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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민 건강권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제약바이오 혁신협의체(이하 혁신협의체)로 전환됐다. 단순한 정책 반대를 넘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적 생태계를 재건하겠다는 능동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번 혁신협의체의 출범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해 주요 단체와 노동계까지 합세한 범산업계 연합군의 재정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와 관련해 노연홍 공동위원장은 “변화된 정책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혁신협의체는 위기 대응을 넘어 미래지향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K-제약바이오 업계가 실질적인 '산업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 당면한 핵심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본다.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재편'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과 중국 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 추진은 국내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거대한 기회다.
혁신협의체는 이러한 글로벌 규제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개별 기업 단위가 아닌 산업계 차원의 대응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생물보안법 통과로 인해 발생할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공백을 한국 기업들이 선점할 수 있도록, 품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과 세제 혜택을 이끌어내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력 있는 국내 바이오텍과 풍부한 자본 및 생산 역량을 갖춘 전통 제약사 간의 '오픈 이노베이션' 결속력도 한층 강화할 시점이다.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제네릭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혁신협의체가 주목하는 우리 제약산업의 선도자(First Mover) 도약 필수 동력은 '차세대 신기술 모달리티' 선점과 '디지털'로의 외연 확장이다.
RNA 기반 치료제는 질병의 원인 단백질이 생성되기 전 단계에서 이를 원천 차단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검증된 mRNA 기술은 현재 항암 백신과 개인 맞춤형 치료제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불안정한 RNA를 세포 내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siRNA(소간섭 RNA)는 희귀 질환을 넘어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으로 영역을 넓히며 초장기 지속형 의약품 시장을 열고 있다.
나노 기술은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촉매제다. 나노 입자를 활용한 표적 전달 기술(DDS)은 약물을 암세포 등 특정 병변에만 정밀하게 전달해 정상 세포 손상과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아울러 물에 잘 녹지 않아 상업화가 어려웠던 후보물질을 미세화해 흡수율을 높임으로써, 사장될 뻔한 신약 후보를 부활시키는 바이오베터 전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AI는 제약 R&D의 패러다임을 실험실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옮기고 있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수조 개의 화합물 중 유효 물질을 찾는 가상 스크리닝 과정을 수년에서 단 몇 개월로 단축시킨다. 또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약물에 가장 잘 반응할 환자군을 선별함으로써 임상 시험 성공률을 대폭 끌어올린다. 이는 가용 자산이 줄어든 제약사들에게 필수적인 '저비용·고효율' 생존 전략이다.
신약 개발의 모달리티 고도화와 더불어, 이제 약의 개념은 먹고 주사하는 것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진단 솔루션, 환자의 실시간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웨어러블 기기, 그리고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약 및 디지털 치료기기와의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약사들이 기존에 보유한 막대한 임상 데이터와 영업망에 혁신적인 IT 기술을 접목할 때, 단순한 의약품 공급자를 넘어 '토탈 헬스케어 프로바이더'로 도약할 수 있다.
내수 시장에서의 뼈아픈 체질 개선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45%에 달하는 제네릭 약가 인하 등 정부의 강력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 기조 속에서, 과거와 같은 제네릭 중심의 영업은 수명을 다했다.
이제는 R&D에 진심인 기업이 살아남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업계는 정책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가기 전 단계인 이른바 '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약가 우대, R&D 세액 공제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이 자금난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혁신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혁신협의체가 앞장서서 설계해야 한다.
혁신협의체의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약가 제도 개편 시행 과정에서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미시적 조율은 물론, 글로벌 초격차 기술 확보라는 거시적 비전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노·사·정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튼튼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가 대한민국의 차세대 국가 핵심 전략 산업임을 확실히 증명해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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