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은 기도 및 폐포의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공기의 흐름(기류)이 지속적으로 제한되어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폐 질환이다. 이러한 기류의 제한은 비가역적이며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특성을 지닌다. 기도의 병변은 주로 만성 기관지염과 세기관지염의 형태로, 폐포의 병변은 폐기종의 형태로 나타난다.
COPD의 유병률은 국가 및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대규모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COPD 유병률은 약 10.3%로 추정된다. 인구 고령화와 흡연 등의 영향으로 2050년에는 유병률이 23%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내의 경우 최근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에서 COPD 유병율은 12.9% 이며,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30%가 COPD로 진단된 바 있다. 노화가 COPD의 중요한 위험인자임을 고려할 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COPD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COPD는 전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COPD는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3위를 차지하였으며 2025년에는 사망 원인 1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의 경우, COPD 단독으로 분류된 사망 원인 통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COPD, 천식, 기관지확장증 등을 포함하는 만성하기도질환으로 통합 집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만성하기도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중 11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COPD 진단율이 매우 낮은 점, 그리고 폐암과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들 중 상당수가 기저에 COPD를 동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COPD와 관련된 사망자 수는 공식 통계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2. 진단
COPD는 기도 및 폐실질에 손상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의 만성적인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의심해야 한다. 진단은 폐활량측정법을 통해 기류 제한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질환의 초기단계에서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비특이적일 수 있으므로, 세심한 병력 청취와 면밀한 문진이 필수적이다.
증상
호흡곤란은 COPD에서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증상으로,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며 주로 신체활동 시 악화된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이러한 증상을 노화의 일부로 여기거나 점진적인 변화로 인식하여, 숨이 찬 상태를 병적 증상으로 여기지 않고 병원 방문을 늦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 환자들은 호흡곤란을 “숨차다”, “숨쉬기 힘들다”, “숨쉬기 답답하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만성기침 또한 흔한 증상으로,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많은 환자들이 이를 흡연이나 외부 환경 요인으로 인한 증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기침은 객담을 동반할 수도 건성일 수도 있으며, COPD 이외의 다양한 질환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폐활량검사(spirometry)
폐활량검사는 기류제한의 존재를 객관적이고 재현성 있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COPD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이다. 이 검사는 비침습적이고 비용이 저렴하며, 임상 현장에서 널리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서는 검사 수행의 정확성과 환자의 협조가 중요하다. 측정치의 저평가와 진단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가 최대한으로 노력하여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격려가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차례의 반복 측정을 시행해야 하며, 각 측정값 간의 차이는 150 mL 또는 5% 이내여야 한다. 최종 결과는 세 값 중 가장 우수한 수치를 기준으로 판독하면 된다.
COPD의 진단에는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시행한 폐활량검사 수치를 이용한다. 기관지확장제로는 일반적으로 벤톨린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살부타몰이 사용하며, 살부타몰 100ug을 4회(총 400 ug) 흡입한 후 10-15분이 경과한 시점에서 폐활량검사를 반복 수행한다. 기관지확장제검사는 검사 시간과 절차가 비교적 복잡하여, 환자와 의사 입장에서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만약 기관지확장제 투여 전 검사에서 기류 제한이 관찰되지 않고, 임상적 의심이 높지 않다면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검사는 생략할 수 있다. 기관지확장제 투여 전 폐활량 검사를 시행하여 FEV1/FVC 비율을 확인하여 FEV1/FVC<0.7인 경우에는 기관지확장제를 투여한 후 다시 폐활량검사를 시행하여, 기류제한이 지속되면 비가역적인 기류 제한으로 판단하고 COPD를 확진 할 수 있다.
