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15% '수용 가능'… 화장품 수출국 2위 꿈 '무럭무럭'
불확실성 해소에 안도…가격 전략·유통 구조 재검토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01 06:00   수정 2025.08.01 06:01


한·미 양국이 상호관세율을 15%로 확정, 수개월간 이어졌던 무역 불확실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화장품업계는 당초 25%보다 완화된 수준이라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31일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와 공동 펀드 조성 등을 조건으로, 기존 25%로 예고됐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대미 수출액이 가장 큰 품목인 자동차도 25%에서 15%로 관세가 조정됐고, 반도체·의약품 등 전략 품목은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쌀, 쇠고기 등 농축산물 분야는 추가 개방 없이 현행 수준이 유지된다.

기존엔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 품목이었던 화장품은 이제 15%의 관세가 새로 부과된다. 업계는 당초 25%까지 거론됐던 관세가 15%로 조정되면서, 비용 구조에 대한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앞서 관세 협상을 마친 유럽 일본과 같은 15%가 적용돼, 향후 미국 시장 내 가격 전략이나 유통 구조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 김주덕 원장은 "상호관세가 25%로 책정됐다면 비용이 상당했을 수 있지만, 15%는 원가 조정 없이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국내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하지 않고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안도감을 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요 국가별로 다르게 관세를 부과했을 경우 한국 브랜드에 불리했겠지만, 유럽 일본과 동일한 15% 선이라 K-뷰티의 해외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사는 이번 조정 수준을 수용 가능한 범위로 판단하고 가격 인상, 유통채널 다변화 등 전략 조정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관세율이 확정되면서 미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충격을 최소화하고,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리테일 파트너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관세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가격 인상 외에도 프로모션 정책 조정,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 변화 등 수익성 유지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가격 인상 여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K-뷰티가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가격 인상엔 소극적일 것이란 추측도 있다. 화장품은 단가 자체가 높지 않아, 관세 인상에 따른 소비자 가격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에서 20 달러 내외로 포진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20달러 제품 기준 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1 달러 이하일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제조업체들도 관세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맞는 대응을 준비 중이다.

최근 미국에 제2공장 준공을 완료한 한국콜마는 "제조사의 경우 직접 수출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현지에 운영 중인 미국 1공장과 2공장을 활용해 관세 조치의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에서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한국이 화장품 수출국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의 K-뷰티 사랑이 의외로 크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부터 한국과 일본산 제품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현지 소비자들이 '미리 사두기'에 나설 정도다. 

뉴욕타임즈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틱톡에선 "한국 스킨케어 없이 못 산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량 구매 인증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 예로, 틱톡 팔로워 50만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테일러 보스먼 티그(Taylor Bosman Teague)는 "앞날은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 나는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포기할 수 없다"며 토너와 모이스처라이저를 언박싱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K-뷰티는 재미있고 트렌디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며 "재고가 떨어지면 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추가 구매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관리 전문가인 롭 핸드필드(Rob Handfield)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는 "일부 미국인들이 관세 발효에 앞서 수입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정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크지 않지만, 미국 시장 내 입지를 지속적으로 확대·유지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관세 인상 자체보다 시장 내 포지셔닝과 전략 변화가 더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원장은 "앞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인디 브랜드들은 품질관리와 브랜드 신뢰 유지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안전성, 투명성, 공정성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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