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전용 의약외품' 온라인 최저가 판매.."제약·약국·소비자 ‘공멸' 지름길"
의약품은 명백한 '불법', 건기식·화장품은 '유통 계약 위반', 제약사 신뢰도 하락
"약 배송과 다를 바 없어"...약국 가격 경쟁력 상실 등 시장 질서 붕괴 우려
"약국 역할을 단지 조제만 하는 곳으로 위축 우려"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14 06:00   수정 2025.11.14 06:53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국전용' 브랜드를 믿고 구매하던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최저가'로 판매되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약사의 상담을 거쳐 판매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된 '약국전용' 유통망이 온라인 최저가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격 비교의 문제를 넘어, 현행법 위반 소지와 심각한 시장 질서 교란 문제, 나아가 동네약국의 신뢰도 하락 · 역할 축소 등을 야기하고 있다.

마스크나 치약 같은 '의약외품'은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만 마치면 온라인 판매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약국전용'을 표방하는 상품은 그 성격이 다르다.

문제는 '약국전용 상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의약품 온라인 판매, 명백한 '약사법' 위반

만약 온라인에서 저가로 판매되는 상품이 타이레놀, 훼스탈 등 약사법상 '일반의약품'이라면, 이는 가격을 불문하고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안전한 유통을 위해 약국 내 대면 판매 및 약사의 복약지도를 원칙으로 하며, 인터넷을 통한 택배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판매자는 물론, 불법 유통 사실을 알고 구매한 소비자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기식 · 화장품' 온라인 판매, 불법 아니지만 '심각한 유통 질서 교란'

더 큰 논란을 빚는 분야는 '약국 전용'으로 유통되는 건강기능식품, 비타민, 유산균, 더마 화장품 등이다. 이 제품들은 의약품이 아니기에 온라인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제조사와 약국 간의 '유통 계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제약사는 '약사의 상담을 통한 판매'라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약국에만 제품을 공급한다. 그러나 일부 약국이나 도매상이 계약을 어기고 온라인 판매업자에게 제품을 대량으로 빼돌리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쿠팡 및 네이버스토어 등 이커머스상에 '의약외품' 판매가 빈번하다. 일부 판매자는 배송비 무료에 약국 판매가격의 50~60% 가량 낮춘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쿠팡에 최저가로 의약외품 판매 중인 판매처  1
쿠팡에 최저가로 의약외품 판매 중인 판매처 2
쿠팡에 최저가로 의약외품 판매 중인 판매처 3

H사 약국전용 화장품의 경우 포장박스에 RFID 태그가 부착되어 유통 경로를 파악할 수 있지만, 납품되는 약국까지만 추적이 가능하다. 즉, 제품을 매입한 약국에서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까지 가는지는 제약사도 확인이 불가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유통은 다방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제약사의 '약국 전용'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가격 정책이 무너져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는다.

약국의 피해는 제조사와의 계약을 성실히 지키는 대다수 약국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파는 곳'으로 오해받는 등 선의의 피해를 본다. 심지어 온라인 판매가가 약국 매입가보다 낮은 기현상까지 벌어진다.

온라인 최저가 제품을 본 A 약사는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계약을 성실히 지키는 약국에 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이고, 경쟁력 잃은 동네 약국을 단지 조제만 하는 곳으로 역할을 축소시키는 행위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의약외품이라고 해도 약국에서 약사님 상담으로 판매되어야 할 제품이 온라인상에서 구매, 결제 후 택배로 받으면 '약 배송'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당장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품일 가능성 ▲정식 경로가 아니어서 교환·환불(A/S)의 어려움 ▲제품의 핵심 가치인 '전문가 상담'을 통한 맞춤형 추천 기회 상실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프리미엄 성분을 함유해 개발된 제품을 약국에서 약사의 상담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야할 제품이 온라인  상에서 저가로 판매되는 것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유통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이는 결국 제약사, 약국,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공멸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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