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R&D 비용 65% 폭등·영업이익률 17%로 추락"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R&D 생산성 10년 새 급격히 악화
특허 만료로 2025~2029년 사이 사라질 매출 2200억 달러 추정
한국 기업은 내부 효율화와 외부 혁신 동시에 추진해야 생존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16 06:00   수정 2025.10.16 06:01
한국아이큐비아솔루션즈(IQVIA) 이강복 상무가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 컨퍼런스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전 세계 제약바이오산업 R&D 구조가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급등하고 있지만, 생산성과 수익은 오히려 급락하고 있다.

한국아이큐비아솔루션즈(IQVIA) 이강복 상무는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 컨퍼런스 세션에서 “지금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산성 하락은 단순한 효율 문제를 넘어 산업 구조의 근본적 리셋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며 “기업이 점진적 개선에 머문다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15대 빅파마 파이프라인 에셋(Asset)당 평균 R&D 비용은 지난 10년간 65% 증가한 반면, 신약의 평균 피크세일즈는 5% 감소했다. 

그러나 그만큼의 성과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23%에서 2023년 17%로 6%p 하락, 2027년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1995~2014년 사이 출시된 신약 중 55%만이 출시 12년 내 R&D 비용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운 제품은 상업화 이후에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셈이다.

이 상무는 “신약이 많아졌지만, 매출 기여도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시장 세분화로 인해 하나의 약물이 담당하는 환자군이 좁아졌고, 특허만료 이후의 공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QVIA는 2025~2029년 사이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손실은 약 2200억 달러(약 31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0~2024년 660억 달러 대비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2030년대 초반에는 추가로 최대 200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이 소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상무는 “휴미라, 듀피젠트, 오젬픽, 위고비 등 주요 블록버스터의 특허 만료가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협력이 유일한 해법…빅파마의 전략 전환

이 상무는 “이제는 내부 확장보다 외부 협력이 중심이 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대형 제약사의 임상 개시 건수는 2015~2024년 약 20% 감소했다. 상위 15개사 중 3분의 1은 파이프라인 에셋 규모를 40% 이상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규 바이오파마(Emerging BioPharma)의 임상 개시 비중은 같은 기간 38%에서 64%로 증가했다. 신규 바이오 기업의 80% 이상이 상업화 전 단계에 머물러 있어, 파트너링이나 기술이전 없이 독립적으로 임상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 상무는 “신규 바이오텍의 절반 이상은 1년 이상 버틸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기술이전(L/O)이나 공동개발, 합작 모델이 생존의 기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글로벌 거래에서도 선급금(Upfront)보다 성과 기반 마일스톤과 로열티 비중이 확대되는 ‘후불형 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제는 ‘바이오텍 셀러 마켓(Seller’s Market)’이 아닌 ‘파마 바이어 마켓(Buyer’s Market)’으로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시장의 주도권이 바이오텍에서 빅파마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한국, 글로벌 R&D 리셋의 핵심 파트너로

이 상무는 “한국은 글로벌 R&D 리셋의 필수 파트너로 자리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또 ‘글로벌 임상시험 허브(Clinical Trial Powerhouse)’로서의 위상도 높이 평가했다.

실제 2023년 기준 한국은 전 세계 임상시험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했으며, 서울은 7년 연속 글로벌 임상시험 최다 수행 도시로 기록됐다. 이 같은 성과는 연구 인프라와 데이터 품질, 병원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가 결합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5년에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기술수출 규모가 약 7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헬스케어 AI 시장도 연평균 35~40% 성장세를 이어가며, 데이터 기반 신약개발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종합계획(2023~2027)’을 통해 글로벌 임상 인프라 강화와 혁신형 신약개발 환경 조성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한국은 ICH와 PIC/S 회원국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및 허가 심사체계가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주요 규제기관과 높은 정합성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상무는 “국내 기업은 내부 효율화와 외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전담 트랜스포메이션팀을 구성해 실행력과 구조적 변화를 병행할 때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변화(Change)의 시대가 아니라, 전환(Transformation)의 시대”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5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상업적 역풍과 R&D 비용 급등이 산업의 경제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아이큐비아,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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