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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실패 주요 원인은 잘못된 적응증 설정과 환자군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멀티오믹스의 결합이 신약개발 병목을 해결할 실질적인 해법입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연세대학교를 오가며 연구 중인 한남식 교수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K-BioX(케이바이오엑스)가 송도 경원재 바이 워커힐에서 개최한 'IFEZ X K-BioX ABDD(AI Biohealthcare Drug Discovery) 서밋'에 발표자로 나서, 최신 AI-Bio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발표에서 한 교수는 기존 AI 신약개발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품질의 한계, 네트워크 분석의 복잡성, 전통 알고리즘이 놓치는 경로 문제를 ‘양자적 탐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양자적 탐색은 양자컴퓨팅의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 원리를 이용해 수많은 생물학적 경로를 동시에 살피며 숨겨진 타깃을 찾아내는 접근 방식을 말한다.
신약개발 분야에서 AI의 도입 논의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화됐다. 2020년 영국 엑스사이언티아(Exscientia)가 AI로 설계한 분자 ‘DSP-1181’을 임상시험에 진입시키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20개 이상의 AI 설계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에 있다. 초기에는 분자 최적화나 신규 구조 설계 역량이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방대한 생물 및 의학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질병 원인을 규명하고 타깃을 도출·검증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한 교수는 멀티오믹스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체·전사체·단백질체·대사체 데이터를 환자 또는 조직 단위로 통합해, 질병의 특징적인 분자 신호(Disease signature, 질병 서명)를 찾아내야 신약개발 성공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구축된 멀티오믹스 데이터는 단백질 상호작용망(PPI)이나 생물학적 경로(Pathway) 위에 시각화되며, 랜덤 워크 위드 리스타트(Random Walk with Restart)나 중심성(Betweenness) 분석 같은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통해 타깃 후보가 우선순위화된다. 이는 단순히 발현량 차이를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 질병의 조절 핵심축인 마스터 조절자(Master regulator)와 약물로 개입 가능한 ‘드러거블(Druggable)’ 경로를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접근이다. 그러나 데이터가 방대해질수록 기존 알고리즘은 이미 알려진 경로에 편향되거나 새로운 타깃을 놓칠 위험이 있다.
한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정보 이론을 기반으로 한 ‘양자 워크(Quantum Walk)’를 적용했다. 하나의 경로만 계산하는 선형 탐색에서 나아가, 수많은 경로를 병렬적으로 계산하며 복잡한 생명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연결점을 찾아내도록 한 것이다.
한 교수는 “신약개발은 더 이상 직관이 아니라 데이터로 이뤄져야 한다”며 “고도화된 멀티오믹스와 네트워크 생물학, AI·양자 알고리즘이 결합하면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생물학적 신호를 포착하고, 환자군을 한층 정밀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접근은 임상시험 실패 확률을 낮추고, 아직 치료제가 없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질환에서 새로운 타깃과 경로를 발견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 연구팀이 구축한 양자 기반 연구 모델은 코로나19 이후 롱코비드(Long COVID) 네트워크 분석에 처음 적용됐다. 기존 모델이 바이러스 주변 단백질 수준에 머물렀다면, 양자 워크 알고리즘은 면역·대사 경로 등 하위 네트워크까지 탐색 범위를 확장해 새로운 타깃 후보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학술지 정식 게재 전 단계지만, 학계에서는 임상 실패의 주요 요인인 적응증과 환자군 매칭 오류를 줄이는 데 기여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자적 탐색이 기존 AI 알고리즘의 한계를 넘어, 질환의 근본 기전까지 한층 정밀하게 규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수가 창업한 카디아텍 바이오사이언스(CardiaTec Biosciences)는 이 프레임워크를 심혈관 질환 연구에 적용 중이다. 실제 환자 심장 조직에서 유전체·전사체·단백질체·대사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네트워크-AI 분석으로 도출된 타깃을 실험을 통해 직접 검증하고 있다. 동일 환자 및 동일 조직 기반 데이터를 축적해 예측 정확도와 임상 번역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즉, 기존 AI가 데이터 안의 ‘보이는 패턴’을 찾는 데 그쳤다면, 양자 중첩 기반 AI는 ‘숨은 연결과 경로’까지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양자 중첩의 개념을 신약개발에 적용하면, 잘못된 적응증 설정이나 환자군 매칭 오류를 줄일 수 있으며, 신약개발의 불확실성을 계산 가능한 문제로 바꿀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AI 기반 신약개발과 정밀의료 혁신’을 주제로 세계 적인 연구기관과 대학,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해 AI와 바이오 융합이 이끌 미래산업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SK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LG AI Research 등 국내 대표 기업도 참여해 산학연병 협력안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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