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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가 고령화와 고가 신약 확대로 압박받는 건강보험 재정의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한 임상적 효과를 제공하면서 가격 경쟁을 촉진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골다공증 치료제 성분 ‘데노수맙(denosumab)’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제적 가치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치료제 사용량은 늘었지만 데노수맙 성분 의약품 시장에 지출된 금액은 감소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하는 제품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데노수맙 처방 13% 증가, 시장 규모 7% 감소
대표 사례는 ‘프롤리아(Prolia)’의 성분인 데노수맙 시장이다. 데노수맙은 파골세포의 형성과 기능에 관여하는 RANK 리간드(RANKL)를 억제해 골흡수를 줄이는 단클론항체 기반 골다공증 치료제다.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되는 프롤리아는 6개월에 한 번 피하주사하는 장기 유지 치료제라는 특성으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국내 데노수맙 성분 처방량은 2024년 122만3591건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2025년 138만5629건으로 증가했다. 1년 동안 16만2038건, 약 13.2%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데노수맙 시장 규모는 약 1749억원에서 1623억원으로 126억원, 약 7.2% 감소했다. 환자 처방량은 늘었지만 시장에서 지출된 전체 약품비는 줄어든 것이다.
아이큐비아 자료는 건강보험 청구액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 규모 감소분 126억원을 건강보험 재정 절감액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다만 동일 성분 의약품의 사용량이 증가했는데도 시장 규모가 줄었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의약품 단가를 낮추고 약품비 증가를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골다공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정형외과 교수는 “데노수맙은 투여 간격이 6개월로 비교적 길지만,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다음 투여가 지연되면 골밀도가 빠르게 감소하고 척추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정해진 주기에 맞춰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 인하는 환자의 장기 치료 부담을 낮추고, 비용 문제로 투여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을 줄여 치료 지속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 확대가 약가 인하로…동일 성분 약 12.5% 인하
데노수맙 시장의 가격 경쟁은 바이오시밀러 진입이 확대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국내 시장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HK이노엔, 대원제약 등이 잇달아 진입했다. 데노수맙 동일 제제를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한 회사가 4곳 이상으로 늘면서, 등재 회사가 3곳 이하일 때 적용되던 약가 가산도 종료됐다.
그 결과, 오리지널 프롤리아의 약제급여 상한금액은 기존 12만3760원에서 10만8290원으로 1만5470원, 약 12.5% 인하됐다. 프롤리아와 바이오시밀러의 약제급여 상한금액 모두 10만8290원으로 조정됐다. 바이오시밀러가 자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인하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바이오시밀러의 효과가 개별 제품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에만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중심 시장에 가격 경쟁을 촉발하고, 후속 제품이 잇달아 진입하면 약가제도에 따라 오리지널을 포함한 동일 제제 시장 전체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보건사회약학 전공 교수는 “바이오시밀러의 재정 효과는 해당 제품이 확보한 시장점유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후속 제품의 진입이 오리지널을 포함한 동일 제제의 약가 조정을 유도하고 시장 전체의 평균 단가를 낮춘다면,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이 높지 않더라도 건강보험 약품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10% 안팎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방 전환은 더디지만 바이오시밀러 진입으로 프롤리아를 포함한 동일 제제의 약가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개별 제품의 점유율보다 클 수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에서 커지는 경제적 가치
바이오시밀러의 경제적 가치는 초고가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 수는 적지만 환자 1명당 연간 치료비가 수억원에 이를 수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런 분야에서 바이오시밀러가 가격을 낮추면 동일한 재원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 사례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등에 사용되는 ‘에쿨리주맙(eculizumab)’ 치료제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솔리리스(Soliris)’의 당시 바이알당 약제급여 상한금액은 513만2364원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EPYSQLI)’는 국내 출시 당시 바이알당 약제급여 상한금액이 251만4858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솔리리스 당시 약가의 절반 수준이다. 이후 솔리리스가 약가를 인하했지만 에피스클리는 인하된 오리지널보다도 약 30% 낮은 가격으로 등재됐다.
상급종합병원 희귀질환센터 교수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약가가 높고 급여 기준도 엄격해,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실제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치료비를 낮추고 절감된 재원을 급여 범위 확대에 활용한다면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진입만으로는 부족…처방 전환 정책 필요
바이오시밀러가 낮은 가격으로 급여에 등재됐다고 해서 처방이 곧바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 유지 치료제는 기존 처방 경험과 환자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하고, 병원에 따라 약사위원회 심의와 원내 코드 등록 등의 절차도 필요하다는 게 의료 현장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 의료진과 환자가 임상 사용 경험이 축적된 오리지널을 계속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이후에도 실제 처방 전환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오시밀러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실제 의료 현장으로 연결하려면 단순한 시장 진입을 넘어 처방·구매 단계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료기관의 사용을 유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의료진과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의 품질·유효성·안전성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절감 재원의 활용 방향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확보한 재원을 희귀질환 치료제, 혁신 신약,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재투자하는 구조가 구체화되면 의료진과 환자의 제도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시밀러 처방 경험이 풍부한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처방 경험이 축적돼 있어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바이오시밀러 전환이 곧바로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약사위원회 심의와 원내 코드 등록, 의료진의 사용 경험, 환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환자의 수용이 함께 뒷받침돼야 실제 처방 확대와 재정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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