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장품 시장을 겨냥한 한국 기업들이 최근 강화된 규제 장벽에 직면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캘리포니아주의 ‘프로포지션 65(Proposition 65)’가 최근 화장품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면서 수출 기업의 부담도 커졌다. 2028년부터는 경고문 요건도 강화될 예정이어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최대 시장이자 K-뷰티 수용도가 높아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요 시장이지만, 소비자 안전 규제가 미국 연방법보다 까다로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화장품협회는 25일, 미국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의 규제 대응을 위한 웨비나를 개최했다. 연사로는 20년 이상 관련 업무를 맡아온 톰 조나이티스(Tom Jonaitis) RegTox Solutions 대표가 나섰다. 그는 실제 집행 추세와 합의 구조, 화장품 업계가 직면한 주요 성분 이슈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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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지션 65의 구조와 집행 메커니즘
‘프로포지션 65’는 1986년 제정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안전한 식수 및 독성 물질 관리법(Safe Drinking Water and Toxic Enforcement Act)’의 다른 이름이다. 조나이티스 대표는 “이 법은 특정 화학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아니라, 기업이 소비자에게 경고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고지 의무 법”이라고 강조했다. 적용 범위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며, 해외 기업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에서 제품이 유통될 경우 준수해야 한다. 유통업자도 책임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거나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 산하 환경 위해평가국(OEHHA)이 관리하고 있는 이 법의 목록엔 2025년 1월 기준 약 975종의 화학물질이 등록돼 있다. 중금속, 살충제, PFAS 계열 화학물질, 의약품, 용매·화학 반응물 등이 해당된다. 기업은 우선 제품에 해당 성분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포함된 경우 일일 사용량을 기준으로 ‘안전허용기준(SHL, Safe Harbor Level)’을 초과했다면 소비자가 확인하기 쉬운 곳에 경고 문구를 부착해야 한다.
경고문 형태는 ‘경고 전문(Long Form)’과 ‘경고 축약문(Short Form)’ 두 가지로 나뉜다. 경고 전문은 구체적 성분명을 포함해야 하지만, 축약문은 ‘암 유발 또는 생식 유해성’ 문구와 웹사이트 안내만 기재하면 된다. 조나이티스 대표는 “2028년 1월 이후 제조되는 제품부터는 축약문 요건이 강화돼, 경고 사유와 성분 관련 정보까지 표시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선제적 준비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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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제공은 다양한 방식 중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품 자체에 라벨을 부착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판매 시엔 진열 선반 태그나 게시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판매라면 구매 전 단계에 반드시 표시가 돼야 하며, 지오펜싱(Geofencing, 위치 기반 가상 경계 설정 기술)을 통해 캘리포니아 배송 주소 입력 시 경고가 노출되는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제조사, 생산사, 포장사, 수입사, 공급사, 유통사 등 공급망 내 어떤 단계에 있는 기업이라도 책임주체가 될 수 있다. 특히 유통사의 경우, 제조사로부터 경고문 관련 통지를 받았거나 자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한 경우, 또는 경고문을 은폐·훼손한 경우 직접 책임을 지게 된다.
조나이티스 대표는 “프로포지션 65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집행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변호사나 단체가 ‘위반 통지서(NOV, Notice of Violation)’를 발부할 수 있으며,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합의를 요구한다. 위반 시 1일 1건당 최대 2500 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대부분은 소송 전 합의로 종결되나, 소송까지 간다면 기업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는 조언이다. 합의 조건에는 합의금 지급과 경고 문구 제공, 제품 내 화학물질 함량을 조정하는 리포뮬레이션 등이 포함된다.
프로포지션 65와 관련한 기업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위반 통지서는 약 3170건, 합의금 총액은 2680만 달러였으나 2023년에는 4000건,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통지서 발행이 5000건 이상으로 확대되며 합의금은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조나이티스 대표는 “올해는 9월 기준 3500건 이상이 발행됐다”며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1억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화장품 기업이 직면한 위험 성분과 대응 전략
OEHHA는 지난 8월 디에탄올아민(DEA)의 경피 경로 기준 NSRL(무해기준)을 6.4㎍/일로 제안했다. 조나이티스 대표는 “기존 학술 연구 결과치와 큰 차이가 있어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 중에는 NSRL을 3400㎍까지 제시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월 이후 9월까지 화장품 관련 위반 통지만 1240건에 달했다.
조나이티스 대표는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세 단계로 제시했다. 첫째, 포뮬레이션(조성물) 검토다.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원료 스펙, 기술자료, 성분 선언서를 검토해 리스트에 포함된 화학물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 필요시엔 테스트를 통해 검증한다. 의심 성분이 포함됐는지, 함량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 안전허용기준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 셋째는 노출 평가다. 실제 사용량, 접촉 부위, 사용 빈도 등을 고려해 소비자 노출량을 정량화하고, 안전허용기준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안전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성분에 대해선 기업이 자체적으로 NSRL이나 MADL(최대허용노출량)을 산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전문적인 독성평가 역량이 필요하므로 외부 컨설팅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대응”이라면서도 “위반 통지서를 받게 되면 법률 자문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에서 전문 변호사와 협력해 시험 데이터·노출 분석 자료를 근거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면 합의금 규모를 줄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소송까지 가지 않고 사건이 종결되기도 한다는 것.
OEHHA가 소비자 제품 관련 60일 통지(NOV)를 받은 소규모 기업을 위한 가이드를 발표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질적 도움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조나이티스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기관이 제공하는 최신 자료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사전 점검·시험·노출 평가를 통한 리스크 관리와 전문 법률 지원 확보, 최신 규제 동향 파악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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