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자' 콜마 윤상현이 짚은 K-뷰티 장기 성장 조건은?
반복 구매·블록버스터 제품·산업 확장 3대 성공 조건 제시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22 06:00   수정 2025.09.22 06:01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충성도 높은 브랜드나 프리미엄 라인 구축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콜마그룹 윤상현 부회장은 제조업자 관점에서 K-뷰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들려줬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19일 열린 '2025 아마존 뷰티 인 서울 컨퍼런스' 세션에서 콜마홀딩스 윤상현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윤 부회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난 19일 열린 '2025 아마존 뷰티 인 서울 컨퍼런스' 세션에서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반복 구매를 이끄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을 반복 구매하게 만들기 위해선 소비자를 이해하고 제품을 끊임없이 개선하며, 산업 구조 전반을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소비자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은 공산품·식품·의약품·사치재·트렌드 상품의 속성을 동시에 가진 복합적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 요구가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변화에 민감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고객이라고 지적했다. 우스갯소리로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악몽 같은 존재" "연애로 생각하면 절대로 만나지 말아야 할 존재"라고 묘사했다.

브랜드가 장기 성장하기 위해선 이러한 까다로운 고객들과 장기적 관계를 맺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윤 부회장이 두 번째로 제시한 성공 조건은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그는 "한국 시장 기준으로 연간 최소 300만개 이상 팔리는 제품"이 브랜드 충성도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재구매 주기가 짧은 화장품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 꾸준히 소비되는 제품이 없다면 충성도 기반 자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제품으로는 콜마가 제조한 애터미 베이직 스킨케어(누적 판매량 3억1800만개), 유니레버 아이크림(1억3000만개), 동국제약 마데카크림(7000만개)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이 제품들도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윤 부회장에 따르면, 이 제품들 모두가 1세대가 아닌 4세대 제품부터 1000만 단위 판매를 기록했다.

윤 부회장은 "추가적인 진화가 없으면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며 "제품은 처음부터 성공을 기대하기보다는 출시 이후 꾸준히 개선하고,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의견을 집요하게 반영한 브랜드의 사례로 달바를 언급했다. 윤 부회장은 "달바 반성연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하루 종일 자사 제품의 고객 댓글을 본다고 답했다"면서 "고객 피드백을 다음 제품 개발은 물론 마케팅과 프로모션에도 100% 반영한다는 점이 달바 글로벌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성공 조건은 ‘확장’에 이르는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제품을 기반으로 라인업을 넓히고, 이를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인접 카테고리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곧 장기 성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닥터지는 초기 히트작인 ‘레드 블레미쉬 라인’을 기반으로 프리미엄·중간·대중 라인으로 세분화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단일 제품을 라인 단위로 키운 뒤 시장 범위를 넓혀간 대표적 사례다.

그 다음 단계는 브랜드 확장이다. 로레알은 처음엔 2개 브랜드에서 출발했으나 여러 브랜드들을 인수하며 현재 27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63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됐다. 에스티로더, 유니레버, 피앤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를 시작으로 티르티르, 스킨푸드, 라운드랩 등을 인수해 외연을 넓히고 있으며, 메디큐브는 디바이스에서 화장품으로, 일부 화장품 기업은 건강기능식품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제조업자의 입장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콜마의 설계 방식을 소개했다. 브랜드 콘셉트와 마케팅 메시지 단계부터 ‘1사 1처방’ 원칙,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베이스 포뮬라, 한국·중국·미국·캐나다 동시생산 체계를 통해 연간 2만종을 일관된 품질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고객사에만 잘해주는 일은 없다”면서 "결국 브랜드사의 실행력과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K-뷰티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를 명확히 짚었다. "지금까지 글로벌 성공은 있었지만,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K-뷰티 브랜드는 아직 없다"고 진단하며 "에스티로더나  랑콤, 라메르처럼 고가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갖춘 브랜드가 나와야 진정한 장기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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