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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기술이 인간 생리를 가장 가깝게 재현하는 새 연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신규접근법(NAMs)과 동물대체시험은 동물 의존 연구 패러다임을 흔들며, 과학적 신뢰성과 윤리적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인간 중심의 최적화 연구개발, 과학과 윤리가 충돌하지 않는 연구가 글로벌 산업과 규제의 핵심으로 부상한 지금, 그 새로운 길이 지금 우리 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약업신문은 한국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연구 기준 현장을 생생히 담기 위해 태국 현지를 직접 찾았다.<편집자 주>
ODC(Organoid Developer Conference)가 아세안으로 무대를 옮겼다. 태국 방콕에서 12~13일 열린 ‘ODC25 ASEAN’은 오가노이드와 ATMP(첨단치료의약품) 같은 혁신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과학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만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본격적으로 묻는 현장이었다.
아세안 최초로 확장된 이번 글로벌 오가노이드 컨퍼런스에는 한국과 태국을 비롯한 아세안 바이오헬스 산학연병관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생의학과 비동물 대체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논의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와 이경진 CTO는 “과학은 더 이상 연구실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며 "문화와 정책, 사회적 수용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약업신문은 아세안이라는 새로운 지역과 문화 속에서 펼쳐진 ODC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ODC25 ASEAN의 핵심 메시지인 ‘New Science, New Cultures’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종만 대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과학이 더 이상 연구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예술과 윤리, 정책, 사회적 수용성까지 함께 품는 문화적 자산이 돼야 합니다.
‘New Science, New Cultures’는 오가노이드, ATMP와 같은 혁신적인 ‘바이오 기술(New Science)’을 아세안이라는 새로운 지역적, ‘문화적 환경(New Cultures)’과 결합해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첨단 바이오 기술을 아시아의 역동적인 문화와 정책 환경에 접목하는 순간, 기술은 데이터와 논문을 넘어 사람과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ODC25 ASEAN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인류의 건강 증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ODC가 학회가 아닌 ‘문화적 움직임(Cultural movement)’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유종만 대표: ODC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움직입니다. Bio Science, Arts & Culture, Animal Free Initiative입니다. 특히 예술이나 디자인, 사운드, 게임 같은 매체를 활용해 첨단 바이오 기술을 좀 더 직관적으로 풀어내죠. 그래야 과학이 학계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는 주제가 된다고 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은 하나의 지식이 아니라 문화가 됩니다. 그래서 ODC는 학회라기보다, 과학과 사회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하나의 문화적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SEAN, 특히 태국 방콕에서 ODC25를 개최한 배경은.
이경진 CTO: 아세안은 인구만 해도 6억8000만명에 달하고, 헬스케어 수요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차세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 중에서도 방콕은 동남아시아의 지리적, 문화적 중심지로 접근성이 뛰어나고, 의료 관광과 바이오헬스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분명합니다.
한국이나 유럽, 미국 중심의 기존 생태계가 기술 선도와 초기 규제 틀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면, 아세안은 조금 다른 방향을 봅니다. 여러 나라의 규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현지 임상 데이터를 어떻게 쌓을지가 더 중요합니다. 아시아 특유의 질병 양상과 인종적 특성을 반영한 재생의학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실제 산업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가노이드, ATMP, NAMs, MPS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되는 영역은.
이경진 CTO: 가장 빠르게 산업화되고 있는 분야는 오가노이드 기반의 약물 독성·효능 평가 플랫폼입니다. 신약개발 초기 비임상 단계에서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고, 인체와 유사한 데이터를 통해 임상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글로벌 규제기관들이 NAMs 채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이 영역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NAMs와 오가노이드 기반 시험법이 글로벌 규제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이경진 CTO: NAMs와 오가노이드 기반 플랫폼은 이제 동물대체 시험법의 하나로 거론되는 수준을 넘어, 규제 환경 자체를 바꾸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규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FDA Modernization Act 2.0을 계기로, 신약개발 과정에서 동물시험 의무가 완화됐습니다. 이후 FDA가 NAMs 활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과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오가노이드 등 인간 유래 데이터가 실제 허가 심사에서 논의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동물 중심에서 인간 유사성 중심으로, 규제의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ODC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국가 간 규제 조화를 논의하고, 오가노이드의 품질 관리와 상업화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한 공론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술이 앞서가는 만큼, 규제와 표준도 함께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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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오가노이드 컨소시엄과 ASEAN 기관 간 협력의 구체적 목표는.
