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매, 시기적절한 약물 치료 통해 행복한 시간 오래 영위하길”
양희원 교수, “조기 발견이 중요한 치매, 의심 든다면 주저없이 검진 받으세요”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9-26 06:00   수정 2022.09.26 06:01

▲양희원 충남대학병원 정신겅강의학 교수

치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치매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뇌손상으로 인해 기억력 등 여러 인지기능 장애가 생기면서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 할 수 없는 상태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단어다.
 
현재 치매의 가장 큰 특징은 비가역적인 질환이라는 점이다. 즉 치매 발생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치매의 가장 보편적인 3가지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가자 흔하게 발생하는 치매의 유형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대뇌 피질세포의 점진적인 퇴행성 변화로 인해 기억력과 언어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게 되는데, 판단력과 방향 감각이 상실되고 성격에도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결국 자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점차 상실하면서 주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알츠하이며병의 중요한 위험인자에는 ▲나이 ▲전인자 ▲아포지단백 E형 유전자 ▲여성 ▲낮은 교육 수준 ▲뇌 외상 ▲심근경색 등이 있다. 특히 나이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위험인자로, 이미 수 많은 연구를 통해 나이가 들면서 알츠하이머형 치매 유병률이 함께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약업신문은 양희원 충남대학병원 정신겅강의학과 교수를 통해 치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서이번 인터뷰에서는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대해 다루고, 약물치료가 치매 치료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Q. 치매란 어떤 질환인가요?
치매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 손상이 발생해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이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100여 개의 원인 질환이 존재하고 있으며, 가장 흔한 치매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이 꼽힙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매를 알츠하이머형 치매라고 합니다. 
 
또한 치매는 비가역적인 질환으로, 진행될수록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됩니다. 치매가 진행되면 인지기능 능력 저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환자 삶의 질과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치매 중 일부는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비가역적 치매라도 조기에 발견해 약물 치료 등을 시행하면 환자의 좋은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Q. 알츠하이머형 치매란 무엇이며, 전체 치매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어떻게 되나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가장 흔한 치매 유형으로, 전체 치매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앙치매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대한민국 치매현황’에서도 2020년 기준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중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가 약 75.5%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신경독성을 보이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대뇌에 축적되는 것이 중요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대뇌 피질세포의 점진적인 퇴행성 변화로 인해 기억력과 언어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며, 판단력과 방향감각이 상실되고 성격이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Q.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 동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병태 생리가 점차 밝혀지면서 치료제에 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국립보건원의 임상시험정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43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172건의 치매 치료제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2021년 6월 아두카누맙이 FDA 신속 승인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은 이후 간테네루맙, 도나네맙, 레카네맙과 같이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치매 신약 개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는 원인 질환이 매우 다양하고, 그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과 예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여러 약물이 임상에서 실패하고 있고, 따라서 현존하는 치매 약물로 최대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치매 환자의 질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 관심을 두고 있는 치매 연구나 임상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과인산화 타우(Hyperphospohrylated Tau)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생하는 것이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은 편이고, 실제로 많은 연구가 이 원인 물질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국립보건원 자료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알츠하이머형 치매 신약 후보 물질 중 83.2%가 원인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 DMT)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중에서도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계열이 16.8%, 타우 단백질 표적 계열이 10.9%로 나타났습니다. 알츠하이허명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의 진단이 매우 중요한 만큼,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사용과 원인 물질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Q. 치매를 완치할 있는 치료제가 없는 지금, 치매 치료에 있어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치매는 비가역적 질환이기 때문에, 한번 발생하면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또한 아쉽게도 아직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는 최대한 일찍 발견하여 조기의 적극적이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고, 환자가 자신의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의 가장 최선의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치매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약물을 사용하는 약물 치료와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약물 치료가 있습니다. 비약물 치료에는 환경치료, 정신치료, 행동치료 등이 포함되며 인지기능의 회복에도 도움을 주지만 다양한 정신행동증상의 치료에 중점을 둡니다.
 
