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보다 심각한 메디톡신, 반성없는 식약처"
5개 보건의료 시민단체 성명서…부실검증 책임 떠넘기기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6-19 19:28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식약처가 메디톡신 사태를 부실검증했다고 질타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은 19일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8일 식약처는 국내 보톡스 시장 1, 2위를 다투던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메디톡신주' 등 3개 품목에 대해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5개 보건의료 단체에 따르면, 메디톡신주 등은 흔히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톡신 제제로, 지난 2012년 12월부터 지속·반복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원료(원액)를 사용하고, 표시 함량(역가)을 조작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판매했다.

2013년과 2015년에 허위로 제출된 자료로 승인된 수량만 32만 6769바이알에 달한다고 하며, 이는 약 130만 명에게 미용 시술을 제공할 수 있는 양이다. 식약처는 이번에 허가를 취소하며 이러한 회사의 불법 행위에 무관용 조치로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투여받았을 불량 보톡스의 유통 판매 책임은 오로지 메디톡스에 있는 것인가" 물으며 "식약처는 규제기관으로서 정기적으로 생산공장의 품질관리기준(GMP)을 점검하고, 출하된 제품의 품질을 점검해 제품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부실검증이라는 의혹이 있음에도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에 슬쩍 빠져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식약처는 제약회사들의 자료를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조작된 자료에 대한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다가 결국 내부고발자의 신고와 검찰의 수사를 통해 메디톡스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것"이라며 "왜 식약처는 제약회사가 현장실사 등을 통해서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지 않는 것인가"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인보사 사태의 반복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했다.

무릎 관절염을 치료한다던 유전자세포치료제는 사실 종양유발이 가능한 세포로 이뤄져 있었고, 주사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그 문제의 원인은 결국 식약처가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개 시민단체들은 "더 큰 문제는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한 식약처의 대응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인보사사태 초기에도 안전성에 대한 큰 우려가 없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며 "이번 메디톡신 사태에서도 GMP가 이뤄지지 않은 생산공장에서 조작된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임에도 안전성에는 우려가 크지 않다는 근거 없는 장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툴리눔은 생물테러무기의 사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제생물무기금지 협약에 의해 관리되는 품목이며, 미국은 이러한 제제의 안전점검을 '허가제'로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FDA에서는 2009년부터 보톡스로 인한 사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해 최고수준의 경고인 '박스 경고(boxed warning)'를 해 안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

메디톡신주와 같은 제제는 호흡마비, 삼킴곤란, 아나필락시스, 심혈관계 이상반응 등의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큰 의약품이며, 환자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설령 피해가 없더라도 최소한 효과가 떨어지는 의약품을 허가당국을 믿고 사용한 환자들을 향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제대로 된 의학적 설명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이들 단체 설명이다.

5개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식약처는 규제실패에 대해 철저히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 책임을 전적으로 제약회사에게 돌리거나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며 "전문가 자문을 받았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에도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회사 전 제품들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상업화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하는 회사 15개 중 한국 회사만 8개에 달한다"며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되었던 메디톡스의 문제가 다른 회사에 없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식약처는 제약회사의 일벌백계만 내세울게 아니라 고질적인 허술한 허가규제 문제라는 본질부터 스스로 점검하라"며 "관련 제품들을 전면 재검토 하라. 최대한 빨리 문제 제품을 투여받은 환자를 위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