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 GLP-1 시장, 친숙도가 승부 가른다…위고 강점 부각
세마글루타이드, 경구 GLP-1 후보 중 PCP 선호도 1위…FDA 승인 시 빠른 처방 확산 가능성
PCP는 세마글루타이드, 전문의는 카그리세마·오르포글리프론 분산 선호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17 06:00   수정 2025.12.17 06:01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가 잠재적 처방 주체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조사기관 스페릭스 글로벌 인사이트(Spherix Global Insights)가 최근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는 개발 중인 경구 비만 치료제 후보 가운데 1차 진료의사(PCP)들이 가장 선호하는 약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은 약 100명의 1차 진료의사와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와 카그리세마(CagriSema),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 등 현재 개발 중인 주요 경구 비만 치료제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상당수 의사들이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의 비만 적응증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 일정에 대해서는 높은 인지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해당 성분 자체에 대해서는 높은 친숙도를 나타냈다. 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미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2019년 승인돼 ‘리벨서스(Rybelsus)’라는 제품명으로 시판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친숙도는 실제 처방 의향으로도 이어졌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 가운데 약 90%는 경구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 적응증으로 출시될 경우, 출시 후 6개월 이내에 처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1차 진료의사들 사이에서는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PCP 응답자의 70% 이상이 개발 중인 경구 비만 치료제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약물로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를 선택했다.

반면 내분비내과 전문의 그룹에서는 선호도가 비교적 분산된 양상을 보였다. 세 약물 간 선호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으나, 세마글루타이드에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를 결합한 카그리세마가 36%의 선택을 받아 소폭 우위를 점했다. 이는 전문의 집단에서 병용 기전과 차별화된 임상적 특성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스페릭스 글로벌 인사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강한 사전 처방 의향을 고려할 때,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는 FDA 승인 시 빠른 시장 침투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의 비만 적응증에 대한 ‘최초 연상 인지도(top-of-mind awareness)’가 낮은 점을 지적하며, 노보 노디스크가 승인 이후 의료진에게 신속하고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적극적인 프로모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를 ‘먹는 위고비(Wegovy in a pill)’로 지칭하며, 연내 FDA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9월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하며, 비만 환자가 64주 치료 후 평균 16.6%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주사형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다. 노보 노디스크는 승인 직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해당 경구 제형의 생산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릴리도 경구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릴리는 최근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 결과를 공개하며, 72주 치료 후 평균 체중 감소율이 12.4%에 달했다고 밝혔다. 릴리는 올해 안에 오르포글리프론을 비만 적응증으로 FDA에 제출할 계획이며, 제2형 당뇨병 적응증에 대해서는 내년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설문 결과는 경구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가 기존 성분에 대한 의료진의 친숙도를 바탕으로 유리한 출발선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내분비내과 전문의 집단에서는 차세대 병용 전략이나 기전적 차별성에 대한 평가가 병행되고 있어, 향후 시장 경쟁은 처방 주체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FDA 결정 이후 실제 처방 패턴과 시장 점유 구조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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