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기 업체 미국 진출시 꼭 알아야 할 내용 - FDA 허가 절차·진출 전략
대륜 이일형 변호사 " FDA, AI와 IoT 기반 의료기 규제 강화-마케팅 규제 엄격"
"FDA 허가 절차 복잡하지만 예측 가능 영역...컴플라이언스 투자 선택 아닌 필수"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29 06:00   수정 2025.09.29 06:01

법무법인(유한) 대륜 이일형 변호사(ilhyunglee@naver.com)
변호사/약사/변리사/미국 회계사(Maine)시험 합격
(前)셀트리온 국내법무팀 변호사
(現)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센터장

기고자와 약업신문은 「의료기기」와 관련된 시리즈를 기획했다. 이번 기고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시 법적 규제와 진출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들어가며

최근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의 미국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K-뷰티 성공에 이어 K-메디컬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을 만나보면 FDA 허가 절차의 복잡함과 다양한 진출 전략 옵션 앞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기고자는 최근 코엑스 상담부스 행사를 통해 수십 개 업체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실무진실무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이 대부분 겹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핵심 사항들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 기고에서는 FDA 허가 절차와 검증된 진출 전략을 중심으로 실무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 FDA 허가 절차, 생각보다 까다롭다

미국 FDA는 의료기기를 환자에게 미치는 위험도에 따라 Class I, II, III로 나누어 관리한다. 각 등급별로 요구되는 허가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사 제품이 어느등급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Class I 제품 경우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 510(k)는 면제되지만 FDA 시설등록과 기기목록 등록은 반드시 해야 하고, 품질시스템 준수도 필수다. 특히 국내에서는 의약외품이나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제품도 미국에서는 의료기기로 취급받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Class II 제품이 가장 많은 업체들이 고민하는 영역이다. 510(k)를 통해 기존 승인 제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적절한 Predicate Device를 찾는 것이다. 같은 기능을 하는 제품이라도 predicate device 선정에 따라 허가 가능 여부가 갈릴 수 있다. FDA 검토 기간은 공식적으로 90일이지만, 추가 자료 요청이나 보완 과정을 거치면 실제로는 4-6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Class III 제품은 가장 까다로운 영역이다. 필러류가 대표적인데, PMA(시판 전 승인)를 받기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시험 데이터가 필요하다. 허가 기간도 최소 180일에서 수년까지 소요될 수 있어 충분한 시간적, 재정적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3. 직납이냐 간납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진출 전략이다. 크게 병원에 직접 판매하는 직납 방식과 유통업체를 활용하는 간납 방식으로 나뉜다.

직납의 가장 큰 매력은 수익성이다. 유통업체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마진을 극대화할 수 있고, 브랜드 관리와 고객 관계도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또한 병원과 의료진으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제품 개선이나 시장 동향 파악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직납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전역에 영업 인력을 배치하고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각 주마다 다른 규제를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 대형 의료기기 회사도 처음에는 직판을 시도했지만 결국 파트너 사와 제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을 정도다.

반면 간납은 신속한 시장 진입이 최대 장점이다. 이미 구축된 유통망과 고객 관계를 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이 적고, 복잡한 규제나 물류 절차도 유통업체가 담당한다. 다만 유통업체 수수료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브랜드 관리나 고객 관계를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간납의 경우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나 Distribuotr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은 가격 경쟁력, 제품 경쟁력, 공급 안정성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4. 성공 사례에서 찾는 실무 노하우

기고자가 상담한 업체들의 사례를 보면 몇 가지 패턴이 확인된다.

희귀질환이나 독특한 질환을 다루는 제품의 경우 직납이 유리했다.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전문성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직접 접근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적인 소모품이나  범용 의료기기는 간납이 나은 경우가 많았다.

한 의료기기 회사는 세계 최초 개발사라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법인을 설립해 직납을 시도하고 있었다.

반면 일회용 의료기기 제조사는 정부 입찰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비교적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진입 장벽이 낮은 정부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후 민간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5. 최신 규제 동향,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들

최근 FDA는 AI와 IoT 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AI 알고리즘의 경우 기존 510(k) 체계로는 관리가 어려워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이다. 이런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들은 규제 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마케팅 규제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FDA 허가받은 적응증을 벗어난 용도로 광고하거나 과장된 효과를 주장하면 엄중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UDI(Unique Device Identifier)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Class I 제품이라도 UDI 부착과 GUDID 등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사전에 정확한 요구사항을 파악해야 한다.

6. 결론 및 제언

미국 의료기기 시장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무엇보다 자사 제품의 특성과 회사 역량을 정확히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FDA 허가 절차는 복잡하지만 예측 가능한 영역이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한국 의료기기 업계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체계적인 진출 전략과 규제 대응 능력을 갖춘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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