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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재점화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일각에서 제기된 ‘바우처’ 방식의 우회로가 아닌, 정식 급여권 편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중증 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 기조와 경증 질환에 대한 재정 합리화라는 상충된 과제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28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에 탈모약 급여화 진행 상황에 대해 밝혔다.
유 과장은 “지난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이 지시한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안으로 내부 검토 중”이라며 “언제까지라는 계획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빨리 진행한다’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바우처와 결이 맞지 않아”... 정공법 택한 복지부
유 과장의 발언 중 가장 주목할 대목은 ‘건강바우처’와의 선 긋기다. 당초 업계와 관가에서는 막대한 재정 소요를 우려해, 건강보험종합계획에 포함된 ‘청년 건강바우처(의료 이용이 적은 청년에게 인센티브 제공)’를 활용해 탈모약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유 과장은 “(건강바우처는) 의료 이용이 적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관점인 반면, 탈모약 급여는 치료적 접근이므로 결이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는 탈모 지원을 바우처 형태의 일회성 시혜가 아닌,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치료’의 영역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즉, 탈모를 단순 미용이 아닌 ‘삶의 질을 저해하는 질환’으로 보고 급여권 진입을 타진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강화’ vs ‘청년 표심’... 정책 엇박자 우려도
문제는 명분과 현실의 괴리다. 유 과장 역시 “전체적인 틀에서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질환 부담은 합리화(축소)해야 한다”는 건보 정책의 대원칙을 강조했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 질환에 재정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경증·미용성 질환인 탈모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이 딜레마의 돌파구로 ‘사회적 공감대’를 지목했다. 유 과장은 “경증 합리화라는 흐름 하에서 ‘청년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보면서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의학적 위급성보다는 ‘청년 세대의 고통 분담’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확인될 경우, 이를 근거로 예외적인 급여 적용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성지’ 종로 약국가 긴장... 제약업계는 ‘약가 셈법’ 분주
정부가 속도전을 예고하면서 제약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급여화가 실현될 경우 처방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지만, 동시에 강력한 ‘약가 통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현재 비급여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계열 제네릭들의 경우, 급여 등재 시 정부가 정한 상한금액에 맞춰 가격이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소위 ‘성지’로 불리는 특정 약국들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고, 동네 의원과 약국으로 처방이 분산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유 과장은 “어려운 난제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관건은 ‘탈모는 질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 속도와, 조 단위로 추산되는 재정 부담을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가 ‘의학적 관점’과 ‘정치적 요구’ 사이에서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의료계와 제약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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