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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투자 불신 구조에 직접 손을 댄다. 임상시험 데이터와 개발 현황을 단순 나열하던 기존 공시에서 벗어나, 핵심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성공 가능성과 주요 리스크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한다.
시장에서는 과도한 기대와 과장, 실패, 신뢰 붕괴로 이어지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구조를 활용해 부당 이익을 취해온 행태도 줄어들면서, 개인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투자자가 쉽게 이해하는 공시’로 전환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중 공시 가이드를 마련할 계획이다.
IR·PR 관행 변화 신호 "과대포장 더는 안 된다”
제약바이오 산업계와 금융권, 관련 학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변정훈 대표는 “이번 조치는 바이오 산업 전반의 기업가치 산정 체계를 재정립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면서 “그간 바이오 기업은 미래 연구개발 성과에 기반을 둔 스토리 중심 기업가치 산정이 지배적이었고, 이는 투자자와 기업 간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켜 왔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개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핵심 가정과 근거를 보다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IPO 단계에서는 공모가 산정의 주요 가정과 추정치 설명을 강화하고, 상장 이후에는 파이프라인별 현재 단계, 성공 가능성, 주요 리스크, 향후 일정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바이오 산업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모든 정보를 정량화하거나 표준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규제는 정보 투명성과 균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하고, 혁신 기업의 도전과 투자 유인을 저해하지 않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는 과장된 이야기를 걷어내는 데 집중해야지, 도전적인 기술까지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라고도 당부했다.
현장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과장 중심 IR·PR 관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코스닥 상장 신약개발 바이오텍의 한 IR·PR 담당자는 “매출이 없는 신약개발 기업 특성상 주가가 향후 자금 유치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주가를 부양하려는 압박, 특히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주가 부양만을 요구하는 의사결정자들 지시가 산업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대외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기업의 진짜 가치를 전달하는 IR과 PR을 하고 싶지, 과대포장은 더는 하고 싶지 않다”며 “최근 네이버가 신뢰 기반 뉴스 체계와 가치 있는 정보 중심 방향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이번 금감원 조치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네이버, 언론이 함께 올바른 기준을 만들어가는 지금이 바이오 산업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해 가능한 공시로 전환…보도자료와 공시 간 간극 축소
이번 개편 출발점은 명확하다. 제약바이오 산업 특성상 기존 공시 체계로는 투자자가 핵심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신약 개발 기업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과에 더 크게 좌우되는 구조를 가진다. 공시 역시 임상시험, 기술이전, 파이프라인 등 전문성이 높은 정보에 집중된다. 그 결과, 일반 투자자가 내용을 해석하기 어렵고, 투자 판단 불확실성도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제조업은 현재 실적을 기반으로 예측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반면 신약 개발사는 미래 성과와 사업화 가능성에 기반해 예측이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정보 비대칭을 키웠다. 공시와 실제 결과 간 괴리가 발생하고, 투자자가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기존 공시는 임상 1상에서 2상, 3상 등 개발 단계를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나열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앞으로는 파이프라인 단위로 현재 단계와 성공 가능성, 주요 리스크, 향후 일정까지 함께 제시하도록 유도된다.
즉, 일방적인 정보 통보가 아닌 투자자가 전체 개발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
상장 단계에서도 변화가 적용된다. IPO 증권신고서에 포함되는 기업가치 산정 가정 역시 단순 제시에서 벗어나, 해당 가정이 어떤 전제에서 도출됐는지와 변경 시 미래 매출에 미치는 영향까지 설명하도록 개선된다.
이번 개편은 기업 보도자료와 공시 간 괴리 문제도 함께 다룬다. 그동안 일부 사례에서는 공시보다 보도자료가 더 긍정적인 표현으로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각해 투자자 혼선을 유발해 왔다.
금감원은 향후 공시와 외부 공개 정보 간 정합성을 확보하고,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은 코스닥 시장에서 높은 비중과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지만, 투자자가 접하는 공시 정보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이번 TF는 공시 항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와 표현 방식을 재설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보도와 공시 간 간극을 줄이는 데도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일부 보도자료가 공시보다 더 긍정적인 표현으로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각해 투자자 혼선을 유발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외부 공개 정보 간 정합성을 높이고, 투자자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위, 거래소와 함께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TF에는 학계, 유관기관, 금융권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학계에서는 연세대 K-NIBRT 이수정 교수와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 이승환 교수가, 유관기관에서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하정은 센터장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환주 팀장이 참여했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증권 서근희 팀장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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