그림 1. COPD 진단을 위한 폐활량검사 알고리즘
폐활량검사를 통해 노력성 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 FVC)과 1초간 노력성 호기량(forced expiratory volume in one second, FEV1)을 측정하고, FEV1과 FVC의 비율(FEV1/FVC)를 계산한다. 폐활량검사는 환자가 최대한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가능한 빠르고 강하게 최소 6초 이상 숨을 내쉬도록 유도하여 측정하는 검사이다. 이때 전체 내쉰 공기의 양이 FVC이고, 처음 1초 동안 내쉰 공기의 양이 FEV1이다. 정상 성인의 경우 FEV1은 FVC의 양 80% 이상이며, 이에 따라 정상적인 FEV1/FVC는 0.75-0.80 범위에 속한다. COPD 진단 기준으로는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측정한 FEV1/FVC가 0.70 미만일 때 기류제한이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고정된 비율(FEV1/FVC = 0.70) 기준은 고령 환자에서 과진단, 젊은 환자에서는 과소 진단의 가능성이 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현재까지는 단순성과 임상 적용의 일관성을 이유로 여전히 권고되고 있다. 일차의료기관 등에서 FVC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간이 폐기능 측정기(COPD-6 등)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장비는 6초간의 노력성 호기량(FEV6)을 측정하여 FEV1/FEV6비율을 산출하며, 이때 기류 제한의 기준은 0.73 미만으로 적용된다. 간이 폐기능 측정기를 활용하여 COPD를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자를 추적 관찰하는 경우에도 건강보험 요양 급여 청구가 가능하다.
3. 치료
COPD 치료의 주요 목표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운동 능력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의 진행과 급성 악화를 예방하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첫 단계는 금연이며, 이는 질병의 모든 단계에서 증상 호전과 폐기능 저하 속도 감소에 기여한다. 일반 담배는 물론, 전자담배와 가열담배(예: 아이코스, 릴) 또한 COPD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단이 필수적이다.
약물치료의 근간은 기관지확장제(bronchodilator)이며, 증상 조절과 급성 악화 예방을 위해 사용된다. 기관지확장제는 효과와 부작용 감소를 위해 흡입기관지확장제 사용이 권고된다. 이에 더해, 환자의 증상 및 악화 발생 여부에 따라 흡입 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 ICS), 포스포디에스테라제-4 억제제(PDE-4 inhibitors), 점액용해제, 항생제, 경구 스테로이드 등이 추가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약물 치료 외에도 비약물적 치료가 치료 성과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흡재활은 운동 훈련, 교육, 행동 변화 상담을 포함하는 통합적 프로그램으로, 운동 능력 향상, 증상 경감, 삶의 질 개선에 효과적이다. 또한 중증 COPD 환자 중 만성 저산소혈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장기 산소 치료가 권장되며, 일부 환자에서는 비침습적 기계환기가 호흡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정한 해부학적 이상이나 심한 폐기종을 동반한 경우에는 폐 용적 감소술 또는 기관지내시경 시술이 고려될 수 있다.
COPD의 약물 치료는 기본적으로 흡입 기관지확장제가 치료의 중심을 구성된다. 기관지확장제는 작용 시간에 따라 단시간 작용제와 장시간 작용제로, 작용기전에 따라 베타-2 작용제와 항콜린제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약제는 다음 네 가지로 구분된다: Short Acting Beta Agonist (SABA), Short Acting Muscarinic Antagonist (SAMA), Long Acting Beta Agonist (LABA), Long Acting Muscarinic Antagonist (LAMA). 유지치료의 기본은 LABA 및 LAMA로, 이들은 COPD 약물 치료의 핵심적인 축을 이루며 증상 조절과 급성 악화예방에 효과적이다. 반면, SAMA 또는 SABA는 필요 시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될 수 있으나, 단독 유지요법으로는 권장되지 않는다.
흡입제의 투약 장치는 건조분말흡입기(Drug Powder Inhaler, DPI), 정량흡입기(Metered Dose Inhaler, MDI), 연무형 흡입기(Soft Mist Inhaler, SMI)로 분류된다. 각 흡입기 유형에 따라 흡입 방식과 필요한 환자 협응 능력이 상이하므로, 환자의 흡입력과 사용 능력을 고려한 처방이 중요하다. DPI는 2~3초간 빠르고 강하게 흡입해야 하며, 충분한 흡입력이 요구된다. 여성, 고령, 폐기능이 저하된 COPD 환자에서 흡입력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DPI를 처방하기 전 주의가 필요하다. MDI 및 SMI는 4-5초간 천천히 깊게 흡입해야 하며, 정확한 손-호흡 협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폐기능, 인지 및 조작 능력 등을 고려하여 흡입기 유형을 선택하고, 교육을 통해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시키는 것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중요하다.
