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누리×민텔] 워터리스 뷰티, 효능으로 말하다
지속가능성보다 중요한 건 효과…제형 설득이 관건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11 06:00   수정 2025.11.11 06:01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워터리스 뷰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워터리스(waterless) 뷰티는 물을 함유하지 않거나, 최소화한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을 의미한다. 고체, 태블릿, 파우더, 밤(balm) 제형 등 그 유형이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액상보다 보존성이 뛰어나고 활성 성분 농도가 높은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꽤 오래 전부터 고체 샴푸, 고체 치약 등의 워터리스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약한 수준이었다. 물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속가능성, 친환경 등의 딱지를 달고 소비자에게 소개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긴 해도, 효능이나 사용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민텔은 다시 떠오르는 이 워터리스 뷰티 시장이 조금 더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먼저 효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앞세우고, 무수(無水) 제형의 장점을 확실하게 강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효능 중심 메시지로 소비자 설득

워터리스 뷰티가 아직까지 시장에서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소비자가 워터리스 제품을 '덜 효과적'이거나 '사용이 번거롭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2025년 신제품 중 워터리스를 내세운 제품은 1% 미만에 불과했다.

다만 관심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다. 미국 소비자의 31%는 바디케어, 캐나다 소비자의 44%는 구강케어 분야에서 워터리스 제형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민텔은 "워터리스 제품의 반복 구매와 장기적 수익 창출을 위해선 마케팅 메시지에서 '효능'을 최우선으로 강조해야 한다"며, "소비자는 지속가능성보다 효능을 우선하지만, 대부분 워터리스 혁신 제품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이라는 추상적 가치보다 '임상적 효과' '반복 사용 불필요' '고농축·빠른 흡수'와 같은 구체적인 효능 중심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민텔은 강조했다.
 

뉴질랜드 스키니즈(Skinnies)는 “무수분' 선크림은 피부에 오래 머물며 필요한 역할을 더 오래 수행합니다”라며 제품을 소개했다. ⓒ스키니즈, 민텔

예를 들어, 뉴질랜드 브랜드 스키니스(Skinnies)는 '물 없이 오래 가는 보호막'을 핵심 문구로 내세우며 워터리스 선스크린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농축 포뮬러를 사용해 자외선 차단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덧바를 필요가 적다는 점을 앞세운 것이다. 또한 물 기반 제품과 비교해 ‘백탁·유분감 없이 바로 흡수’ '15분 대기 불필요' 같은 구체적 차별점을 제시하며 소비자의 재구매 심리를 자극했다.

민텔은 "워터리스 포맷을 처음 접한 소비자일수록 사용 방식, 효과, 주의점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구매로 이어진다"며, 단순 메시지 외에 교육 콘텐츠·체험 기회·사용 가이드를 함께 제시할 것을 조언했다.

 

생소한 제형은 차별화 포인트

워터리스 제품의 가장 큰 장벽은 낯선 제형과 이에 따르는 낯선 사용감이다. 고체 클렌저, 파우더 토너, 태블릿 앰플 등은 소비자 입장에서 여전히 '특이한 포맷'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발림성이나 도포 확산성 면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민텔은 제형의 기능적 장점을 납득시킬 수 있다면 이러한 생소함을 오히려 브랜드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파우더 제형이 대표적인 예다. 물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존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비타민C나 HAC와 같은 활성 성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또한 소비자가 사용 시 직접 물을 첨가해 농도·텍스처를 조절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솔루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브랜드들이  워터리스 제품의  장점을 소개한 이미지. 루온코스(Luonkos)의 ' 루미너스 파우더 토너'(왼쪽)와  젬즈(Gemz)의 고체 샴푸.  ⓒ각 사, 민텔

핀란드 브랜드 루온코스(Luonkos)는 세계 최초로 파우더 타입 토너를 출시하며 이러한 포인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물과 만나야 활성화되는 제형 특성을 내세워, '루미너스 파우더 토너'는 보존제 없이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고, 액상 대비 활성 성분 비율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P&G가 올해 출시한 헤어케어 브랜드 젬즈(Gemz)는 고체 제형 샴푸에 대한 소비자 의심을 정면 돌파한 케이스다. 젬즈는 자사의 고체 샴푸가 액상 대비 8배 농축된 활성 성분을 담고 있고, 물과 만나면 즉시 활성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100% 농축 포뮬러이기 때문에 두피에 잔여물을 남기는 안정제가 필요 없다"고 설명하며, 고체 샴푸의 뻑뻑함·잔여물 같은 부정적인 사용감에 대한 편견을 반박했다.

미국의 케이트 맥레오드(Kate McLeod)는 고형 밤 형태의 바디로션 제품을 선보이며 '덜 묻어나고 깊이 스며드는 사용감'을 핵심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반 로션은 수분 함량이 높아 쉽게 증발하고 자주 덧발라야 하지만, 밤 제형은 고농축 포뮬러로 한 번 사용해도 피부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에 쥐면 체온에 의해 천천히 녹아드는 제형 특성 또한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됐다.

 

식물성 워터, 워터리스의 '부가가치'

워터리스 뷰티에 식물수(plant waters)를 결합하면, 효능·지속가능성·감각적 만족감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민텔은 식물수를 '순하고 효과적인 물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자연 유래의 은은한 향을 지닌 식물수 기반 제형은 워터리스 제품에서도 감각적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고 평가했다.

현재 뷰티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식물수로는 수분 공급과 홍조 완화에 도움을 주는 로즈워터, 모공 관리와 피부 진정에 효과적인 위치하겔 워터, 보습과 진정을 모두 갖춘 코코넛수·알로에베라수가 있다. 오크라수는 특유의 점액질 텍스처로 워터리스 제형에서 자연스러운 발림감과 점도를 구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RMS Beauty의 ‘레전더리 세럼 립스틱’(왼쪽), 오크라(O’kra) '스파클링 오크라 워터' ⓒ각 사, 민텔

이를 적용한 브랜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RMS 뷰티(RMS Beauty)의 ‘레전더리 세럼 립스틱’은 정제수 대신 유기농 비터 체리 워터를 립스틱에 사용해 자연 유래 원료의 지속가능성과 보습 효과를 동시에 강조했다. 과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원료로 활용해 환경 부담을 줄였고, 체리 워터 특유의 촉촉한 사용감과 은은한 향을 통해 감각적 만족도도 함께 높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론칭한 브랜드 올골든(All Golden)은 물 대신 선인장 과즙(cactus fruit essence)을 사용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균형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워터리스와 마이크로바이옴 뷰티, 장수 스킨케어 트렌드를 결합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니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식물수 워터리스 전략은 카테고리 간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민텔은 뷰티와 음료 브랜드 간 협업을 통해 식물수의 효능과 감각적 특성을 동시에 강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코넛수나 알로에베라수처럼 이미 대중적인 원료는 물론, 체리수·자작나무 수액·오크라수 등 이머징 식물수 역시 '이너뷰티+스킨케어' 콘셉트를 기반으로 교차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오크라(O’kra)는 '스파클링 오크라 워터'라는 음료를 선보였다. 단순 보습을 넘어, 호르몬 밸런스 조절, 갱년기 완화, 장 건강까지 아우르는 '이너뷰티+스킨케어' 연계 트렌드를 공략한 제품의 예다.

민텔은 "식물수는 뷰티와 음료 산업이 공동의 소비자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다"며 "기능성과 감각적 만족을 동시에 전달하는 워터리스 포맷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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