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진단 시대 열었다
릴리와 공동개발 ‘pTau181’, 국내 도입 논의 본격화?
로슈 FDA 승인, 한국 진단기업들도 시장 진입 채비
1차 진료에서도 활용 가능, 국내 진단기업 기술개발 가속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16 06:00   수정 2025.10.16 06:01

로슈(Roche)가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공동으로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검사 ‘Elecsys pTau181’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알츠하이머 조기진단이 침습적 뇌척수액 검사나 고비용 PET 영상검사 없이도 가능해지면서, 혈액 기반 진단의 임상적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승인된 ‘Elecsys pTau181’은 55세 이상 인지저하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아밀로이드 플라그(amyloid plaque)와 타우 단백질 축적(tau aggregate) 여부를 선별하는 검사다.

특히 혈장에서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181)’의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알츠하이머 관련 병리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기존 검사 방식과 달리 혈액 한 방울만으로 진단이 가능해, 환자 부담을 크게 줄이고 1차 진료 환경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로슈는 현재 미국 내 약 4500개 임상검사실에 이 검사를 처리할 수 있는 ‘Elecsys’ 시스템을 설치해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국적인 접근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브래드 무어(Brad Moore) 로슈 북미 진단사업부 대표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1차 진료 영역으로 확장함으로써 환자와 의료진이 보다 이른 시점에 명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조기 치료 개입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적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내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700만 명에 이르며,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의 약 92%가 진단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추정된다.

이번 FDA 승인은 이러한 미진단 환자군의 조기 발굴을 가능하게 하여 질환 진행 억제 및 치료 효율성을 높이는 임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FDA 승인에 앞서 Elecsys pTau181은 지난 7월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다.
로슈는 진단기술의 글로벌 확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Trontinemab’의 임상 3상을 병행 중이다. Trontinemab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특이 항체로, 진단과 치료를 결합한 ‘테라노스틱(theranostic)’ 전략의 핵심 축으로 개발되고 있다.

릴리 역시 자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순라(Kisunla)’가 유럽에서 승인된 직후, 각국 정부에 진단 체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조기 진단 기술 확보를 치료제 상용화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로슈의 FDA 승인은 향후 시장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로슈 검사의 FDA 승인으로, 한국에서도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조기진단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건강검진센터 및 대학병원 중심으로 ‘비침습형 신경퇴행성 질환 진단’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들 역시 관련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씨젠(Seegene)과 SD바이오센서(SD Biosensor)는 혈액 내 단백질 및 엑소좀 기반 신경질환 진단 플랫폼 연구를 진행 중이며, GC셀과 제넥신은 알츠하이머 관련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조기검사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로슈의 pTau181과 유사한 ‘타우 단백질 인산화 패턴 분석’을 자체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한 분당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에서도, 혈액 기반 인지저하 진단법을 활용한 임상 검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디지털치매진단 플랫폼’과 ‘조기진단 기술 인증제도’ 마련을 추진 중이어서, 국내 임상 도입 및 보험 적용 논의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혈액 진단은 뇌영상검사 대비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고, 환자 접근성이 높아 국가건강검진 체계 내 포함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표준화 흐름에 맞춰 바이오마커 검증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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