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정부의 일방적인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여파로 현장 전반에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연구개발(R&D)과 투자 여력까지 동반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직면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정부는 R&D 예산을 확대하며 생명공학 기술과 제약바이오 신약개발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술 기반 기업과 연구 조직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합리적인 약가 협의와 함께, 변화된 정책 환경을 냉정하게 해석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접근이다. 확대되는 연구개발 재원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정교하게 연결한다면, 이번 위기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약업신문은 보건의료·제약바이오 산업이 선택지와 전략을 점검할 수 있도록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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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과학 R&D 출연 연구사업을 통해 총 17개 세부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2026년에 신규로 과제를 지원하는 세부 사업은 7개이며, 이 중 4개 사업이 2026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신규 사업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첨단바이오기술R&D단 식의약 R&D팀 권보배 팀장은 2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강당에서 열린 ‘2026 정부 R&D 사업 부처합동 설명회’에서 “2026년 신규로 지원되는 과제 수는 129개, 총 연구비 규모는 234억 원”이라며, “규제과학 관점에서 안전관리 기반을 강화하면서도, 혁신 기술과 제품화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과제 구성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출연 연구사업은 규제기관 단독 연구가 아닌, 대학·연구기관·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연구 성과는 중장기적으로 안전 기준 정비와 규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기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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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의료제품 평가 기반 구축…필수의약품·인공혈액 포함
2026년 신규 사업 가운데 첫 번째로 소개된 사업은 ‘차세대 의료제품 평가 기반 구축 사업’이다. 이 사업은 식약처 안전관리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 연구와 품질·안전 관리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해당 사업에서는 2개 신규 과제가 지원된다. 첫 번째 과제는 국가 필수의약품 가운데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내 제조 품질 관리 기술 개발이다. 공급망 불안과 원료 의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규제과학 R&D를 통해 제조 품질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두 번째 과제는 세포 기반 인공혈액 기술 개발과 연계된 연구다. 인공혈액의 비임상·임상 시험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으로, 향후 첨단 바이오 기반 의료제품에 대한 평가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성격을 갖는다.
동물대체시험 실용화…표준화와 자원은행 구축
두 번째 신규 사업은 ‘동물 대체 시험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 사업’이다. 이 사업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시험법의 개발·최적화·표준화를 통해 과학적 규제 정합성을 높이고, 실제 규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6년에는 1개 과제가 지원되며, 핵심 연구 내용은 동물 대체 시험 자원은행 구축이다. 권 팀장은 “해당 세부 사업은 이미 선행 연구가 진행된 바 있으며, 기존 연구 성과를 이관받아 후속 연구를 수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절된 과제가 아닌, 연속성 있는 규제과학 연구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화장품 글로벌 규제 대응…바이오·천연물 원료 집중
세 번째 신규 사업은 ‘화장품 글로벌 규제 대응 안전성 평가 기술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화장품 안전성 평가 기술을 고도화하고, 국내외 규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총 4개 과제가 신규로 지원된다. 이 가운데 2개 과제는 바이오기술을 적용한 생물 유래 화장품 원료를 대상으로, 성분 유형별 규격 설정 가이드라인과 안전성 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다.
나머지 2개 과제는 천연물 화장품 원료를 중심으로 안전성 평가를 수행한다. 생약, 건강기능식품, 식품 원료로 사용된 이력이 있는 원료를 분석 대상으로 하며, 컨소시엄 형태의 연구로 추진된다. 한 과제는 생약·건강기능식품 원료를, 다른 과제는 식품 원료를 각각 담당해 연구 성과를 종합하는 구조다.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R&D…대규모 과제군 운영
네 번째로 소개된 사업은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4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범부처 사업으로, 별도의 사업단이 구성돼 운영된다.
권 팀장은 “해당 사업은 첨단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보건·안보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에는 ▲글로벌 플래그십 의료기기 개발 5개 과제, ▲의료기기 핵심 기술 및 제품 개발 68개 과제, ▲의료 현장 진입 역량 강화 33개 과제가 지원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공고 내용은 범부처 사업단을 통해 별도로 안내된다.
마약 중독 재활 기술…데이터·AI 기반 접근
다섯 번째 신규 사업은 ‘중독자 데이터 기반 마약 중독 재활 기술 개발 연구’다. 이 사업은 마약류 중독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개인 맞춤형 재발 예측 및 제어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총 3개 과제가 신규로 지원된다. 첫 번째 과제는 다차원 임상 데이터 기반 중독 재발 특성 체계 구축이다. 두 번째 과제는 동물·비동물 모델을 활용한 마약 중독 및 재발 기전 규명 연구다. 세 번째 과제는 단일세포 분자 지도와 AI 통합 분석을 기반으로 한 중독 재발 제어 기술 개발이다.
이들 과제는 각각 독립적으로 수행되지만, 연구 성과를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세 번째 과제에는 총괄 연구 협의체 운영 기능이 부여돼, 전체 연구를 조정·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글로벌 규제과학 리더 양성…대학 중심 인재 육성
여섯 번째 신규 사업은 ‘글로벌 규제과학 리더 양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과학적 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 산업 특화형·현장 중심형 규제과학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6년에는 총 11개 과제가 신규로 지원된다. 이 가운데 10개 과제는 규제과학 리더 양성 대학 운영을 위한 과제로, 연간 약 7억 원 이내에서 5년간 지원될 예정이다. 나머지 1개 과제는 글로벌 규제과학 협력 지원 과제로, 참여 대학들이 국제 협력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성과를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AI 기반 독성 예측…한국인 환자 중심 데이터 구축
마지막 일곱 번째 신규 사업은 ‘AI 기반 독성 예측 평가 기술 개발 연구’다. 이 사업은 한국인 환자 중심의 통합 오믹스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의약품 부작용 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총 2개 과제가 지원된다. 첫 번째 과제는 한국인 환자 시료를 수집해 통합 오믹스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연구다. 두 번째 과제는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 부작용 예측 평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다. 두 과제는 각각 수행되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성과를 공유하며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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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일정과 과제 신청 절차
권보배 팀장은 2026년 신규 출연 과제의 공모 일정과 신청 절차도 함께 설명했다. 진흥원이 직접 공고·평가하는 사업은 6개 사업, 22개 신규 과제다.
1차 신규 과제 통합 공고는 1월 6일부터 2월 6일까지 진행되며, 과제 신청 마감은 2월 6일 14시다. 선정 평가는 3월 중 진행되며, 이후 연구 과제가 개시될 예정이다.
과제 신청은 국가 R&D 통합 시스템(IRIS)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연구개발계획서는 RFP별 요구 양식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연구 책임자는 해당 연구개발기관 소속 연구자여야 하며, 국가 연구개발 사업 참여 제한 등 일반적인 신청 제한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권보배 팀장의 발표는 2026년 식약처 출연 R&D가 단순한 연구비 지원을 넘어, 규제과학 관점에서 안전관리와 제품화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구조로 설계됐음을 보여줬다.
각 신규 사업은 ▲기준·가이드라인 마련 ▲평가 기술 개발 ▲데이터 기반 예측 ▲전문 인력 양성 등으로 연결되며, 연구 성과가 실제 규제 정책과 산업 현장에 활용되는 것을 전제로 기획됐다. 2026년 식약처 출연 연구사업은 규제과학을 중심으로 한 실행형 R&D 체계로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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