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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만·당뇨 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히는 노보 노디스크가 새 CEO 취임 한 달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 세계 7만 8400명 임직원 가운데 약 9000명이 감원 대상이며, 그중 5000명은 덴마크 본사 인력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이번 조치를 통해 오는 2026년 말까지 약 80억 덴마크 크로네(13억 달러)의 연간 비용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타르(Maziar Mike Doustdar) 신임 CEO가 밝힌 ‘성과 중심 체질 개선’ 전략의 첫 번째 조치다. 두스타르 CEO는 “가장 어려운 결정이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정일 때가 있다”며 “이번 선택은 노보 노디스크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몇 분기 연속 매출 성장 둔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소비자 중심’ 성격이 강화되며, 환자 접근성 확대와 비용 효율성 확보가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회사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개발(R&D)과 상업화 자원을 당뇨·비만 사업에 우선 배치하고, 제조 역량 확충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희귀질환 분야를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수년간 여러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은 약 80억 덴마크 크로네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25년 연간 영업이익 성장률은 기존 16%에서 10%로 낮아졌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충격이 불가피하지만, 회사는 효율적 비용 구조를 구축해 장기적으로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를 통해 글로벌 처방용 체중감량 시장을 개척했지만, 초기에는 제조 병목과 수요 폭증으로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이후 생산 능력 확충으로 공급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으나,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 국내 출시명 마운자로)’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젭바운드가 이미 위고비를 주간 처방 건수에서 추월했다.
더불어 FDA가 조제 제한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제약국(compounding pharmacies)을 통해 세마글루타이드 유사 제형이 여전히 대량 유통되고 있어 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빅파마가 최근 몇 년간 잇달아 단행한 구조조정 흐름과 맞닿아 있다.
화이자(Pfizer)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매출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을 감원했다. 특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샌포드(Sanford) 공장에서 1000명 이상을 줄이며 제조 효율화를 추진했다. 이는 팬데믹 특수 종료 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바이엘(Bayer) 역시 농업 부문과 제약 부문에서 동시다발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2024년 CEO 빌 앤더슨(Bill Anderson) 취임 이후 ‘급진적 간소화(Radical Simplicity)’ 전략을 추진했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R&D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GSK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및 백신 분야 R&D 투자 확대를 위해 저수익 사업부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병행했다. 이를 통해 핵심 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 배분하는 전략을 취했다.
다만 노보 노디스크의 경우 구조조정 배경이 단순한 수익성 방어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화이자나 바이엘이 매출 급감·부채 부담에 따른 ‘방어적 조치(defensive move)’였다면, 노보 노디스크는 오히려 초과 수요와 경쟁 심화 속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공격적 조치(offensive move)’라는 평가가 나온다.
즉,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절감된 자금을 다시 R&D와 생산 능력 확충에 재투자함으로써 비만·당뇨 시장의 패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릴리와의 경쟁 구도뿐 아니라, 차세대 GLP-1 계열 혁신 약물 경쟁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스타르 CEO는 취임 직후부터 ▲비만·당뇨 집중 ▲상업화 역량 강화 ▲비용 구조 재정립 등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그 우선순위를 현실화한 첫 번째 조치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계획을 통해 당뇨와 비만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만성질환 정복이라는 사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파마가 맞닥뜨린 공통 과제는 비용 효율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다. 노보 노디스크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동시에, 비만·당뇨 시장 패권을 두고 릴리와 벌이는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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