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찬 회장 “현대의료기기 제도화·실손보험 형평 회복…국민 중심 의료체계로”

X-ray 등 진단기기 사용 법제화 추진 “직역 갈등 아닌 환자 안전·효율의 문제” 한의 비급여 실손보험 재진입 촉구…AI 기반 진료체계 비전 제시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이 한의계 주요 현안과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지난해 4월 취임한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은 한의계가 당면한 제도적 과제로 현대의료기기 사용 제도화와 실손보험 보장 형평 회복, 지역 일차의료 참여 확대를 꼽았다.

약업닷컴은 최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윤성찬 회장을 만나 한의계 주요 현안과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의료기기 제도화·실손보험 형평 회복…제도 정상화가 핵심 과제”

윤성찬 회장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고, 한의 비급여 진료의 실손보험 보장을 회복하는 것이 한의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동일한 의료 행위를 하면서도 한의계는 비급여 행위로 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국민의 의료 선택권과 접근성을 제한하고, 결과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 전체가 환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한의사가 필수의료, 만성질환관리, 지역 돌봄 영역에서 역할을 확대하면 의료 공백 해소와 효율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기기 사용은 직역갈등 아닌 안전·효율의 문제”

윤 회장은 최근 국회에 발의된 한의사 진단용 방사선기기(X-ray) 사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이는 직역의 경계를 넓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하고 정확한 진료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단기기는 특정 직역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오진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한의사의 기기 사용이 제도화되면 진료의 효율성과 국민 편익이 동시에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가 한의사의 사용 확대를 지지한 것은 이 제도가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향후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정부·의료기기 산업계와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안전교육·자격관리·감염예방 등 구체적인 실행 기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의사 주치의제·실손보험 재진입으로 국민 의료 접근성 높일 것”

정부 정책과의 연계 방향에 대해 윤 회장은 “복지부 및 질병관리청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며, 장애인 주치의제에 한의사가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노인 주치의제와 재택진료 체계에 한의사가 참여할 수 있다면,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사 인력 부족 문제의 현실적 해법은 한의사 활용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 비급여 항목의 실손보험 보장 재진입도 협회의 핵심 추진과제다. 윤 회장은 “실손보험 표준약관의 ‘한방 제외’ 조항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복지부, 금융당국, 보험업계와 협의 중이며 표준임상진료지침 등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첩약·약침·한방물리치료 등은 이미 정부가 치료 효과를 인정한 영역으로, 실손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제도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8주 제한은 근거 부족…환자 치료권 침해 우려”

윤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환자의 상태와 회복 속도를 행정적으로 획일화하는 것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감에서 국토교통부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만큼, 환자단체·소비자단체와 함께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자동차보험의 목적은 보험사 손해율 개선이 아니라 피해자의 치료와 회복 지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융합으로 한의 진료체계의 과학화·표준화 추진”

윤 회장은 미래 한의학의 발전 방향으로 AI와 데이터 기반의 한의약 융합을 꼽았다. 

윤 회장은 “한의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해 AI 학습 데이터로 구축하고, 진단보조 시스템과 개인 맞춤형 한약 조합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라며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의료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맥진·설진·안색 등 전통 진단요소를 센서와 영상기술로 수치화하면 의료 효율성이 높아지고, 개개인의 체질과 생활습관에 맞는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디지털 헬스와 결합한 한의약이 고령화 시대의 지속가능한 의료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 곁의 한의사, 통합의료 시대의 한 축이 되겠다”

윤 회장은 “한의학은 이제 전통의 틀을 넘어 국민건강의 새로운 해법이 되어야 한다”며 “현대의료기기 제도화와 실손보험 형평 회복을 통해 의료체계의 균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통합의료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의사가 국민 곁에서 예방, 치료, 재활을 아우르는 일차의료 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와 협력해 제도적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