유종만 대표: 협력의 가장 큰 목적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나의 재생의학 생태계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상업화를 빠르게 앞당기는 데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 교류가 아니라, 함께 실제 임상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술과 인력 측면에서는 한국의 선도적인 오가노이드 기술, 이른바 K-오가노이드를 아세안의 풍부한 임상 환경과 인프라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자 합니다. 아시아에서 많이 나타나는 감염병이나 유전 질환 같은 특이 질환을 오가노이드 모델로 구현해, 범용성이 높은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규제와 표준화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가노이드의 품질 관리부터 임상 적용, 상업화까지 아시아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개발과 상업화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계획입니다.
ODC의 특징 중 하나인 예술·디자인·사운드·게임을 활용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실제로도 효과가 있는지.
이경진 CTO: 물론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첨단 과학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윤리적 쟁점을 미리 논의한다는 점에서 연구자와 규제기관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오가노이드처럼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윤리적 논의가 뒤따를 수 있는 분야일수록, 기술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입니다.
예술이나 디자인, 영상 같은 비전통적 매체는 이런 복잡한 개념을 보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전달해 줍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고, 규제기관 역시 미래 기술이 놓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게 됩니다.
실제 ODC의 ‘Speculative Design’ 세션에서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적용된 미래 시나리오를 시각화했는데, 이를 계기로 규제기관 관계자들이 임상 적용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미리 인식하고, 선제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논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 ‘Animal Free Initiative Tech Film Festival’은 동물대체 시험법의 윤리적 가치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관련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VIP 네트워킹 데이에서 논의한 ‘ASEAN 바이오헬스 얼라이언스’는 무엇인지.
유종만 대표: ASEAN 바이오헬스 얼라이언스는 아세안 각국이 재생의학과 첨단 바이오 기술 분야에서 함께 움직이기 위한 전략적 협력 구상입니다. 일반적인 교류 수준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과 규제 측면의 공통 목표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이지요.
구체적으로는 공동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특정 질병에 대한 오가노이드 모델 라이브러리처럼 여러 나라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각국 정부와 선도 기업, 벤처캐피탈을 연결해 아세안 바이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전략적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ODC가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이경진 CTO: ODC는 앞으로도 학술행사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헬스 혁신을 이끌고 기술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는 출발점이 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갈 것입니다.
한국에서 시작해 이번 아세안으로 확장했고, 앞으로는 싱가포르, 일본, 인도 같은 아시아 주요 국가와 중동 등 신흥 바이오 허브 지역으로까지 협력의 무대가 계속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루는 주제 역시 오가노이드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생물학과 개인 맞춤형 재생의료로 범위를 확장해, 첨단 바이오 기술이 서로 융합되는 흐름을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동시에 글로벌 규제기관과 민간 투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으로서, ODC를 상시적인 기술 사업화와 펀딩 연계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한국 바이오 연구자와 기업이 ODC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는.
유종만 대표: ODC를 통해 한국 바이오 생태계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는 글로벌 진출과 규제 선점 효과입니다. 특히 이번 ODC25 ASEAN은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의 주요 정책 결정자와 대형 병원 및 대학, 현지 파트너들을 직접 만나 고위급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실질적인 공동 사업 기회도 충분히 모색할 수 있지요. 아세안은 한국의 첨단 바이오 기술을 비교적 빠르게 받아들이는 지역인 만큼, 초기 단계부터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ODC는 각자의 역할을 잇고 생각을 모아, 함께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그리고 만들어가는 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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