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기업의 디지털 전환 범위가 공장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효율화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판매와 고객 반응을 생산·재고·상품 기획에 다시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카페24가 14일 서울 여의도 FKI플라자에서 개최한 ‘제조사의 브랜딩 전략, K-제조 이커머스 혁신 컨퍼런스’에선 제조기업의 데이터 활용과 소비자 직접 판매(D2C) 전략이 논의됐다.생산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제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판매 데이터를 생산과 재고 관리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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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 넘어 시장 데이터까지
디지털화의 중심이었던 스마트공장 정책은 이제 데이터 연결과 인공지능(AI) 활용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제조혁신협회 예희정 상임이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지원 3만개를 달성한 이후, 축적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하는 고도화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의 목적은 설비나 장비 도입 자체가 아니다. 생산과 제조 이력 등을 디지털화해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서로 연결한 뒤 AI나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는 설명이다.
예 이사는 화장품 제조사인 GDK화장품을 우수 사례로 언급했다. GDK는 설비 자동화, 품질 표준화, 공장 이력의 디지털화, 실시간 재고 흐름까지 아우르는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제조 역량을 끌어올렸다. 스마트 공장 도입으로 제조 리드타임이 약 20% 단축됐으며, 공정 불량률은 41%, 납기 소요일은 31.1% 감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다만 공장 내부의 데이터만으로 생산계획의 불확실성을 모두 줄이기는 어렵다. 실제 수요 변화가 생산 데이터보다 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 상임이사는 특정 화장품이 소셜미디어에서 갑자기 주목받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급격한 수요 변화에 대응하려면 온라인 판매 데이터를 제조 영역에 전달해 생산관리시스템(MES)의 생산계획 변경과 원재료 자동 발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마트공장은 공장 안의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고 B2C는 시장의 데이터를 만드는 일”이라며 “제조 데이터와 B2C 고객 데이터를 AI로 연결해 생산계획과 발주 등 의사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리는 역량이 제조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을 생산에 반영하려면 판매량 확인 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상품이 꾸준히 팔리는지, 특정 시기에만 반응하는지, 고객이 어떤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지까지 살펴야 생산과 재고 판단에 활용할 수 있다.
카페24 K-제조 이커머스 혁신 프로젝트 서춘 PM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시장에서 잘 파는 것은 전혀 다른 역량”이라며, 판매 과정에서 고객과 데이터가 기업 내부에 축적돼야 다음 상품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부 플랫폼 판매에만 의존하다 보면 매출이 발생해도 고객 관계와 재구매 정보를 제조사가 직접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D2C의 의미도 판매 채널 하나를 더 만드는 것보다 시장 반응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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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속도가 생산·재고 판단 기준
시장 데이터를 확보한 뒤에는 이를 상품별 전략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품의 판매 비중과 지속성을 살펴 생산·재고 관리 기준을 달리하는 방안들도 제시됐다.
카페24 마케팅센터 김은송 팀장은 꾸준히 많이 팔리는 핵심 상품에는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판매를 확대하는 반면, 기여도가 낮거나 수요 변동이 큰 상품은 소진이나 판매 중단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제품 기획도 마찬가지다. 시장 경쟁 강도와 상품별 매출 집중도, 경쟁 제품의 판매 현황을 살펴 진입 위치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바구니와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면 함께 판매되는 상품을 묶거나, 노출은 적지만 구매가 이어지는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는 전략도 세울 수 있다.
김 팀장은 “광고 데이터가 마케팅 부서 안에서만 머무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할지, 다음 시즌에는 어떤 제품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판매 현장의 정보를 제조 쪽으로 다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매 현장의 정보를 생산에 반영하려면 재고 상황도 함께 살펴야 한다. 수요가 늘어난 상품의 생산량을 조정하더라도 현재 재고와 출고 속도, 추가 발주 시점을 함께 판단하지 않으면 품절이나 과잉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고 회전이 늦어지면 자금이 장기간 묶여 다음 생산과 마케팅에 투입할 여력도 줄어든다.
박성진 카페24 마케팅센터 그룹장은 재고소진일수(DIO)를 주요 지표로 제시했다. 현재 보유한 재고가 모두 판매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확인하면 자금이 재고에 얼마나 오래 묶여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그룹장은 “재고를 데이터로 관리해야 하고 회전이 빨라지면 묶인 현금이 풀린다”며 “그 현금을 다시 광고나 발주에 재투자해 매출을 확대한 뒤 다시 재고가 회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 확대와 생산 확대를 같은 결정으로 봐선 안 된다. 판매가 빠르게 늘었는데 재고가 부족하면 기회를 놓치고, 시장 반응을 확인하지 않은 채 생산량부터 늘리면 재고 부담이 커진다. 판매 속도와 재고, 발주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제조 데이터의 디지털화가 공장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기반이라면, 판매 데이터는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근거가 된다. 판매 현장에서 포착한 수요를 생산계획과 발주, 재고 운영에 반영하고 다시 상품 기획으로 이어가는 의사결정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K-뷰티 제조기업의 데이터 경쟁력도 이제 공장 안의 정보를 얼마나 많이 축적했는지를 넘어 시장의 반응을 제조 의사결정에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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