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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활용 확대는 단순히 동물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아닙니다. 동물에서 얻은 데이터가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아진 것이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기술과 모달리티가 복잡해졌는데 실험 체계는 그대로였던 거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약물동태연구센터 이경륜 박사의 말이다. 그는 최근 대전 카이스트(KAIST) 본원 학술문화관에서 열린 ‘2025 ODC Community in KAIST - Where Organoids & Possibilities Meet’ 행사에서 오가노이드와 디지털 기술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박사는 신약개발에 활용되는 예측형 약물동태학 플랫폼을 소개했다.
신약개발의 기초 실험이 동물에서 오가노이드로 이동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유래 세포로 만들어져 인간의 장기 구조와 생리 기능을 정밀하게 모사할 수 있다.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과정까지 재현할 수 있어, 동물 희생 없이 인간에 가장 근접한 시험 평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는 2022년 제정된 FDA Modernization Act 2.0과 2025년 FDA의 동물시험 축소 로드맵 등이 자리한다. FDA는 오가노이드, 장기칩, AI·계산 모델 등을 포괄하는 NAMs(New Approach Methodologies, 신규 접근법)의 규제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단일클론항체나 세포·유전자치료제처럼 인간 특이성이 높은 모달리티에서 오가노이드 기반 평가 체계로 전환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 박사는 “오가노이드는 합리적인 평가 시스템의 시작점”이라며 “기술과 모달리티가 복잡해질수록 동물보다 인간 세포에서 얻은 데이터가 더 설득력 있게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동물에서 오가노이드·디지털로…패러다임 전환
최근 오가노이드와 계산 모델(PBPK·AI)을 결합한 ‘디지털 오가노이드’ 접근도 확산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얻은 오가노이드 데이터를 수학적 모델로 변환해 임상 단계의 약동학을 예측하려는 시도다.
핵심은 IVIVE(In vitro-In vivo extrapolation), 즉 시험관(in vitro)에서 측정한 값을 생체 내(in vivo) 수준의 약물동태학(Pharmacokinetics, PK)으로 외삽(변수 값 추정)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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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사는 “모든 약물은 용량에 따라 독성이 될 수도,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며 “결국 핵심은 체내 노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생체이용률을 구성하는 요소를 실험적으로 추정하면, 약물이 인체에 실제로 어느 정도 도달하는지, 보다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는 PBPK(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생리학 기반 약물동태학) 모델이 함께 쓰인다. 이 모델은 인체 각 장기의 혈류량, 부피, 효소 발현량 등을 수학적으로 반영해, 시간에 따른 약물 농도 변화를 시뮬레이션한다.
오가노이드로 얻은 실험값을 PBPK 모델에 대입하면, 실제 인체에서의 약물 농도 곡선을 예측할 수 있다.
이 박사는 “동물에서 얻은 수치를 단순히 스케일링(비례 계산)하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면서 “앞으로 인간 세포 기반 데이터와 수학적 모델을 통합하는 쪽이 새로운 임상 설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장 오가노이드 결합으로 인체 약동학 예측
이 박사 연구팀은 장 오가노이드와 간 오가노이드를 연계한 디지털 다중 오가노이드 시스템인 예측형 약물동태학 플랫폼을 구축했다. 특히 최근 상장에 성공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오가노이드 기반 평가 실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장은 약물 흡수의 첫 관문, 간은 대사와 제거의 핵심 통로다. 두 장기 오가노이드의 데이터를 연결하면, 신약 후보물질의 경구 생체이용률도 임상 전 단계에서 정밀하게 가늠할 수 있다.
연구팀의 장 오가노이드는 기존에 널리 쓰이는 Caco-2 모델과 달리, CYP3A4 등 대사효소와 주요 수송체 발현이 인체와 더 유사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덕분에 흡수와 장관 통과와 같은 인체 기반 파라미터를 보다 정교하게 추정할 수 있다. 또한 간 오가노이드에서는 in vitro 대사율로부터 간 통과 분율까지 계산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장과 간은 약물의 첫 관문이자 마지막 관문”이라며 “두 오가노이드의 데이터를 PBPK 모델과 통합하면 실제 인체에서 약물이 어느 정도 도달하고 어떻게 작용할지 더 근거 있게 예측할 수 있다고, IVIVE는 그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틀이자 오가노이드는 그 데이터를 제공하는 유력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가노이드 디지털 통합 모델은 임상 1상, 즉 인체 첫 투여 용량 설정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인체 예측치를 함께 고려하면 안전한 초기 용량 산정 합리성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초기 임상 단계에서의 실패 위험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오가노이드·IVIVE·PBPK를 결합한 인간 중심 예측은 연구개발의 출발점을 바꾸는 흐름”이라며 “과학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더 타당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오가노이드, 연구실 도구에서 산업 인프라로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이경진 CTO는 오가노이드가 연구실 수준의 실험 도구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인프라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가노이드가 활발하게 비임상 단계의 독성·유효성 평가에 활용되고 있고, 신경 오가노이드(Brain Organoid)는 생체연산과 학습 신호를 모사하는 오가노이드 인텔리전스(OI) 연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부 오가노이드는 화장품 평가 등 이미 동물실험을 대체 하며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등,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생치료제 임상 및 신약개발 △약물 효능·독성 평가 서비스 △환자 유래 모델 기반 항암제 정밀의료가 대표적이다. 의약 외 영역인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오가노이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CTO는 “오가노이드는 연구와 산업을 잇는 플랫폼으로, 직접적인 매출과 기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라며 “표준화와 규제 연계가 진전될수록 오가노이드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파트너십과 서비스 시장이 함께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제도 변화도 긍정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정부가 오가노이드·장기칩 등 NAMs 연구개발 과제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출범한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에는 30여개 기업과 20여개 이상의 연구기관이 참여해 표준·검증·협력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 CTO는 “의약품·의료제품·헬스케어 전반에서 인체 근접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오가노이드는 그 변화의 출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머지않아 인체 데이터 기반 평가는 산업의 새 표준이 될 것이고, 연구 단계부터 임상 설계까지 모든 의사결정에서 오가노이드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행사는 KAIST·오가노이드사이언스·툴젠·토모큐브·에이블랩스가 공동 주최했다. 현장에는 생명과학, 공학, 광학기술, AI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300여명이 참석해 오가노이드 기술의 융합적 확장성과 산업화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ODC(Organoid Discovery Community)는 ‘우리의 연구가 당신의 커리어가 될 수 있다면?’을 슬로건으로, 유전자편집에서 광학기술에 이르는 첨단 융합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또한 행사장에서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한 ‘Art X Science Exhibition & Show’도 함께 진행됐다. BioArt, ASM-AgarArt, Global Idea Challenge, Fashion Show 등 창의적 전시 프로그램이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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