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가 해고인가’…바이엘 DSO 전략, 성과와 그늘
2026년까지 23억 달러 절감 목표, 인력 12% 감축의 비용과 효과
구조조정 강행 2년, 신약 매출과 실적 지표는 긍정적 반전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08 06:00   수정 2025.08.08 06:01

바이엘(Bayer)이 CEO 빌 앤더슨(Bill Anderson) 체제에서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본격적인 전환점에 접어들고 있다. ‘Dynamic Shared Ownership(DSO)’ 전략 아래 2023년부터 시작된 이 구조조정은 2025년 말까지 약 23억 달러(20억 유로)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1만 2500명의 인력을 줄이며 조직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6월 앤더슨 CEO 취임 당시 10만 2048명이던 전체 직원 수는 2025년 6월 기준 8만 9556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12.2%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 대비 감축률은 7.3%로, 1년 전의 5.4%보다 더욱 가속화됐다. 인력 감축은 이사회가 정한 ‘관료주의 타파와 실행력 제고’라는 개혁 로드맵의 일환이며,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조직문화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기대보다는 낮았다. 2025년 2분기 기준 인건비는 30.5억 유로에서 29.8억 유로로 2.4% 감소했지만, 이는 인센티브 및 구조조정 비용 증가로 인해 일부 상쇄됐다. 바이엘 측은 “전사적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구조조정 관련 고정 비용이 절감 효과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엘은 DSO 전략의 실행력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4년 3월에는 제약 부문 최고위 임원진을 기존 14명에서 8명으로 축소하며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앤더슨 CEO는 지난달 3년 임기 연장을 확정 지으며 2029년까지의 리더십 안정성을 확보했다.

바이엘은 실적 반등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5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제약 부문은 -1~+3% 성장 전망에서 +0~+3%로 상향되며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각됐다.

특히 케렌디아(Kerendia)는 전년 대비 67%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당뇨병 및 만성 신장질환 분야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았다. 최근 FDA로부터 심부전 두 적응증 추가 승인을 받으며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립선암 치료제 뉴베카(Nubeqa) 역시 51% 매출 성장을 보이며 항암제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잠재력을 증명했다.

반면, 혈액응고억제제 자렐토(Xarelto)는 제네릭 진입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방하며 2025년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바이엘은 2026년부터 자렐토의 본격적인 수익성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엘의 행보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추진 중인 ‘슬림화(Slimming down) 전략’과 유사한 맥락에 놓여 있다. 특히 화이자, GSK, 사노피 등은 고정비용 감축과 R&D 집중화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수요 감소로 2024~2025년 약 5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위해 수천 명 규모의 인력 조정을 시행했다. 동시에 희귀질환 및 mRNA 기반 백신 분야에 집중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GSK는 백신과 면역학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기존 소화기·중추신경계 영역은 점진적 철수 혹은 스핀오프를 선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핵심 사업부문 인력 감축을 병행했다.

사노피는 구조조정과 동시에 AI 기반 신약 개발에 5년간 10억 유로를 투자하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기존 ‘범용 블록버스터’ 전략에서 탈피해 특화형 제품군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바이엘은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관료주의 해체와 실행력 강화, 임원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 확립, 전략적 파이프라인 투자에 초점을 맞춘 점이 눈에 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인력 감축이 아닌, 조직문화와 리더십 모델 자체를 혁신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편, 바이엘이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급격한 구조조정은 직원 사기 저하와 조직 내부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 여파는 향후 파이프라인 실행력이나 신사업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구조조정에 따른 일시적 재무 개선이 장기적 성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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