초기약물치료
COPD로 진단된 환자에서는 종합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초기 약물 치료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 저위험군의 경우, 기존에는 LAMA 단독 치료 또는 LABA 단독 치료가 고려되었으나, 최근의 근거에 따르면 이러한 단일요법은 질병 진행 억제나 증상 호전에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LABA/LAMA의 병용치료가 초기 치료의 기본 전략으로 권고된다. 이러한 병용치료는 단일기관지확장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더 우수한 기관지 확장 효과와 증상 개선, 삶의 질 향상, 급성 악화 감소 등의 이점을 가지며, 부작용 발생률은 단일요법과 유사하다. 다만, 증상이 경미하고 폐기능이 비교적 보존된 환자군에서까지 병용요법이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초기 환자라도 적극적인 병용치료(LABA/LAMA)를 고려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그림 5).
고위군에서도 LABA/LAMA 복합제가 1차 치료로 권고된다. 이 조합은 LABA 또는 LAMA 단독 요법에 비해 급성 악화 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증상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한편 과거에 흔히 사용되었던 ICS/LABA 복합제는 COPD의 초기 치료로 더 이상 권장되지 않으며, ICS는 급성 악화 위험이 높고 혈중 호산구 수치가 높은 환자에서 선택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개/ul 이상인 환자의 경우에는, LABA/LAMA 병용요법에 ICS를 추가한 삼제 치료(triple therapy)를 초기 치료로 고려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환자군에서는 삼제요법이 LABA/LAMA 병용요법에 비해 급성 악화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근거가 축적되어 있다. 아직까지 COPD 초기 치료에서 삼제요법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없지만, 치료 중인 환자에서의 삼제요법의 효과를 근거를 바탕으로 고위험군에서 초기 치료로의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추적치료
COPD 환자에서 초기 약물 치료 이후에는 호흡곤란 증상의 지속 여부와 급성 악화의 발생 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거나 증상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치료 전략의 단계 조정이 필요하다.
호흡곤란이 지속되는 경우, 환자가 단일 기관지확장제(LAMA 또는 LABA)를 사용 중이라면 LAMA/LABA 병용요법으로 치료 강화를 고려해야한다. LABA/LAMA 복합제를 사용 중인 환자에서는 먼저 흡입기 사용법이 정확한지를 확인해야 하며, 기술적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흡입기 종류 변경 또는 약물 성분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흡곤란이 지속된다면 호흡 재활치료 등의 비약물적 치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COPD 환자의 호흡곤란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다른 동반질환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호흡곤란을 악화시킬 수 있는 흔한 감별 질환으로 폐렴, 울혈성 심부전, 기흉, 흉막삼출, 폐색전증, 부정맥 등이 있다.
또한, 치료 중 악화가 발생한 경우는 치료 단계의 상향이 필요하다. LABA/LAMA 복합제를 사용 중인 환자에서 악화가 발생한 경우, 저위험군에서는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개/ul 이상이면 ICS를 추가한 삼제요법으로 단계 상승이 권장된다. 고위험군에서는 호산구 수치가 100개/ul 이상이면 삼제 요법으로의 전환이 고려된다. 반면, 호산구 수치가 낮은 경우(저위험군 <300개/uL, 고위험군 <100개/ul)에는 PDE-4 억제제나 아지스로마이신의 추가를 고려할 수 있다. 이미 ICS/LAMA/LABA 삼제요법을 사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악화가 지속되는 경우,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개/ul 이상이면 duplilumab의 추가가 고려되며, 호산구 수치와 관계없이 PDE-4 억제제 또는 아지스로마이신의 병용이 추가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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