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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글로벌 제약산업이 ‘확장’에서 ‘조정’ 국면으로 본격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 분석 기업 아이큐비아(IQVIA)와 미국·글로벌 소식 전문 매체 피어스 파마(Fierce Pharma)가 연매출 200억 달러 이상 주요 제약사 17곳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한 해 동안 총 2만 20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17개 기업 중 12곳이 인력 감소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산업 흐름이 조직 축소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2022년 단 3개 기업만 인력 감소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경기 대응이 아닌, 향후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약 30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특허절벽(patent cliff)’에 대비한 구조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로 인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산업 환경 속에서도 각 기업의 대응 방식은 크게 달랐다. 일부 기업은 특허절벽 대응을 위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반면, 다른 기업은 성장 영역 확대를 위해 오히려 공격적인 채용을 지속했다.
글로벌 제약산업이 ‘일률적 구조조정’이 아닌 ‘전략적 선택과 집중’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인력은 다운 생산성은 업…“효율 중심 경영 전환”
주목할 점은 인력 감소가 반드시 기업 성과 악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분석에서 17개 기업 중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직원 1인당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고수익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과 조직 구조 최적화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일부 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사노피는 일반의약품 사업 지분 정리를 통해 8000명 이상의 인력을 줄였지만, 1인당 매출은 21.8% 증가하며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노바티스 역시 제네릭 사업부 분사 이후 지속적인 조직 슬림화를 이어가며 2025년 목표로 설정했던 핵심 영업이익률 40%를 조기 달성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중심 성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GLP-1 시장이 만든 ‘예외적 성장’…릴리·노보 전략 대비
전체 산업이 구조조정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오히려 공격적인 인력 확장을 지속하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다.
일라이 릴리는 2021년 대비 2025년까지 약 42.9% 인력을 확대하며 약 5만명 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같은 기간 약 43.9% 증가한 6만 8800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특히 릴리는 터제파타이드 기반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국내 제품명 ‘마운자로’로 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와 동일)’의 글로벌 성공을 바탕으로 인력 확대와 생산성 증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2025년 릴리의 1인당 매출은 36% 증가하며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2024년 대규모 채용으로 약 7만 6000명까지 인력을 확대했지만, 2025년 약 7500명을 감축하며 9.8%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GLP-1 시장 경쟁 심화와 매출 성장 둔화, 그리고 복합제 및 경쟁 제품 등장에 따른 전략 수정의 결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치료 영역에서도 기업별 전략과 시장 대응 방식에 따라 인력 정책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양상이 확인된다.
특허절벽 대응 본격화…머크·화이자·BMS 구조조정 확대
특허절벽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은 주요 글로벌 제약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머크는 핵심 매출원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2027년까지 연간 30억 달러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약 6000명 감원이 포함됐다.
화이자는 2023년부터 진행 중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까지 총 77억 달러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7000명, 2025년 6000명을 감축하며 인력을 약 7만 5000명 수준으로 줄였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역시 2025년까지 15억 달러, 2027년까지 추가 20억 달러 비용 절감을 목표로 약 1600명을 감축했다.
이 외에도 다케다는 ADHD 치료제 ‘바이반스’의 제네릭 진입에 대응해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바이엘 역시 조직 단순화 전략을 통해 인력을 약 10만명에서 8만8000명 수준으로 줄였다.
사업 분할·매각 영향…“인력 감소 = 전략 재편 결과”
최근 인력 감소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사업부 분할 및 매각이다.
GSK는 소비자헬스 사업부 ‘헤일레온’ 분사로 약 2만 700명 인력이 감소했고, 존슨앤드존슨은 ‘켄뷰’ 분사를 통해 약 2만800명 인력을 줄였다.
노바티스는 ‘산도스’ 분사로 약 2만 5600명 감소를 기록했으며, 사노피 역시 일반의약품 사업(Opella) 지분 정리로 8000명 이상 인력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감원이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비핵심 사업을 분리하고 혁신 의약품 중심으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인력 구조 역시 이에 맞춰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심 고생산성 구조…비미국 기업과 격차 확대
생산성 측면에서는 미국 제약사들이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2025년 기준 1인당 매출 173만 달러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BMS(148만 달러), 일라이 릴리(130만 달러), 암젠(117만 달러), 애브비(107만 달러) 등 총 5개 기업이 1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비미국 기업 중에서는 노바티스(75만 3000달러), 로슈(71만 7000달러), 사노피(70만4000달러)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으나, 전반적으로 미국 기업 대비 낮은 생산성을 보였다.
이 같은 격차는 고부가가치 신약 중심의 매출 구조와 비용 효율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확장 시대 종료, 선택과 집중 시작”…산업 구조 전환 가속
2025년 글로벌 제약산업의 인력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시작으로 해석된다.
과거 수년간 이어졌던 인력 확장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성장 분야에서는 인력 확대가 지속되는 반면, 특허 만료가 집중되는 영역에서는 비용 절감과 조직 슬림화가 병행되고 있다.
특히 향후 5년간 예상되는 대규모 특허절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규모 경쟁’에서 ‘효율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인력 전략 역시 그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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