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C '조코' 승인에 "환자가 모르모트냐"
의료계, 약사의 지질저하제 취급에도 우려감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5-14 17:30   수정 2004.05.14 19:04
IMS 헬스社에 따르면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60억 달러 상당, 미국에서만 140억 달러 상당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던 블록버스터 품목群이다.

화이자社의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머크&컴퍼니社의 '조코'(심바스타틴)와 '메바코'(로바스타틴), 아스트라제네카社의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의 '프라바콜'(프라바스타틴) 등이 바로 여기에 속하는 약물들.

하나같이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드럭으로 손꼽히고 있는 거대품목들이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가 12일 머크&컴퍼니社의 '조코' 10㎎ 제형에 대해 처방전 없이도 구입이 가능토록 허가를 결정하자 의료계와 소비자단체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처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의 시각은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들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을 예방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약물임에도 불구, 일부에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바이엘社이 발매했던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세리바스타틴)의 경우 지난 2001년 횡문근융해증과 신장손상 부작용 문제로 회수조치된 바 있다.

또 많은 이들이 콜레스테롤値를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식이조절과 운동요법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는 현실도 이번 결정에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소비자협회(CA)는 13일 "이번 결정은 부분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위해 일반대중을 기니픽(guinea pigs)과 마찬가지로 대하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기니픽은 흔히 모르모트로 불리우고 있지만, 이 말은 프랑스産 다람쥐과 동물 마르모트(marmotte)를 혼동하여 잘못 일컫는 표현.

소비자협회측은 또 "정부가 국가의료제도(NHS)에서 약제비 지출이 치솟자 처방약의 OTC 전환을 통해 재정절감을 꾀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덧붙였다.

왕립연구재단의 나이얼 딕슨 이사장은 "OTC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겠지만, 증상의 경·중을 가리지 않은 채 모든 환자들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영국 뇌졸중협회(SA)도 "모든 약물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와는 별도로 비판적인 일부 의사들은 약사가 처방전 없이 스타틴系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취급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립일반개원의협회(RCGP)는 "약사들의 경우 아직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투여하지 않은 환자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거쳐 콜레스테롤値가 매우 높은 상태에 있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약사들은 환자의 병력(病歷)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므로 환자의 상태를 부족함 없이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 소재 IDEAS 유전자연구센터의 스티브 험프리 박사는 "스타틴系 약물들이 OTC로 판매되면 심각한 수준의 심장병 가족병력을 지닌 환자들을 가려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가족병력이 있는 환자들은 OTC로 판매될 제형에 비해 훨씬 고용량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필요로 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건네받기 전에 OTC 제형을 복용할 수 있게 될 경우 오히려 환자를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RCGP의 짐 케네디 박사는 "약사들이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 발병가능성을 충실히 판단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약사측이 의사들에게 환자의 상태를 반드시 고지토록 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못한 현실은 또 다른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속하면서 심혈관계 질환들의 발병위험률이 매우 높은 부류이거나, 발병을 예방하는데 소요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의 경우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신속하게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방약이 OTC로 전환될 경우 약제비를 100% 본인이 부담토록 하고 있는 시스템을 의식한 언급인 셈.

한편 영국 왕립약사회(RPS)의 길리언 호크워스 회장은 "콜레스테롤 저하제의 OTC 전환 승인으로 환자치료 수준의 향상이 가능케 된 것은 물론이고 약사가 그들의 직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혀 대조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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