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심사 8개월, '순항중'… 인력 불균형은 여전
예년 수준 접수, 대면 소통 강화… 공무원 인력 증원은 과제로
실무자·중간관리층 부담 커져… 조직·인력 구조 재정비 필요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13 06:00   수정 2025.08.13 06:15

올해 1월 시행된 ‘신약 허가 신속심사 혁신 방안’이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10개 성분(14개 품목)이 신속심사 절차에 접수됐으며, 연말까지 예년 수준인 19~20개 성분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개발 신약과 수입 의약품이 고르게 포함됐지만, 여전히 수입 의약품 비중이 높아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성이 제도 운영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허가총괄과 김영주 과장은 12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신약 허가 신속심사 현황을 공유했다.

식약처는 제도 시행 초기 단계임에도 절차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초반에는 일부 제약사들이 새로운 절차 적응에 다소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사전 상담 및 대면 회의 제도가 정착되면서 점차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접수 건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업계와 당국 모두에서 ‘예상보다 안정적인 출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제도의 핵심 변화는 대면 회의 절차 확대다. 과거 서면 위주였던 심사가 사전 상담부터 보완자료 검토까지 각 단계에서 대면 논의가 의무화됐다. 이를 통해 업체와 심사관이 직접 질의·응답하며 자료 보완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보완 요구사항이 서면으로만 전달돼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추가 질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현장에서 즉시 설명과 피드백이 오가며 불필요한 재보완을 줄이고 있다.

실제 보완 단계에서만 평균 5회의 대면이 이뤄지고, 전체 절차에서 업체당 약 10회 내외의 회의가 진행된다. 모든 회의 내용은 회의록과 공문 형태로 공식 기록돼 책임성과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관이 회의에서 직접 설명해 주니 허가 전략 수립이 훨씬 명확해졌다”며 “특히 글로벌 본사 보고 시 ‘허가 일정이 왜 지연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허가 지연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던 GMP 심사도 크게 개선됐다. 기존에는 GMP 심사가 허가 일정 후반부로 밀리면서 법정 심사 기간을 초과하는 사례가 잦았다. 그러나 개정된 제도에서는 접수 후 90일 이내에 GMP 심사를 완료하도록 기한을 설정해, 신속심사 대상 품목의 경우 법정 목표인 295일 내 허가가 가능해졌다.

이 변화는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 상당한 매력을 제공한다. 특히 허가 지연이 상업적 손실로 직결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경우, 한 달만 출시가 빨라져도 수백억 원의 매출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도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 과정에서 ‘허가 일정 준수’라는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허가총괄과 김영주 과장. ©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인력 구조 불균형… “중간관리층 공무원 절대 부족”
올해 신속심사 전담 인력이 30명 정도 충원됐지만, 이들은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 심사원으로 주심사자 투입 전까지 상당한 교육과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 심사 경험이 없는 신규 인력은 초기에는 보조 심사로 투입되며, 심사 절차와 기준을 숙지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그 결과 실제 심사를 담당하는 기존 실무자들의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간관리자인 연구관급 공무원은 한 명당 최대 10명의 인력을 관리·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과부하가 심각하다.

김영주 과장은 “서류 검토, 동료 검토, 최종 결재까지 모두 맡는 중간관리층의 업무 부담이 제도 시행 이후 오히려 늘었다”며 “제도 성공을 위해서는 심사원 충원뿐 아니라 관리·검토를 맡는 공무원 인력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업계와 협의해 신속심사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약뿐 아니라 복잡성과 신규성이 높은 품목까지 대상군을 넓히고, 허가 수수료 체계 조정과 재원 안정화 방안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중간관리 공무원 증원 ▲심사원 숙련도 제고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속도’와 ‘품질’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가가 빨라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심사 품질이 떨어지면 글로벌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심사 인력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심사제는 도입 초기임에도 절차 효율화와 소통 강화라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인력 구조 개선과 재원 안정화 없이는 장기적으로 성과를 유지하기 어렵다. 업계와 규제당국이 속도와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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