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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연구의 중심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표적 검증부터, 유전체 분석, 멀티오믹스 기반 타깃 발굴, 대규모 분자 시뮬레이션까지 모두 고성능 연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AI 신약개발 기업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만한 전용 연산 인프라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 공백을 메우는 곳이 있다. 신테카바이오의 ‘AI Bio Supercom Center(ABSC)’다. AI 기반 유전체 분석과 신약개발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국내 유일의 데이터센터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서버 임대에 집중했다면, ABSC는 연산 효율에 초점을 맞춘다. GPU 서버 밀집도, 전력 구조, 냉각 방식, 공간 설계까지 모든 요소가 AI 신약개발을 전제로 제작된 것이다.
약업신문은 13일 대전 유성구 둔곡지구 신테카바이오 ABSC에 방문, 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봤다.
AI 신약개발을 위한 ‘연산 최적화’ 인프라
ABSC의 가장 큰 경쟁력은 AI 신약개발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경험하며 구축했다는 점이다. 신테카바이오가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만든 이유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AI 신약개발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신테카바이오 AI센터장 정종철 이사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실제로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 관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며 “AI 신약개발은 알고리즘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고, 이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연산 인프라가 성과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15년간 유전체 분석부터 멀티오믹스 처리, 후보물질 탐색 플랫폼까지 개발,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연구 방식이 데이터 중심에서 연산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방대한 계산을 반복하는 AI 신약개발에서는 알고리즘보다 연산 환경이 연구 속도를 좌우했다.
하지만 일반 데이터센터는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GPU를 많이 돌리면 열이 급격히 증가하고, 냉각비와 전력비가 크게 뛴다. 장시간 연산이 중간에 끊기는 문제도 반복됐다. 전통적인 IDC(Internet Data Center)는 고밀도 연산을 전제로 설계된 시설이 아니고, 신약개발 워크로드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신테카바이오는 결국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연산 중심 데이터센터를 직접 설계했다. 이렇게 구축된 ABSC는 AI 모델 학습이 끊기지 않도록 이중 네트워크를 갖추고, 장시간 연산을 버틸 수 있는 전력 이중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연구자가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방식으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완성한 것이다.
정 이사는 “ABSC 인프라는 연구 속도를 끌어올리는 엔진이자, 새로운 치료제를 더 빨리 환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토대”라며 “연산 효율이 높아지면 타깃 검증부터 후보물질 발굴, 유효성 예측까지 핵심 과정이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이는 곧 신약개발 전체 일정을 단축하는 직접적 효과로 이어진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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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대류로 식히는 데이터센터…공조기가 필요 없다
ABSC의 또 다른 특징은 냉각 방식 자체가 기존 데이터센터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GPU 연산은 열을 폭발적으로 발생시키지만, 대부분의 IDC는 이를 강제냉각(공조기)으로 해결한다. 이 방식은 전력 소모가 크고, 고밀도 연산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정 이사는 “일반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쓰는 공조기가 필수지만, 신테카바이오는 애초에 공조기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공간을 재설계했다”라며 “센터 내부의 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열이 위로 빠르게 배출되도록 구조 자체를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자연대류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간다는 기본 원리를 데이터센터 구조에 그대로 적용한 방식이다. ‘아프리카 흰개미집’ 구조에서 착안한 자연대류 냉각 시스템이다. 서버 랙의 전·후면과 상·하단을 처음부터 최적화해 냉각 효율을 끌어올렸고, 별도의 강제냉각 장치를 돌리지 않아도 열이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 구조 기술은 ‘자연대류를 이용한 공기순환 시스템 및 공기순환 방법’ 특허로도 등록됐다.
신테카바이오에 따르면, 이러한 자연대류 기반 설계를 통해 기존 강제냉각 방식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업계 기준에서 공조기 기반 IDC는 PUE(Power Usage Effectiveness)가 1.6~1.9까지 올라가지만, 자연대류 중심 구조는 1.2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연간 모니터링 결과, ASC의 PUE는 1.13, WUE(Water Usage Effectiveness)는 0.46이다. 전력의 88.5%가 IT 장비에 투입되고, 냉각·조명 등 기타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11.5%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평균보다 30~40% 이상 높은 효율이며,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구글·MS·AWS) 최신 설비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는 고밀도 GPU 환경에서 열로 인한 스로틀링(속도 저하) 발생 빈도를 줄이고, 장기간 연산 시 스루풋 저하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만든다. 실제 내부 운용에서도 24~48시간 이상의 장기 연산 구간에서 성능 저하가 현저히 감소했다. 덕분에 냉각비 부담은 크게 낮아지고, 고밀도 GPU를 장시간 돌려도 성능 저하가 없다. 열적 스트레스로 인해 연산이 끊기거나 속도가 떨어졌던 기존 데이터센터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다. 물 사용량도 크게 줄였다. 1kWh당 0.46L는 일반 데이터센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ESG 관점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정 이사는 “지속 가능한 AI 신약개발 인프라는 전력과 냉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연대류 기반 설계는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안정적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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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인프라를 넘어 사업 모델로…ABSC의 진화
ABSC가 둔곡지구에 자리 잡은 것은 사업 전략과도 연결된다. 이 지역은 국가 R&D 허브로 지정돼 있어 전력과 통신 인프라가 안정적이다. AI 연산이 많은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 품질과 회선 안정성이 곧 연구의 속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입지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대전에는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큐로셀, 수젠텍, 펩트론 등 다수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이 모여 있어 협업과 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미 여러 기업이 연산용 서버를 들여와 운영 중이며, GPU 기반 연구가 늘면서 입주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서버를 두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I·오믹스 데이터 처리에 맞춰 설계된 전용 연산 환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연내 호스팅 사업자와의 협력 구조도 확정할 계획이다. 자체 슈퍼컴센터를 활용해 고밀도 연산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상업형 IDC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군 역시 AI 신약개발 기업을 넘어 GPU 기반 그래픽, 시뮬레이션, 연구 분석 기업까지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전략은 경험의 상업화다. 신테카바이오는 자연대류 냉각과 전력 효율 설계 등 ABSC에서 검증한 기술을 기반으로 친환경 데이터센터 컨설팅 사업도 준비 중이다. 직접 구축하며 쌓은 노하우를 서비스 형태로 전환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를 공급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신테카바이오 용민제 경영총괄사장도 서울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대전 현장을 찾았다. 그는 올해 회사가 이뤄낸 변화와 성과를 직접 강조했다.
용 사장은 “올해는 신테카바이오가 실제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시장에 명확히 증명한 한 해였다”면서 “국내외 다수 기업들과의 유상 용역을 통해 플랫폼이 실제 매출 성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테카바이오는 지난 15년간 약 2000억원을 R&D에 투입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대규모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완성해왔다”며 “이제는 이 기반 위에서 더 빠르고 확실한 성과를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용 사장은 “신테카바이오가 올해 시장에서 기술력과 실행력을 인정받은 만큼, 내년에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가치를 입증해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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