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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자>
■ 들어가는 글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은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장기간 이어지고 점차 악화되는 특징을 가진 대표적인 만성 호흡기 질환입니다. 이전에는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폐포벽의 파괴)으로 분류되기도 하였으나, 보통 혼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COPD는 다른 질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흔히 단순한 ‘기침이 오래가는 감기’ 정도로 오해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폐포와 기관지가 손상되어 회복이 어렵게 되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특히 COPD는 시간이 지날수록 폐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지며, 심한 경우 산소 치료나 입원 치료까지 필요하게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폐와 기관지 기능이 어느정도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진단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COPD는 이미 전 세계 사망 원인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고령 인구 증가와 환경 문제로 인해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발병을 막는 예방’과 ‘이미 발병한 경우 진행을 늦추는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에는 보통 ‘감기가 몇 달, 몇 년째 잘 안떨어져요’라며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X-ray, CT 등의 방사선 검사를 통해 대부분 진단을 받고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각종 서양의학적인 치료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은 경우 전신의 기운을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한의학적인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한의학적 및 서양의학적인 원인
서양의학에서는 COPD의 가장 큰 원인을 흡연으로 봅니다. 흡연은 폐포를 파괴하고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결국 기도를 좁게 만들며, 폐의 환기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OPD 환자의 약 70~80%가 흡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 외에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진, 화학물질, 가스, 그리고 대기오염,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잦은 호흡기 감염이나 천식 병력 역시 COPD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한의학에서는 COPD를 ‘폐기허(肺氣虛)’, ‘신기허(腎氣虛)’, ‘담음(痰飮)’, ‘풍한(風寒)’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폐의 기운이 약해져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위기(衛氣)가 부족해지면서 외부 자극을 방어하지 못하거나, 신장의 기운이 약해 호흡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체내에 담(痰)이 정체되어 기도의 흐름을 막고, 차가운 기운이 폐를 침범하여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인체의 방어력이 무너지고 체내 균형이 깨져 병리적 산물이 발생할 때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식합니다. 한의학적인 병인은 보통 폐라는 장기에 국한되지 않고, 체질적, 전신적인 관점으로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 하는데 이는 현대의학에서 설명하는 면역 저하와 염증의 만성화 개념과도 닮아 있습니다.
■ 한의학적 예방 및 관리법
예방의 출발점은 생활습관 교정입니다. 무엇보다 금연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흡연은 COPD 발병뿐 아니라 증상의 악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금연만으로도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간접흡연 역시 COPD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또한 미세먼지, 황사, 분진 등 대기오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 시에는 KF94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권장되고,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와 적절한 환기를 통해 공기 질을 관리하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계절에 맞춘 폐 관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보통 여름 장마철 등의 습한 때에는 기관지도 역시 촉촉해지기 때문에 비교적 관리가 용이하나, 공기가 건조해지는 시기, 특히 가을과 겨울철에는 찬 공기가 폐를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보온에 신경 쓰셔야 하고, 실내 습도를 40~60% 정도로 유지해 기도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밤중에 기침이 심해지는 경우 수면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습기 등을 이용하거나, 밤에 젖은 수건을 걸어두거나 마스크를 쓰고 자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면 기관지와 폐가 건조해지지 않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식이요법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폐를 윤택하게 하고 기침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배, 도라지, 오미자, 은행, 꿀 등을 섭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소화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해 체력을 보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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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걷기, 심호흡, 기체조(氣體操)와 같은 호흡운동은 폐활량을 늘리고 호흡근을 강화하여 호흡곤란을 줄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으로, 자신의 체력에 맞게 이어가는 것입니다.
■ 한의학적 침·한약 치료
한의학에서는 환자 개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침 치료와 한약 치료를 병행합니다.
침 치료: 주로 폐수(肺兪), 외관(外關), 합곡(合谷), 태계(太谿), 천돌(天突) 등의 혈자리를 자극하여 폐와 신장 기능을 강화하고, 기도의 염증을 줄이며, 호흡곤란과 기침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침 치료는 또한 자율신경계를 조절해 불안감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약 치료: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처방은 맥문동탕, 청폐탕 등의 기침을 완화시키고, 기관지의 염증을 줄이는 처방을 쓸 수 있으나, 한의사 진찰 후 환자 개개인 체질에 맞춘 한약처방은 더욱 더 환자분의 COPD 증상 관리 및 삶의 질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맥문동탕은 폐를 촉촉하게 하고 기침을 진정시키며 호흡 곤란을 완화합니다. 청폐탕은 열과 담을 제거하여 기침, 가래 증상을 줄이는 데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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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처방은 환자의 체질에 따라서 접근이 조금 달라질 수 있는데요, 보통 태음인은 폐기능이 약하고 습담이 많아서 COPD에 걸리기 쉽습니다. 이러한 경우 보통 폐와 기관지 기능을 강화시키는 ‘오미자’, ‘길경(도라지)’, ‘맥문동’의 약재를 사용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기운이 약하고 몸이 찬 소음인의 경우에는 ‘인삼’, ‘황기’와 같은 기운을 보충하는 약재를 더하는 경우가 많고, ‘반하’와 같은 거담약재를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소양인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기운이 위로 치솟아 폐에 모여 열과 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를 내려주는 ‘과루인(瓜蔞仁)’, ‘전호(前胡)’ 등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한약과 침 치료는 흡입제, 기관지 확장제 등과 병행했을 때 보완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학이 증상 조절과 급성 악화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한의학은 체질 개선과 면역력 회복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조기 예방과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실 수 있는 질환입니다. COPD 예방은 결국 금연, 환경 관리, 꾸준한 운동이라는 생활 속 작은 실천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에 한의학적 보완 치료를 더한다면, 폐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신체 전반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실 수 있습니다.
서양의학적 치료와 한의학적 치료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분들이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시면서, 필요에 따라 한·양방의 장점을 함께 활용하신다면 COPD는 더 이상 두려운 질환이 아니라, 충분히 진행을 늦추면서 관리 가능한 질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질환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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