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DTx)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의료 기술시대가 열렸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식약처와 제조사는 모든 검토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지난 15일 국내 첫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인 ‘솜즈(Somzz)’의 허가 내용을 담은 브리핑을 진행했다.
솜즈는 에임메드의 제품으로 불면증 증상개선을 위해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는 불면증 치료지침에서 수면제보다 1차로 권고되고 있는 불면증 치료방법이다. 불면증을 지속시키거나 악화시키는 심리적, 행동적, 인지적 요인들에 대한 중재(교정)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솜즈는 환자들에게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면의 효율을 높여 불면증을 개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환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6~9주간 수행하면 된다.
환자들은 솜즈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6~9주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불면증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주기까지 솜즈를 사용하고도 불면증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로 넘어간다.
솜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 개인이 앱스토어를 통해 해당 앱을 다운받을 순 있지만, 사용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동의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에임메드가 솜즈에 대해 국내 임상시험 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 해당 제품의 사용 전과 사용 후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됨이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기기 위원회를 통해 솜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됨에 따라 허가가 이루어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은 디지털 의료기기인 만큼, 인체에 직접 사용하지 않아 안전성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 다만 수면에 관련된 만큼 의료인과 상의를 통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허가까지 심사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이 설명하듯 기존에 허가된 의료기기와 개념이 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국내 최초 품목허가다.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걸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디지털 제품의 유효성을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것이었다”며 “해결을 위해 식약처는 학계, 산업계가 함께한 협의를 통해 불면증 증상 개선에 대한 유효성 평가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치료기기에 있어 현재도 여러 증상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며 “지속적으로 학계, 산업계와 연계해 각 증상에 대해 임상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ADHD와 섭식장애 가이드라인을 동시에 오는 12월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솜즈가 모바일을 활용한 디지털치료기기인 만큼, 보안에 허점이 생기면 환자의 건강과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모바일 기기에서 사이버 정보 보안이 중요한 기술인 만큼, 이번 품목허가에 있어서도 사이버 보안 심사를 완료했다”며 “사이버 보안 문제는 식약처가 면밀하게 보고 있는 요소”라고 답변했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현재 에임메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판매를 고려해 ISMS-P와 더불어 미국의료정보보호법(HIPPA) 규정도 준수 가능한 수준의 보안체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고령의 환자가 사용하기에 있어 제약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에임메드 관계자는 “환자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고려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을 다양화해 해결하려 한다”며 “솜즈를 사용할 때, 환자 개인별 디지털 리터러시를 확인할 수 있는 스크리닝 단계를 거쳐 해당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콘텐츠 제공방식이 자동으로 설정되게 하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고령의 환자들도 보다 쉽게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외에도 연령에 맞춰 변하는 폰트 자동변화, 입력값 최소화(Data의 객관화) 등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임메드는 지속해서 솜즈를 위한 추가적인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회사는 솜즈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으로 ‘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기전 제공’을 꼽았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지금의 솜즈는 수면일기를 통해 환자가 직접 입력한 주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수면제한요법’을 제공하지만, 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기전을 제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불면증 질환을 가진 환자는 연령, 성별, 우울·불안·공황장애 등 질환유무, 수면제 등 약물 복용유무, 근무환경 등 개인별로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스마트워치 및 스마트밴드를 활용해 데이터를 객관화하고, 객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특성을 분석·분류해 환자 특성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기전을 제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소 2~3년의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솜즈와 다른 일반 치료기기의 개발도 진행중이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치료의 영역이 아닌 예방 또는 사후관리에 필요한 디지털치료기기는 꼭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방형 제품이 아니더라도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비 처방용 제품을 동시에 개발함으로서 건강관리 전주기를 포함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가는 이루어 졌지만, 당장의 상용화에는 무리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수가 책정이 남은 것. 보험수가가 책정되기 전까지는 환자들이 지불해야하는 비용도 정해지지 않는다.
채규한 의료기기정책과장은 브리핑에서 “솜즈는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됐기 때문에 복지부를 주관으로 한 건강보험체계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당장의 사용은 어렵다. 관련 내용을 복지부와 협의해 조속히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솜즈가 복지부에서 지정한 3차 상급종합병원을 통해 오는 6월쯤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