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뼈로 전이되면 병리학적 골절, 척수 압박, 방사선 치료, 수술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골격계 합병증(SRE, Skeletal-related events)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일부 환자에게는 신경 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 번 경험한 환자는 작은 충격에도 재발할 위험이 높아, 예방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치료제가 암젠의 엑스지바(데노수맙)다.
엑스지바는 RANKL(RANK Ligand)을 표적하는 약제로, 2014년 9월 국내에서 고형암 환자의 골격계 합병증 위험 감소 목적으로 처음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19년 2월에는 다발골수종까지 적응증이 확대되었으며, 2018년 9월부터는 건강보험 약제 급여 목록에 포함돼 영상검사로 골전이가 확인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과 유방암 환자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유방암·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연구에서 엑스지바는 기존 표준 치료제인 졸레드론산 대비 첫 번째 골격계 합병증 발생 위험을 약 18% 줄였다. 유방암 환자 20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졸레드론산군의 첫 합병증 발생 중앙값이 26.4개월이었던 반면, 엑스지바군은 연구 기간 내내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아 지속적인 효과를 보였다. 전립선암 환자 1,901명 대상 연구에서도 엑스지바는 첫 합병증 발생을 평균 3.6개월 지연시켰고, 다발성 합병증 발생 위험 또한 18% 낮췄다.
세 가지 주요 암종을 포함한 통합 분석 결과에서도 일관된 우월성이 확인됐다. 엑스지바군은 졸레드론산군 대비 첫 합병증 발생까지 평균 8.2개월 지연됐으며, 위험도는 17%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적 개선을 넘어, 암 환자들이 고통과 합병증의 공포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엑스지바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유방암 환자 대상 연구에서 중등도 이상 통증이 발생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엑스지바군이 9.7개월로, 졸레드론산군의 5.8개월에 비해 약 4개월 가까이 지연됐다. 18개월 추적 관찰에서는 건강 관련 삶의 질 지표가 엑스지바군에서 평균 10% 더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환자의 기저 통증 정도와 무관하게 관찰된 결과였다.
2024년 7월에는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엑스지바가 프리필드시린지(PFS, pre-filled syringe) 제형으로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의 교육을 통해 자가 투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 항암 치료 주기와 달라 병원 방문이 잦아 불편을 겪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나 바쁜 일상으로 내원이 어려운 젊은 직장인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엑스지바는 허가와 급여, 임상 근거, 제형 혁신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진화를 거듭하며, 암 환자의 삶을 지탱하는 핵심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합병증을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가 통증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데 그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