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미국 공급망 강화 경쟁 가속화
암젠 비롯해 수십억 달러 투자 러시…미국 내 생산기지 강화·트럼프 관세 압박 대응
미국 의약품 리쇼어링 가속…수백 개 일자리 창출, 한국 제약업계에도 파장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29 06:00   수정 2025.09.29 06:01

암젠(Amgen)이 푸에르토리코 생산시설 확장을 통해 미국 내 의약품 제조 역량을 크게 확대한다. 이는 단순한 생산능력 확충을 넘어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암젠은 지난 26일 발표를 통해 푸에르토리코 준코스(Juncos) 부지에 약 6억 5천만 달러(한화 약 9천억 원)를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현지에 수백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며, 암젠의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 거점으로서 준코스 시설의 역할은 더욱 강화된다.

암젠의 푸에르토리코 진출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단일 건물과 30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준코스 부지는 이후 수차례 대규모 확장을 거쳐 현재는 20개 이상의 건물과 수천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초대형 단지로 성장했다. 특히 2003년에는 8억 달러를 투입해 신공장과 품질관리 연구소, 포장 인프라 등을 새로 구축했고, 2005년에는 시설 규모가 100만 평방피트에 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투자는 그동안의 성장 궤적을 잇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다.

암젠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전역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 6억 달러를 들여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R&D 센터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또 제조 인프라 측면에서도 오하이오주에 9억 달러,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0억 달러 규모의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단일 지역을 넘어 미국 전역에서 R&D와 제조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암젠의 대규모 투자는 단순히 기업 전략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10월 1일부터 미국 내 생산시설을 건설하지 않는 브랜드 의약품 기업에 대해 수입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 내 생산거점을 보유하지 않은 제약사들에게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하며, 암젠의 이번 행보도 이러한 정치적 환경 변화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암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젠,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일라이 릴리, 길리어드, GSK, 존슨앤드존슨, 머크, 노바티스, 노보 노디스크, 리제네론, 로슈, 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앞다퉈 미국 내 제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미국 내 제약업계 투자 약속은 수천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동시에 보호무역주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제약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국이 자국 내 생산을 의무화하거나 강력한 무역 장벽을 세우는 상황은 한국 기업의 수출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100% 관세 압박은 한국산 의약품의 대미 수출에도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제약사들은 현지 생산기지 확보, 미국 기업과의 합작, 또는 전략적 제휴 등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도 ‘CHORUS 2기’, ‘바이오허가TF’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정치권 역시 무역장벽 강화가 국내 산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통상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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