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산업, 2026년의 성장 키워드 ‘명확성’
런치메트릭스 웨비나 ① “데이터·신뢰·소비자 중심 전략이 브랜드 경쟁력 좌우”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07 06:00   수정 2025.11.07 06:20

팬데믹 이후의 뷰티 시장은 단순한 매출 확대보다는 구조적 정교화에 주목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대규모 예산보다 명확한 방향성이 중요해졌다. 이제는 브랜드가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미국의 패션·뷰티 데이터 분석 기업 런치메트릭스(Launchmetrics)가 5일(현지 시간) 주최한 웨비나 ‘Beauty Performance Live Summit Conference’의 첫 세션 ‘Beauty Growth Playbook’에 참여한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런치메트릭스의 웨비나 ‘Beauty Performance Live Summit Conference’에 참여한 패널들은 향후 뷰티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선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명확하게 인식시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런치메트릭스

진행을 맡은 런치메트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앨리슨 브랑제이(Alison Bringé)는 “팬데믹 시기가 뷰티 시장의 급성장기였다면 지금은 성숙기”라며 “성장은 지속되고 있으나, 이제는 속도보다 구조와 연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런치메트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뷰티 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7%, 2025년은 5% 상승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제 시장 확장만으로는 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며 ”브랜드는 데이터, 전략, 감정적 연결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명확성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브랜드의 성장 조건은 단순한 규모 확대나 노출 빈도가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얼마나 명확히 인식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의 셀린 파누티(Céline Panutti)는 “투자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의 성공은 규모와 수익성의 균형에서 결정된다”고 진단했다. 팬데믹 시기 대형사는 공급망과 광고를 유지해 점유율을 높였지만, 이후 시장은 중소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는 “지금은 인디 브랜드의 민첩함이 시장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며 “스케일업 단계에서 브랜드 자산을 지키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수익 규모보다, 그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와 효율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견해다.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의 엘레오노라 마질리(Eleonora Mazzilli)는 전환점으로 소비자 인식 변화를 꼽았다. “소비자는 이제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브랜드를 평가한다”고 분석한 그는 “피부 건강·위생 중심의 필수 카테고리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비필수 영역은 ‘감정적 효용(emotional benefit)’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기분을 회복시켜주는 제품을 찾고 있으며, 브랜드의 진심이 느껴질 때만 구매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뷰티스트림즈는 이러한 변화를 ‘라이프롱 케어(Lifelong Care)’ 전략으로 정의했다. 소비자의 생애주기 전반을 함께하며, 화장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는 것을 2026년 이후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신뢰’가 있다. 런치메트릭스의 분석에 따르면 임상·더마 브랜드의 인플루언서 협업 매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더마 제품군에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요인으로 봤지만, 지금은 신뢰 구축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소피아는 “인플루언서 단가는 높아졌지만, 기준은 팔로워 수가 아니라 전환율·참여의 질·교차 도달률”이라며 “계약 구조도 사전 협의가 아니라 실시간 검증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역시 주요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오디너리(The Ordinary)는 입자 구조를 소재로 과학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고, 라로슈포제(La Roche-Posay)는 마이크로 커뮤니티를 통해 피부 민감성·자외선 차단 등 교육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전문성을 콘텐츠로 전환해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신뢰는 리테일과의 협업 과정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마질리는 “브랜드의 진정성은 새로운 표현을 통해 강화된다”며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공유된 가치(Value Alignment)’의 사례로 꼽았다. 코카콜라×카멕스, 코스알엑스×앨프레드 커피 컬래버는 서로 다른 산업이 감정적 메시지를 공유하며 브랜드 스토리를 확장한 예로 꼽혔다.

신뢰가 브랜드의 새로운 자산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시장의 가치 설정 기준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파누티는 “투자자 관점에선 과학적 근거와 효능이 신뢰를 만든다”며 “소비자 신뢰가 투자 신뢰로 이어지는 구조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메시지를 통제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인플루언서·전문가·소비자 등 다층적 서사를 수용하는 브랜드일수록 시장의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AI와 데이터의 활용 역시 ‘정교한 연결’에서 ‘명확한 해석’으로 옮겨가고 있다. Beekman 1802는 AI를 활용해 소비자를 ‘Budget Betty’(가성비형)와 ‘Luxury Linda’(럭셔리형)으로 세분화해, 각기 다른 캠페인을 운영했다. 결과는 ROI(투자대비수익률)의 두 자릿수 성장이었다.

브랑제이는 “데이터와 AI가 마케팅 환경을 바꾸고 있지만, 본질은 인간의 감정 연결”이라며 “브랜드가 데이터를 감정으로 번역해 소비자가 ‘이 브랜드가 나를 이해한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세션을 마무리하며 2026년까지 브랜드가 집중해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임상·필수 카테고리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배치 △수익성과 브랜드 자산의 균형 설계 △인플루언서의 교육 파트너화 △오프라인 경험 회복 △데이터와 AI를 감정 연결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등이 핵심으로 꼽혔다.

브랑제이는 세션을 마무리하며 “데이터, AI, 감정, 파트너십, 지속가능성 등은 모두 목적으로 수렴된다”며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분명히 밝히는 브랜드가 다음 성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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