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화장품 시장 성장 지속… K-뷰티에도 호기
5년간 1.8배 커져…'오타니 캠페인' 계기로 대중화 가속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12 06:00   수정 2025.08.12 06:00

일본 남성화장품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시장조사 기업 인테지(インテー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시장 규모는 497억엔으로 전년 대비 14.8% 늘었다. 2019년 대비 약 1.8배 성장했다.

일본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가 5년 전에 비해 1.8배 확대됐다.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DALL·E

일본 마넥스 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남성 화장품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기초화장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7% 증가한 438억엔으로 집계됐다. 주요 카테고리 중에선 자외선 차단제가 2.0배로 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기초화장품이 1.8배, 메이크업 화장품이 1.3배 성장하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빠르게 확대되는 수요 기반과 콘텐츠 중심 소비 특성은 K-뷰티 브랜드의 기능성 포뮬러 및 디지털 전략과도 맞물리며 새로운 진출 기회를 시사하고 있다.

기초화장품 내에선 토너·세안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제품군이 전체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세럼과 클렌징류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여름철 고온과 자외선 차단제 사용 증가가 클렌징 제품 수요 확대로 이어졌고, 보습에 대한 관심 역시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클렌징 제품의 사용은 계절과 무관하게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남성 피부는 여성보다 피지 분비량이 많아 모공 속 노폐물과 각질 문제를 겪기 쉬워, 이를 개선하려는 니즈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령대별 구매 동향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20~30대는 1.8배 성장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60~70대 구매도 1.5배 증가해 고령층의 스킨케어 참여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체 구매율은 2019년 30.4%에서 2024년 33.2%로 확대됐고, 남성 화장품 전체 구매 금액은 3131억엔으로 1.7배 증가했다. 사용 계기로는 ‘피부 트러블 개선’이 31.2%로 가장 높았다.  ‘자기관리’(24.1%), ‘연령 증가에 따른 피부 관심 확대’(19.4%)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 전환의 가장 큰 기반은 유통 구조 변화에 있다.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로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유튜버나 틱톡커 등 인플루언서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K-팝 아이돌의 비주얼 이미지 역시 남성 소비자에게 실질적 구매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측면에선 코세(KOSE)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세는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간 중 오타니 쇼헤이를 모델로 기용해 ‘리포좀 어드밴스트 리페어세럼’을 홍보했다. 해당 기간 남성 구매자 수는 기존 대비 13배 급증해 일본 시장에선 2023년을 ‘남성화장품 원년’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해당 제품은 전국 백화점 세럼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30㎖ 기준 8800엔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신규 남성 고객 비율이 전년 대비 약 7.5배 증가했다. 코세는 최근 오타니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의 파트너십을 2029년까지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남성의 뷰티 소비 확대가 특정 브랜드나 일회성 캠페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Z세대 남성을 겨냥한 브랜드 립스(LIPPS)는 온라인뿐 아니라 소매점과 미용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고가 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신뢰도를 축적하고 있다. 다수의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를 보유한 일본 화장품 기업 맨담(Mandom)이 1978년 론칭한 대표 브랜드 갸츠비(GATSBY)는, 젊은 남성층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오프라인 매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맨담은 지난해 12월, 유기농 스킨케어 브랜드 아오노(aono)를 신규 론칭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도 했다.  

고가 라인에 대한 수요 확대도 나타나고 있다. 시세이도 맨(SHISEIDO MEN)의 ‘얼티뮌 파워라이징 세럼’은 30㎖ 기준 1만엔 가까운 가격임에도 정식 출시 전 자사몰 예약이 조기 마감되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남성 스킨케어 시장이 ‘가성비’ 중심에서 벗어나 효능 중심의 고가 포뮬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K-뷰티 기업에도 구체적인 기회를 제시한다. 디지털 콘텐츠와 감각적 이미지, 기능 중심 설계에 강점을 가진 한국 브랜드는 일본 내 고성장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 내 K-뷰티의 빠른 성장 배경으로 SNS에서의 전략적 노출과 콘텐츠 기반의 제품 설득력을 꼽았다. 일본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철학이나 이미지보다 사용 후기, 리뷰, 사용 영상 등 실제 체감 콘텐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스킨케어 중심 수요가 10배 이상 성장한 시장이다. 남성화장품 시장은 현재 기초 제품 위주로 형성돼 있지만, 아직 고도화된 브랜드 포지셔닝은 부족한 편이다. 디지털 마케팅 역량과 기능성 포뮬러, 콘텐츠 중심의 브랜딩 전략을 잘 결합한다면 브랜드 충성도 기반의 장기 안착 구조도 기대해볼 수 있다. 구조적 확장이 시작되고 있는 일본 남성 화장품 시장은, K-뷰티 브랜드에게도 다시 한 번 확장 기회를 예고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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