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항체시대" FDA 지난해 항체 신약 총 13건 승인㊤
암·염증성 질환 넘어 면역·감염·희귀질환까지 폭넓게 적용 범위 확장 중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2-28 06:00   수정 2025.03.04 17:46
FDA가 지난해 단일클론항체 신약 10건, 이중특이항체 신약 3건을 승인했다.©DALL-E

항체 신약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잇따라 항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며, 그야말로 항체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FDA는 지난해 총 50건의 신약을 승인했다. 이 중 저분자(케미컬) 다음으로 항체 기반 신약 승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단일클론항체(mAb)가 10건(20%)으로 가장 많았고, 이중특이항체(BsAb) 3건(6%)이 승인되면서 항체 신약이 총 13건(26%) 승인됐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6건이 항암제(Oncology)로 개발됐다. 이어 면역학(Immunology) 3건, 혈액질환(Hematology) 3건, 신경과학(Neuroscience) 1건으로 나타났다.

항체 외에는 저분자(Small Molecule) 29건(58%), 재조합단백질(rProtein) 3건(6%), 진단(Diagnostics) 2건(4%), 펩타이드(Peptide) 1건(2%), 기타(Others) 2건(4%)이 FDA 승인을 얻었다.

일라이 릴리가 항체 신약을 2건 승인받으며, 비만 치료제와 더불어 강력한 항체 치료제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키순라(Kisunla)'를 승인받았다. 키순라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 기반 신약이다.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기전을 나타낸다.

또한 일라이 릴리는 인터루킨-13(IL-13)을 타깃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 기반 신약 '엡글리스(Ebglyss)'을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IL-13은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염증 인자로, 엡글리스는 이를 차단해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인다.

항체 신약을 승인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연 매출 수십조원을 기록하는 글로벌 빅파마였다. 자임웍스(Zymeworks), 체크포인트 테라퓨틱스(Checkpoint Therapeutics), 메루스(Merus)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연 매출 1억 달러(약 1448억원) 이상, 최대 600억 달러(약 86조91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빅파마였다.

지난해 약 334억 달러(약 48조3799억원)의 매출을 올린 암젠은 이중특이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임델트라(Imdelltra)'을 승인받았다. 임델트라는 DLL3와 CD3 T세포를 타깃으로 하며, 소세포폐암(SCLC) 치료제로 개발됐다. DLL3는 소세포폐암 세포에서 높은 발현율을 보이며, 임델트라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소세포폐암은 빠른 진행과 높은 전이율로 인해 5년 생존율이 매우 낮다. 임델트라는 T세포 리디렉션(T-cell redirection)기전을 활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기존 화학요법 대비 더 강력한 항암 효과와 지속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화이자, 노보 노디스크, 아스텔라스, 베이진 등 연 매출 수십조원 규모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항체 신약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추가했다.

2024년 FDA 승인 신약 중 항체 기반 신약 목록.©국가신약개발사업단, 약업신문

업계 전문가들은 항체 전성시대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항체 치료제의 작용기전 강점 △높은 시장성과 다수의 성공 사례 △적응증 확대를 꼽았다.

항체 치료제는 표적에 대한 정밀한 결합 특이성(Specificity)을 가지는 강점을 지닌다. 병인 단백질이나 세포 표면 항원을 선택적으로 인식해 높은 친화도로 결합한다. 이는 저분자 약물에 비해 불필요한 오프-타깃 작용이 적어 부작용 발생률이 낮다.

또한 항체 치료제의 정밀 표적화 능력은 종양 세포의 표면 단백질이나 면역계 신호 분자 등 저분자화합물로 공략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표적을 효과적으로 저해하거나 조절할 수 있다. 실제 여러 항체 치료제는 암과 자가면역질환 같은 복잡한 질환에서 뛰어난 임상 효과를 입증했다. 이렇게 축적된 성공 사례는 업계의 항체 치료제에 대한 신뢰를 높여 지속적인 개발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항체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ADC(항체약물접합체)와 같은 새로운 기전을 갖춘 혁신적인 항체 기반 신약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항체 치료제가 다수 승인되는 데에는 시장 성공과 높은 수요도 큰 역할을 했다. 다수의 항체 치료제는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는 연간 매출이 수십조원에 달할 정도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대형 시장을 형성한 항체 치료제들은 해당 적응증에서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으며, 기업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빅파마들은 항체 신약 연구개발에 보다 적극 투자하며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또한 TNF-α 억제제나 면역관문억제제처럼 한 번 승인된 항체 치료제는 장기간 시장을 선도하는 특징이 있다. 기업들은 항체 신약을 높은 투자 수익률이 기대되는 분야로 평가하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다양한 질병을 타깃할 수 있고, 적응증 확장도 가능하다. 초기에는 주로 암과 염증성 질환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현재는 면역 질환부터 감염병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분야에서는 PD-1/PD-L1 및 CTLA-4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들이 등장해 난치성 암에서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키트루다와 ‘옵디보(Opdivo)’는 여러 고형암에서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키며 적응증을 확장해 암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자가면역 및 염증 질환에서도 항체 치료제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휴미라, ‘엔브렐(Enbrel)’과 같은 TNF-α 억제제는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에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염증성 질환의 표준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스텔라라(Stelara)’, ‘듀피젠트(Dupixent)’와 같은 인터루킨(IL-17, IL-23, IL-4/13)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도 건선,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의 치료에 혁신을 가져왔다.

이 외에도 항체 기반 치료제는 희귀질환과 감염병 등 다양한 질병과 적응증으로 확대되며,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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