Q. 치매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치매는 아직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현재 치매 약물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증상 악화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 약물 치료는 최대한 일찍 실시할수록 효과가 좋으며, 조기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 악화를 지연해 치매 환자의 독립성을 연장시킬 수 있어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조기의 약물 치료를 통해 치매 진행을 최대한 늦추고 환자의 기능을 오래 유지시켜야 향후 새로운 치매 치료제가 개발되었을 때 좀 더 많은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에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의 두 종류가 있는데, 연구에 의하면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인지기능이나 행동 증상이 완화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 중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도네페질이며, 현재 임상에서는 에자이의 ‘아리셉트’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Q. 약물치료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치매 약물 치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 증상 악화를 지연시켜 치매 환자의 독립성을 연장시킬 수 있으며, 가족들이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소요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치매를 조기 발견하여 조기 치료를 시작할 경우, 치매 환자의 가족은 향후 8년간 약 7,900시간의 여가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6,300만 원을 더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 치료 시,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은 55%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치매를 방치하고 치료를 늦게 시작하면 돌봄 부담이 증가합니다. 치매 발병 3년 후, 치매를 방치한 경우와 치매 약물 치료를 조기에 실시한 경우 드는 돌봄 부담을 비교해 보면 치료 군에 비해 방치 군의 돌봄 비용이 월 58만 원, 돌봄 시간은 월 2시간 정도 더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Q. 대표적 치매 약물인 도네페질의 주요 임상 결과들은 어떠한지?
도네페질은 임상연구를 통해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 정신행동 증상 및 인지기능 개선 측면에서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2,183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아리셉트와 위약을 투여한 6개 임상 연구 분석 결과, 아리셉트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기본 및 도구적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시켰으며, △식사 준비(p<0.05), △식사(p<0.01), △여가 및 집안일(p<0.01), △위생(p<0.01), △옷 입기(p<0.01) 등 5개 영역에서 유의한 개선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중등도 및 중증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에서도 유의한 개선이 확인된 치료제입니다. 기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중등도 및 중증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아리셉트와 위약을 각각 투여한 결과, 아리셉트 투여군에서 위약군 대비 이상행동의 유의한 개선이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Q. 도네페질은 주로 어떤 환자에게 처방되나요? 중증도에 따라 차이가 있나요?
도네페질 중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아리셉트’는 하루 한 번만 복용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복용해야 하는 약물 개수가 많고 시간에 맞춰 약을 복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께 많이 처방합니다.
 
도네페질은 효과나 부작용 측면뿐만 아니라 용량도 5mg, 10mg, 23mg으로 다양해 중증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처방할 수 있어 간편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증에서 중등도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다국적 임상시험을 통해, 위약 대비 △아리셉트 5mg 복용 시 (p=0.0021) △아리셉트 10mg 복용 시(p<0.0001) 모두 인지기능이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Q.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있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다른 퇴행성 뇌질환보다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원인이 되는 물질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자의 뇌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타우 축적 특이적 표지자를 통한 뇌영상, 혈액 및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및 인산화 타우 측정을 통한 진단 등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현재까지 아밀로이드 바이오마커 이외에 증명 및 승인되어 실제 임상적으로 적용한 마커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연구자들은 질병의 중증도를 평가하기 위한 뇌활동, 체액 대사산물 변화 측정의 방법 등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 중입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임상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의 조건으로 높은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ty)가 요구됨을 감안했을 때, 향후 진단 개발법에도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후보 바이오마커 및 진단 방식을 조합한 형태로 접근하였을 때, 조기 발견에 대한 해답을 찾는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초기 치매의 특징은 최근 기억의 감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특히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기억을 잊어버리거나,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대화 중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등의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치매 고위험군과 그 가족들이 환자의 변화를 세심히 관찰하고 해당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조기검진을 받길 바랍니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치매 환자를 돌보다 보면 시간이 없거나, 지치거나, 눈에 보이는 질환을 가진 가족 앞에서 어디가 아프다 말하기 미안해서 보호자 분들이 자신의 건강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장기간으로 이루어지며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건강을 잘 관리하셔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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