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지는 의약품 제조 규제… 제약 제조 혁신, 스마트 팩토리가 답이다
노후 공장 디지털 전환 아키텍처 전략, 2026년 개편된 중기부 지원 사업 핵심 가이드 제시
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 성공 사례부터 최대 2.5억 정부 지원금 100% 활용법까지 총망라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03 06:00   수정 2026.04.03 06:01
(왼쪽부처)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김태율 본부장,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재단)의 소혜정 PM.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엄격한 품질 관리와 고도의 공정이 필수적인 의약품 제조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DX)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생산성 향상과 규제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2일 일산 킨텍스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주관한 '제9차 K-SPACE STATION'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K-SPACE STATION은 본래 연구개발(R&D)이나 사업개발(BD) 분야 실무자들이 모여 신규 파이프라인을 논의하는 오프라인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시작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 9차 행사는 '의약품 제조 혁신'을 주제로 내걸고 국제의약품전에 참석한 제조 및 생산, 품질 부서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파격적인 구성을 선보였다.

행사의 포문을 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업진흥팀 이영호 팀장은 "품질 관리 부서에 몸담았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공장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외부 사람들과 교류하기가 참 어려웠다"고 회고하며, "현장 실무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소통하고 정부 과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도 전달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노후화된 제약 공장, 어떻게 스마트하게 바꿀 것인가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김태율 본부장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해외 동향과 실무적 팁을 공유했다. 1836년 설립되어 올해 190주년을 맞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자사 공장 100여 곳을 단기간에 디지털화한 풍부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포럼(WEF)이 4차 산업혁명 기술 선도 기업에 부여하는 '등대공장'을 전 세계에 9개나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곳은 최고 수준의 에너지 감축을 달성한 '지속가능 등대공장'으로 전 세계 최다 보유 기록을 세우고 있다.

김 본부장은 보수적인 제약 산업 현장에서 실무진들이 겪는 고민, 즉 "이미 노후화된 기존 설비들을 어떻게 한 번에 스마트 공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단순히 제조 공정의 자동화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물류 창고부터 사무동에 이르는 공장 전체 프로세스를 포괄하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후 특정 구역이나 설비에서 먼저 테스트를 거쳐 기준을 세우고, 이를 복사하듯(Copy and Paste) 다른 공정으로 빠르게 확장해 나가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성과는 뚜렷하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스마트 팩토리 전환 후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년에서 2년 남짓에 불과하다.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 30%까지 개선할 수 있으며, 데이터 기반의 꼼꼼한 관리 덕분에 제약업계의 치명적 리스크인 제품 품질 문제도 15%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의약품 제조는 데이터 무결성 보장과 규정 준수가 생명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장 밑단에 위치한 설비들의 IoT 통신 연결부터 시작해 엣지 제어 시스템(PLC, DCS 등), 무정전 전원 장치(UPS)가 결합된 전력 관리, 그리고 최상위 ERP와 QMS까지 모든 계층이 유기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다층적 아키텍처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막막한 자금 마련, 정부 지원 사업으로 돌파구 찾아야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혁신을 현실로 만들어 줄 든든한 재정 지원 제도가 소개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7년 연속으로 운영 중인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재단)의 소혜정 PM이 단상에 올랐다. KIMCo 재단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59개 제약 바이오 기업이 출연해 만든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KIMCo 재단이 운영하는 부처 협업형 사업은 국내 의약품 및 의료기기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현장의 호응도와 성과가 매우 높다. 실제로 지난 6년간 총 148억 원을 지원하는 동안 재단의 촘촘한 네트워크와 전문가 풀을 활용해 99%에 달하는 사업 성공 판정률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진양제약은 지원 사업을 통해 MES, QMS, MRP 솔루션을 구축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공정 시간 14% 단축, 공정 불량률 83% 감축이라는 괄목할 만한 생산성 혁신을 이뤄냈다.

특히 2026년부터는 지원 제도가 한층 유연하고 파격적으로 개편되어 기업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해 신규 지원 과제의 경우 '고도화'와 '동일 수준(재지원)' 유형 모두 사업 기간이 9개월로 일원화되었으며, 두 유형을 합산한 정부 지원 한도가 최대 2.5억 원까지 확대됐다. 만약 고도화 과제로 먼저 1.5억 원을 지원받았다면, 잔액인 1억 원을 동일 수준 지원금으로 추가 신청할 수 있어 기업 여건에 맞춘 탄력적인 예산 활용이 가능해졌다.

과제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생산, 품질, 원가, 납기, 환경, 안전으로 나뉜 6가지 핵심 성과 지표(KPI) 중 최소 2개 이상(핵심 지표 1개 필수)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소 PM은 한정된 예산을 따내기 위한 팁으로 '스마트 공장 수준 확인 사업'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 제도를 통해 사전에 자사 공장의 수준 확인서를 발급받아두면 평가 과정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귀띔이다. 단, 발급까지 최대 두 달가량이 소요되므로 본 사업 신청 전 미리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의약품 제조 공정의 기준이 날로 깐깐해지는 시대다. 선도 기업들의 빠른 기술적 진보와 정부의 맞춤형 자금 지원 제도가 맞물리며,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능형 공장' 시대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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