연구는 당초 5년간 계획됐으나, 명확한 효과가 조기에 입증돼 2년이 되기 전에 종료됐다.
박 교수는 “크레스토 복용군에서 새로 진단된 당뇨병 발생률은 위약군보다 약간 높았지만, 이는 대사증후군이나 비만 등 당뇨 위험이 이미 높은 환자에서 주로 나타났다. 정상군에서는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스타틴으로 당뇨가 생긴 환자는 이미 당뇨 발생 소인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허혈성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약을 중단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LDL-C 40㎎/㎗ 낮추면 심혈관질환 위험 22% 감소”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핵심 목표는 LDL-C 수치 하향이다. 박 교수는 “LDL-C를 40㎎/㎗ 낮추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2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제 ‘LDL-C를 낮추면 질환이 줄어든다’는 것은 가설이 아닌 확정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2025 ESC 가이드라인의 핵심을 “초기부터 강력한 치료”로 요약했다.
박 교수는 “기존 2019년 가이드라인에서도 ASCVD 환자는 LDL-C를 55㎎/㎗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했지만, 개정에서는 반복적 사건이 있는 초고위험군을 별도로 규정하고 목표를 40㎎/㎗ 미만으로 낮췄고, 2025년에는 이보다 더 격상됐다. 또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게는 입원 초기부터 고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지질·동맥경화학회의 2022년 진료지침도 같은 방향이다. 주요 심혈관 위험 인자가 2개 이상이면 LDL-C 130㎎/㎗ 미만, 고위험군은 100㎎/㎗ 미만, 초고위험군은 55㎎/㎗ 미만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LDL-C를 가능한 한 빠르고 강하게 낮추는 것이 치료 표준이 됐다”며 “국내 진료현장에서도 이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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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제 사용 증가… 한국 환자 특성에 최적화된 접근”
최근 치료 옵션의 다양화로 복합제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 환자들은 약이 하나만 늘어나도 부담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복합제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이드라인은 스타틴을 1차 치료로 권고하고, 목표 도달이 어렵다면 에제티미브나 PCSK9 억제제를 순차적으로 추가하도록 한다.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처음부터 복합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복용 편의성이 높고, 환자가 약을 끊지 않고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로수바스타틴 기반 복합제는 LDL-C 강하 효과가 확실하고 장기 안전성도 충분히 검증돼 있다.
박 교수는 “ASCVD 환자에게 크레스토 20㎎으로 시작하면 대부분 목표치에 도달한다. 목표 미달 시 에제티미브 병용으로 조정한다. 복합제는 이런 접근을 단순화해 환자 순응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크레스토, LDL-C 50% 이상 강하… 동맥경화반 안정화 효과까지”
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중에서도 크레스토의 임상적 입지를 “기본이자 표준”으로 표현했다.
그는 “응급실에서 흉통 환자가 오면 크레스토 20㎎을 기본적으로 처방한다. LDL-C를 최소 40%, 많게는 50% 이상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초기에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크레스토는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죽상동맥경화반을 줄이고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동맥경화반이 불안정해지는데, 크레스토는 이를 두껍게 만들어 파열을 막는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허가 스타틴 중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지연 적응증을 보유한 약제는 크레스토가 유일하다. 박 교수는 “LDL-C 강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죽상동맥경화 진행 지연이라는 세 가지 임상 근거를 모두 확보한 스타틴은 크레스토뿐”이라며 “이 점이 곧 약제의 신뢰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장기 복용에도 안전성 우수… 근육통·간수치 상승 낮은 편”
스타틴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근육통과 간 효소 상승이 꼽힌다. 그러나 박 교수는 “크레스토는 다른 스타틴보다 근육통 발생률이 낮고 간 수치 상승도 드물다”며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일부 환자들은 몸살처럼 근육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이런 경우 며칠간 약을 중단해 증상이 사라지면 약제 관련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제제로 변경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적정 용량 조절로 문제없이 복용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틴 복용으로 혈당이 약간 오를 수 있으나, 심혈관 사건 예방 효과가 훨씬 크다”며 “순환기내과 전문의들 중에도 스스로 스타틴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방 효과가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약물 등장해도 스타틴 중심 치료 패러다임은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질강하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기본은 여전히 스타틴”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크레스토는 이미 수많은 임상 근거와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벰페도익산, PCSK9 억제제, siRNA 신약 등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보완적 역할에 그친다. 스타틴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크레스토는 치료의 ‘구구단’ 같은 존재”라며 “모든 치료가 여기서 출발하고, 이후 다른 약들이 병용되는 구조다. 새 약제가 나와도 크레스토가 가진 근거와 효과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로수바스타틴 기반 복합제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크레스토의 임상적 입지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박 교수는 “복합제의 확산은 크레스토의 신뢰성과 효능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결과”라며 “향후에도 치료 패러다임 속에서 핵심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LDL-C 수치 정상화 이후 임의 중단은 절대 금물”
박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환자들에게 현실적 조언을 남겼다.
그는 “LDL-C가 낮아졌다고 해서 약을 스스로 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약을 중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다시 상승하고, 혈관 손상 위험이 되돌아 온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보다 임상 근거가 확립된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며 “꾸준한 복용이 결국 수명을 연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부작용이 없다면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이해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치료 성패를 가른다”고 조언했다.
“빠르게, 강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박용환 교수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LDL-C를 빠르게 낮추고, 강력하게 억제하며, 꾸준히 유지하는 것, 이것이 심혈관질환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스타틴이 치료의 중심이며, 그중에서도 크레스토는 가장 탄탄한 근거를 가진 약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ESC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치료 원칙, 크레스토가 입증한 임상 근거, 그리고 환자 교육과 복약 순응도 향상 노력이 결합된다면, 국내 이상지질혈증 관리 수준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혈관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치료는 단기 승부가 아니라 평생 관리의 영역입니다. LDL-C를 조기에, 강하게, 그리고 꾸준히 낮추는 것—이것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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