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예즈투고 전격 권고…글로벌 HIV 예방 전략 재편 예고
연 2회 주사로 ‘감염 제로’ 달성했지만 보험 적용 지연…국내 PrEP 접근성 논의 촉발
FDA 승인 이어 WHO·국제학회도 지지…韓, 낮은 인식·보험 제한 탓 예방 효과 확대에 한계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22 06:00   수정 2025.09.22 06:01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장기 지속형 HIV 예방요법(PrEP) 주사제 ‘예즈투고(Yeztugo)’ 사용을 강력히 권고했다. 6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혁신적 예방요법으로 임상시험에서 사실상 ‘감염 제로’라는 성과를 보여주면서 HIV 예방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보험 적용 지연과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제약하는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CDC 산하 PrEP 가이드라인 워크그룹은 9월 18일자 질병·사망 주간보고서(MMWR)를 통해 예즈투고를 “강력히 권고(strongly recommends)”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권고는 FDA가 6월 승인 당시 근거로 삼았던 Purpose 1·2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여성 대상군에서는 100% 예방 효과, 남성 위주 시험군에서는 96%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CDC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예즈투고는 복약 순응도를 높여 HIV 감염 예방 효과를 강화할 잠재력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환자 접근성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 중 하나인 CVS 헬스는 예즈투고를 상업 보험과 ‘오바마케어(ACA)’ 약제 급여 목록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사 측은 임상, 재정, 규제적 고려를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환자의 초기 접근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CVS의 결정은 미국 예방서비스 실무그룹(USPSTF) 권고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USPSTF는 개별 약제를 특정하지 않고 단순히 ‘PrEP 처방 권장’이라는 원칙적 수준의 지침만 제시한다. 게다가 업데이트 주기가 5년에 달해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CDC가 약제를 특정해 강력 권고한 이상, 보험사들의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CDC 권고는 국제적 흐름과도 맞물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항바이러스학회(International Antiviral Society-USA Panel) 역시 최근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예즈투고를 포함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내 64개 HIV 환자 및 옹호 단체는 공동 서한을 통해 CVS에 ‘보험 적용 지체 없는 보장’을 요구했다. 서한은 장기 지속형 옵션이 복용 누락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HIV 평생 치료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환자뿐 아니라 보험사에도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HIV+Hepatitis Policy Institute의 칼 슈미드 대표는 “예즈투고는 임상시험에서 전례 없는 ‘감염 제로’를 기록한 약제”라며 “이제는 환자들이 실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도 접근성 문제를 인식하고 무보험 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제공 프로그램(Advancing Access)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9월 18일 성명을 통해 “보험이 없는 미국 내 환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시장 진입 초기 환자 확보와 동시에 보험사 및 정책 당국에 대한 압박 효과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CDC 권고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국내에서는 이미 트루바다, 데스코비 등 경구형 PrEP이 사용되고 있지만, 보험 적용 범위의 제한과 낮은 인식 수준이 접근성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 일부를 제외하면 비용 부담이 환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내 HIV/AIDS 전문가들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도입될 경우, 투약 편의성과 순응도 향상으로 예방 효과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약가 책정,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 그리고 사회적 낙인(stigma)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은 현재 국가 차원의 감염병 관리 정책 속에서 HIV 감염 예방을 강화하고 있지만, 예방적 치료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제도 개선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번 CDC 권고와 WHO 지침 업데이트는 국내에서도 보험 적용 확대 논의와 환자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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