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R&D⑤]중소벤처기업부, 2조1959억 역대 최대…제약바이오 타깃 트랙은?
임상 전 단계, 기술사업화·TRL 점프업…투자 유치 기업, TIPS 트랙 핵심 선택지
퍼스트인클래스 기술, 딥테크 챌린지…글로벌 확장 단계는 Global-DIPS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21 06:00   수정 2026.01.21 06:01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정부의 일방적인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여파로 현장 전반에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연구개발(R&D)과 투자 여력까지 동반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직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는 R&D 예산을 확대하며 생명공학 기술과 제약바이오 신약개발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술 기반 기업과 연구 조직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합리적인 약가 협의와 함께, 변화된 정책 환경을 냉정하게 해석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다. 확대되는 연구개발 재원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정교하게 연결한다면, 이번 위기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약업신문은 보건의료·제약바이오 산업이 선택지와 전략을 점검할 수 있도록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 현장.©약업신문=김홍식 기자

2026년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배정됐다. 그러나 R&D를 바라보는 기준은 한층 냉정해졌다. 기술의 완성도보다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가 출발점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에서 R&D 예산의 주요 방향과 핵심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올해 R&D 예산으로 총 2조1959억원이 편성됐다. 지난해 1조5170억원 대비 약 45% 증가한 규모다. 2024년 구조조정 이전 수준을 넘어 중기부 R&D 예산으로 역대 최대치다.

중소벤처기업부 송재훈 기술개발과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라며 “중소기업의 경제적 성과로 직접 연결되는 이른바 돈이 되는 R&D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투자 연계·사업화 중심 R&D 재편

민간 투자 연계와 기술사업화가 주요 방향으로 제시됐다. 2026년 중기부는 투자·융자 연계 R&D에 4570억원(신규 2266억원, 계속 2305억원)을 배정했다. 스케일업 TIPS는 최대 3년, 30억원 이내로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글로벌 진출을 겨냥한 글로벌 TIPS는 최대 4년, 60억원까지 지원한다.

혁신적 기술 도전을 전제로 한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DCP)는 최대 4년, 200억원까지 지원되는 미션형 R&D로 설계됐다. 연구 성과보다 성장 가능성이 검증된 기업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정책 신호가 나타났다.

기술사업화 전용 R&D도 강화됐다. 민관공동 기술사업화 사업에는 총 1299억원(신규 603억원, 계속 696억원)이 투입된다. 대학·출연연 기술이전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전 사업화와 TRL 점프업 과제는 1단계 PoC·PoM(9개월, 1억원) 이후 선별을 거쳐 2단계 최대 2년, 10억원까지 연계 지원한다. 

수요 기업이나 투자자가 구매·투자 의사를 밝힌 과제는 구매연계·상생협력 트랙(경로)을 통해 최대 2년, 6억원을 지원받는다. 기술 검증과 시장 검증을 동시에 요구하는 구조다.

송 과장은 “VC 등, 민간에서 선투자한 기업에 정부가 R&D를 연계하는 TIPS 방식을 성장 단계별로 고도화해 범부처 정책 플랫폼으로 구축할 계획”이라며 “기술 개발 단계에서 끝나는 R&D가 아니라, 기술과 시장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균형 발전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중기부는 올해 대규모 R&D 사업에서 신규 과제를 100개 이상 선정할 경우, 신규 과제 예산의 50% 이상을 비수도권 기업에 배분할 계획이다. 

모든 R&D 사업에서 비수도권 기업에는 가점 2점을 부여한다. 지방 중기청을 통한 R&D 과제 수도 2025년 365개에서 2026년 490개로 34% 확대됐다. 지역 전용 R&D 예산만 732억원이 편성됐다.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민관공동기술사업화 사업.©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투·융자 연계 기술개발 사업.©중소벤처기업부 

기업별 맞춤 트랙 선택이 관건

제약바이오 기업이 노려볼 트랙이 다양하다. 기술 보유 여부 자체보다 개발 단계, 투자 이력, 사업화 경로에 따라 진입 전략이 갈리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임상시험 이전 단계의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대학·출연연 기술이전을 기반으로 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업이라면 민관 공동 기술사업화 트랙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이 트랙은 단순 기술 검증이 아니라 실제 사업화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1단계에서는 PoC·PoM 중심으로 약 9개월간 1억원 내외의 지원을 받으며 기술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점검한다. 이후 선별 과정을 거쳐 2단계에 진입하면 최대 2년, 10억원 규모의 후속 R&D가 연계된다.

기술 성숙도가 아직 낮더라도 플랫폼 확장성이 뚜렷한 기업이라면 TRL 점프업 트랙을 노려볼 수 있다. 산학연 공동 개발을 전제로 기술 성숙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단일 파이프라인보다 적응증 확장이나 후속 파이프라인 파생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적합하다. 초기 단계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기보다는, 공동 개발을 통해 단계적 검증이 가능한지가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이미 민간 투자를 유치한 기업에게는 TIPS 계열 트랙이 핵심 선택지다. 스케일업 TIPS는 성장 단계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3년, 30억원 이내의 R&D를 지원한다. 투자 연계가 전제인 만큼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사업화 속도와 매출·기술이전 가능성이 함께 평가된다. 

글로벌 임상이나 해외 기술이전을 염두에 둔 기업이라면 글로벌 TIPS가 더 적합하다. 글로벌 TIPS는 최대 4년, 60억원까지 지원 규모가 확대되며,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진입 전략과 규제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계열 내 최초 기전이나 독창적인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DCP)도 전략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DCP는 최대 4년, 200억원까지 지원 가능한 임무형 R&D다. 

단기 성과보다 성장 잠재력이 검증된 기업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정책 성격이 강하다. 기술적 난이도와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성공 시 산업 파급력이 큰 과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과제와 성격이 다르다.

이 같은 선별, 집중 기조는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DIPS)에서도 이어진다. 올해부터 DIPS는 Core-DIPS와 Global-DIPS로 이원화됐다. Core 단계는 기술성과 사업성의 1차 검증 구간이며, Global 단계는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입증된 기업만 진입하는 집중 확장 트랙이다.

특히 바이오·신약 분야는 기술형 초격차 산업으로 분류돼 평가 기준이 한층 구체화됐다. 기술 성숙도(TRL), 비임상·임상 진입 가능성, 글로벌 규제 전략까지 종합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후속 임상과 기술이전 시나리오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 보유 여부보다 개발 이후의 경로 설계 능력이 핵심 평가 요소로 부상한 셈이다.

출연연 연계 구조 역시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중요한 변수다. Core-DIPS 또는 Global-DIPS에 선정된 기업이 출연연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기술이전을 전제로 최대 1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연계된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는 비임상 독성, 안전성, 약리 기전 검증을 기술이전 논의와 병행해 지원한다. 여기에 AX 컨소시엄 참여 시에는 최대 15억원 규모의 연계 지원도 가능하다.

제조 및 공정 혁신을 준비하는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은 제조업의 AI·디지털 전환과 공정 최적화를 위한 R&D 활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해당 사업에는 889억원이 배정됐다. 5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기반 산업재해 예방 기술 개발에는 신규로 22억원이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기부 R&D는 예산이 늘었다는 점보다 선별 기준이 훨씬 명확해졌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라며 “TIPS, 기술사업화, 초격차 정책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성장 사다리로 연결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정부 R&D가 사실상 민간 투자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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