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디지털 치료기기(DTx)의 허가가 이뤄지면서,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에 있어 ‘실사용근거’ 확보 위한 환자자기평가결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5일 불면증 치료 앱 ‘솜즈(Somzz)’를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DTx)’로 허가했다. 솜즈는 불면증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 방법 중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단순히 새로운 치료법을 넘어 임상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유효성 평가의 핵심에는 ‘실사용근거(Real World Data, RWD)’가 있다. 실사용근거에는 환자의 일상생활에서 직접 본인의 건강 상태를 보고하는 ‘환자자기평가결과(PRO)’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환자자기평가결과(Patient Reported Outcomes, PRO)란 수집을 위한 전자 임상 솔루션으로, 환자로부터 직접 작성된 결과를 의미한다. 여기서 환자 건강 상태에 대한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은 포함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환자의 주관이 크게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PRO는 높게 평가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환자 중심의 신약개발이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PRO의 가치와 방법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솜즈 역시 임상시험에 사용할 실사용근거 수집을 위해 cubePRO를 비롯한 씨알에스큐브의 통합 임상 솔루션을 활용했다.
씨알에스큐브(CRScube)는 2016년 ‘ePRO(electronic Patient Reported Outcomes)’ 데이터 수집을 위한 환자 중심 솔루션 ‘cubePRO’를 개발했다. 씨알에스큐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임상시험으로 검증된 임상시험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ePRO는 종이 형태로 수집되던 데이터를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전자기기로 수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PRO가 가지고 있던 데이터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ePRO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환자가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분산형 임사시험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식약처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확증임상에 진입한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사 7곳 중 5개의 회사가 씨알에스큐브 솔루션을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씨알에스큐브에의 임상 솔루션을 받고 있는 국내 회사에는 솜즈의 에임메드를 포함해 △뉴냅스 △라이프시맨틱스 △웰트 △메디마인드 △사이넥스 등 총 7곳이다.
씨알에스큐브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ePRO 활용 효용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디지털 치료기기 임상시험 역시 신약 임상시험과 동일한 프로세스를 따르지만, ‘평가’를 위해 병원에 꼭 방문해야 하는 과거 임상시험과는 달리 환자가 집에서 직접 본인의 건강 상태를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cubePRO는 152건의 임상시험에 적용되고 있다”며 “일본, 에스토니아 등 글로벌 임상시험에서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ePRO의 활용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FDA에서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로 승인받은 가상현실(VR) DTx 개발사 AppliedVR은 만성 요통 치료를 위한 VR 소프트웨어 ‘RelieVRx’의 실사용근거 수집을 위해 ePRO 솔루션을 적용했다.
글로벌 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Research & Markets)은 2026년까지 글로벌 ePRO, E-Patient Diaries 및 eCOA 시장이 28억달러(한화 약 3조 698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씨알에스큐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이미 8개 이상의 디지털 치료기기가 승인된 것과는 달리 국내는 엄격한 규제로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솜즈를 기반으로 새로운 의료 기술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와 분산형 임상시험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인식과 관점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다”며 “임상히험 효과 측정 시 환자자기평가결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종이 기반의 PRO는 환자의 응답 시점이나 변경 이력을 확인할 수 없어 데이터 신뢰성이 낮았다”며 “ePRO를 적용하면 작성 날짜 및 시간, 변경 내용 등이 모두 시스템에 기록되고, 알림을 통해 환자는 잊지 않고 설문지를 작성할 수 있어 인적 오류의 위험성은 낮추고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PRO가 임상시험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