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면서 화장품 수출 기업이 직면한 규제와 관세 리스크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수출 장벽을 돌파하기 위한 첫 단계로 HS코드와 원산지 증명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18일 오후 ‘글로벌 화장품 수출규제·관세 세미나’가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주관했으며, 대한화장품협회가 후원했다. 이날 행사에선 국가별 규제·관세 정책 변화와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세미나와 함께 1:1 맞춤형 상담을 통해 실무 애로를 해소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전성규 부원장은 “세계 3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규제 대응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가 관세·인증 등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고 K-뷰티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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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코드와 원산지 증명, 수출의 출발점
국가별 화장품 품목 관세 정책 변화 및 대응 요령을 다룬 첫 번째 세션에선 화장품 수출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소로 HS코드(품목분류코드)의 이해가 강조됐다. 연사로 나선 아덴트 관세사무소 남형우 관세사는 “국가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더라도 물품을 분류하는 HS코드 6단위까지는 세계 공통으로 부여되는 것”이라며 “HS코드를 정확히 알아야 관세율 산출, FTA 특혜 적용, 수출입 통계 작성 등 모든 과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화장품 수출액 중 중국, 미국, 일본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남 관세사는 “수출 통계 역시 HS코드 기반으로 산출된다”며 코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S코드는 국제 협약에 따라 6단위까지는 세계 공통이지만, 7단위 이하부터는 각국이 자율적으로 세분화한다. 따라서 동일 제품이라도 수입국에 따라 세부 코드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적용 관세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 구조는 기본적으로 ‘기본 세율’과 ‘FTA 협정 세율’로 나뉜다. 기본 세율은 특별한 협정이 없을 때 적용되는 관세이며, FTA 세율은 협정국 간 무역 시 특혜를 부여하는 개념이다. 단, 협정 체결만으로 혜택이 보장되지는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HS코드상 해당 품목이 ‘양허 품목’으로 지정돼 있어야 하고, 원산지 판정과 직접 운송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원산지 증명서는 협정국 간 거래에서 필수로 요구되며, 아시아권은 기관 발급, 유럽과 북미는 자율 발급 방식이 일반적이다. 남 관세사는 “자율 발급의 경우에도 원산지 결정 기준을 근거로 엄격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산지 판정에는 크게 세번(稅番) 변경 기준과 부가가치 기준이 있다. 세번(稅番) 변경 기준이란 원재료와 완제품의 HS코드 분류가 달라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분류가 달라지면 인정된다. 부가가치 기준은 생산 과정에서 창출된 가치 중 일정 비율 이상이 해당 국가에서 발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산출 방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아시아권은 공제법을, 유럽연합은 MC법을 주로 적용한다. 남 관세사는 “이 두 기준은 실무에서 모두 활용되며, BOM(Bill of Materials, 자재명세서), 제조 공정도, 원가 산출 내역서 등 자료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EU·아세안, 관세 리스크와 대응
미국의 최근 관세 정책은 화장품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8월부터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화장품 용기 부품도 일부 포함된다. 용기 내부 스프링이나 펌프에 금속이 들어간 만큼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금속이 전혀 없다면 상호 관세 15%가 적용된다. 남 관세사는 “기업은 자재명세서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사용 여부와 함량을 명확히 증빙해야 한다. 비율 공개가 없으면 전체에 50%가 적용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는 미국 소액 면세 제도 폐지다. 종전에는 800 달러 이하의 제품은 수입 신고 없이 배송이 가능했지만, 8월 29일부로 모든 물품이 수입 신고와 관세 납부 대상이 됐다. 더불어 FDA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소액 면세 제도 폐지는 발효일 이후 6개월간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B2C 거래에 의존하는 기업에는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남 관세사는 주요 수출국의 관세 정책을 비교해 설명하기도 했다. 중국은 일부 품목에서 한중 FTA 세율보다 기본 세율이 더 낮아 FTA 적용을 위한 원산지 증명서 발급 실익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일본의 경우도 WTO 협정에 따라 최혜국 대우로 0%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원산지 증명서 발급이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EU에선 6000 유로를 초과한 화물에 대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려면 인증수출자 제도가 필수다. 수출자가 스스로 원산지 신고서를 인보이스에 기재해 특혜 관세를 청구할 수 있도록 세관이 부여하는 자격이다. 남 관세사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에선 다수의 FTA가 동시에 적용된다”며 “기업은 조건을 만족시키기 가장 쉬운 원산지 기준을 선택해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산지 증명과 관련해 준비해야 할 자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BOM, 제조 공정도, 원산지 확인서, 원산지 소명서, 원가 산출 내역서, 세금계산서, 수출신고필증 등이 필수 서류다. 특히 원산지 소명서는 완제품의 한국산 여부를 최종적으로 입증하는 핵심 서류이며, 세금계산서는 단가 확인의 법적 근거로 쓰인다는 설명이다.
모든 자료는 5년간 보관해야 한다. 남 관세사는 “FTA 특혜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것과 같기 때문에 사후 조사에서 증빙을 제시하지 못하면 허위 발급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금계산서를 보관하지 않은 경우 최대 2000만원 이하 벌금, 잘못된 판정을 내린 경우 최대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자율 발급을 택한 기업은 발급 대장을 작성해 보관해야 하며, 담당자 서명카드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그는 발표를 마치며 “수출 기업은 관세 정책 변화에 대비해 원산지 판정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모든 증빙을 정확히 보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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