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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뷰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으로 굳어졌던 ‘빅3’ 구도가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등 신흥 강자들의 도전으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이 보인다.
가장 놀라운 기업은 에이피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종가 기준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8조 5980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7조4052억원)과 LG생활건강(4조 6464억원)을 넘어섰다. 2분기 기준 매출 규모도 애경산업을 제치고 3위에 올랐고, 영업이익은 아모레퍼시픽 실적을 상회했다. 높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흥국증권 최종경 연구원은 "에이피알은 우리 증시 역사에 남을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며 “일반적으로 15년 동안에도 이룩하기 힘든 일을 1년 반 만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2분기 매출 3277억원, 영업이익 8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202% 성장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5938억원(+95%), 영업이익은 1391억원(+149%)으로, 연간 매출 1조원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
해외 성장률과 비중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지속적 외형 확대의 핵심이다. 2분기에 에이피알은 미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질렀고, 일본(+266%)에서도 고성장했다. 매출 비중은 미국 29%, 국내 22%, 일본 13%다.
지난 5월 상장한 달바글로벌의 기세도 만만치않다. 2분기 실적이 증권가 평균 예상치는 하회했으나 단일 브랜드 기업으로는 독보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 박현진 연구원은 “시장 눈높이가 워낙 높았고 신규 상장 기업으로서의 부담이 있으나, 단일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해외 유통 채널 다각화를 통해 건전한 성장률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달바글로벌은 2분기 매출 1284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으로 각각 73%, 66%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2421억원(+73%), 영업이익은 593억원(+83%)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5%까지 올랐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해외매출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2분기 달바글로벌의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고,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46%에서 63%까지 늘어났다. 상반기 누적 해외매출(1448억원)은 이미 지난해 연간 해외매출(1410억원)을 넘었다. 일본(+366%), 러시아(+40%), 북미(+140%), 유럽(+508%) 등 대부분 수출국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흥 강자들의 성장 배경은 분명하다. 에이피알은 아마존·틱톡숍 등 소셜커머스 중심의 온라인 직판 채널로 북미·유럽·일본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혔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를 오프라인 매장 확장으로 연결하며 소비자 접점을 늘렸고, 에이지알(뷰티 디바이스)과 메디큐브(스킨케어)가 고르게 매출을 견인했다.
달바글로벌은 비건 콘셉트와 현지화 마케팅을 결합해 일본·유럽에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온라인 중심 성장 전략에서 빠르게 전환해 현지 오프라인 채널 입점을 공격적으로 늘렸고, 일본 큐텐·스페인 아마존 등 주요 플랫폼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히 했다.
두 기업 모두 중국 시장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구조다. 에이피알의 중화권 비중은 11%, 달바는 4% 수준이다. 다양한 권역에서 고루 성장하면서 특정 지역 경기나 규제 리스크에 영향을 적게 받았고, 매출 변동성도 낮췄다. 이는 여전히 중국이 주력 시장인 빅3와의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신흥 강자들과 기존의 빅3는 온도차가 컸다.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은 2분기에 화장품 사업 매출이 전년비 19% 감소한 6046억원을 기록하며 2004년 4분기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애경산업은 화장품 사업 부문 매출 625억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4.4%, 45.7%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빅3 중 유일하게 반전에 성공했다. 2분기 매출이 11% 증가한 1조50억원, 영업이익은 1654% 73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키움증권 조소정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향 채널의 적자로 낮은 베이스 부담 덕분에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기존 3강 기업들의 공통점은 높은 중국 의존도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중국 시장 회복세가 완연하게 나타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사업 매출 비중이 상당한 사업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매출 비중이 20%에 달한다. 더후가 중국 실적을 끌어왔지만 불안정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구조조정, 마케팅 등에 변화를 기하는 시점이다. 이에 하반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존 강세 기업들 모두 미국 유럽 등 비중국 시장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그 속도가 신흥강자들에 비해 뒤처지는 점을 지적한다. 브랜드 파워와 규모 면에선 여전히 신흥 강자 대비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비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일부 브랜드와 채널에 국한돼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M&A나 포트폴리오 혁신 역시 신흥 기업 대비 민첩하지 못하다는 점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빠르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다양한 K-뷰티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비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구다이글로벌이 그 반대되는 예다. 매출이나 규모 면에선 구다이글로벌이 전통적 강세 기업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주요 기업을 넘어설 수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3강 기업은 규모가 큰 만큼 전략 전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지만, 이들이 정체되면 업계 전체에 부담이 된다"며 "국내 뷰티 업계는 결국은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 각 권역별로 차별화된 브랜딩과 유통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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