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당뇨병치료제'와 '비만치료제'가 꼽힌다. 대웅제약의 당뇨병 신약 출시부터 수백개의 제네릭이 쏟아지면서 국내 당뇨병치료제 시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여기에 의약품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비만치료제 파급력도 상당했다.
대웅제약은 당뇨병치료제 '엔블로정'을 지난 5월 1일 출시했다. 엔블로정은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SGLT-2(sodium glucose cotransporter 2) 억제제 계열의 국내 36호 신약이다. 엔블로정은 기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치료제 대비 30분의 1 이하 함량인 0.3mg만으로도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특히 인슐린을 조절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설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다른 약제와 병용 시 효과적인 게 특징이다.
이러한 엔블로정의 우수성은 매출과 병의원 입성 성과로 이어졌다. 엔블로정은 출시 3개월만에 전국 주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 40여개 병원의 약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며 처방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국내 전역을 넘어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 글로벌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웅제약은 엔블로정에 메트포르민을 함유한 복합제 '엔블로멧'도 지난 11월 출시하며, 엔블로 품목으로만 3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당뇨병치료제 제네릭도 대거 출시됐다. SGLT-2 억제제 계열 '다파글리플로진'과 DPP-4 억제제 계열 '시타글립틴'의 특허가 지난 9월 최종 만료됐다. 이에 따라 이 성분들의 단일제와 이 성분들과 다른 당뇨병치료제 및 고혈압치료제의 성분들이 조합된 다양한 복합제가 400여 품목이 넘게 허가됐다. 특히 복합제의 품목허가가 많았다. 이는 복합제의 약물 우월성, 경제성, 다중 치료 효과에 따른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지속해서 개정하며 2제, 3제 복합제 급여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최근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4제 병용 처방의 급여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치료제만큼이나 비만치료제 시장도 뜨거웠다. 공교롭게도 이 비만치료제들의 모태는 당뇨병치료제다. ‘GLP-1(Glucagon-like peptide-1)’ 유사체 기반 비만치료제 시장은 역사상 최단 기간 1000억 달러(약 130조5000억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만치료제 돌풍은 엄밀하게 따지면 삭센다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당뇨병치료제 제품명: 오젬픽)’과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당뇨병치료제 제품명: 마운자로)’다. 이 두 회사는 기존 1일 1회 투여해야 하는 용법·용량을 주 1회 투여로 획기적으로 늘렸다. 여기에 강력한 체중감소 효과가 더해지며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일으켰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빠르면 2024년 하반기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대사질환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체중이 감소되는 효과를 확인, 위고비와 젭바운드와 동일한 주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에페글레나타이드도 GLP-1과 관련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호르몬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 효과를 불러온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IND를 제출, 2025년 내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lucagon)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주 1회 투여 비만치료제 'DA-1726'를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유한양행, 대원제약, 라파스, 나이벡, 일동제약, 유한양행, 펩트론, LG화학 등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