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항생제 메이커로 손꼽혀 왔던 로슈와 일라이 릴리 등의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이제는 만성질환 치료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美 일리노이州 시카고에서 열렸던 제 43차 항균물질 및 화학요법제에 대한 국제 과학 학술회의에서 지적된 최근 세계 제약업계의 동향이다.
항생제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접는 메이저 제약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새로운 항생제의 출현을 기다리는 열망이 과거 어느 때 보다 높음을 감안할 때 적잖이 우려감을 갖게 하는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항생제 내성은 날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FDA에 보고되고 있는 원내감염증의 20% 정도가 다제내성을 보이는 세균들에 의해 발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 올들어 FDA가 승인한 새로운 항생제는 2종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신제품 항생제가 고갈되어 가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美 휴스턴大 의대 바바라 머레이 교수는 "올들어 허가가 신청된 새로운 항생제 후보신약들이 지난해 보다 10% 정도 감소한 데다 항생제 개발에 뛰어드는 신규 참여업체들도 눈에 띄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美 감염성질환학회의 존 에드워즈 정책국장은 "항생제 연구가 가파른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음은 명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에드워즈 국장은 "그러나 우편물에 의한 탄저균 테러 발발 가능성이나 사스 창궐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었을 당시에도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애를 태웠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은 오늘날 필요성이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뉴욕州 펄 리버에 소재한 와이어스社의 생산공장을 감독하고 있는 스티븐 프로잔은 "빅 메이커들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항생제 연구에 대한 예산배정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프로잔은 "내성증가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항생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과 이익이 크게 감소한다는 치명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마디로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항생제라고 하더라도 내성 때문에 단골고객(?)을 창출하거나, 달러 박스(big earners)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심장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들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대목이라는 것이 프로잔의 설명이다.
매사추세츠州 보스턴 소재 터프츠大 의대에 재직 중인 미생물학자 스튜어트 레비 박사는 "제약업계가 감염성 질환들로부터 눈을 돌리면서 대학에도 여파가 미쳐 미생물학 전공자들의 경우 제약회사에 자리를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레비 박사는 "각종 감염성 질환들은 사회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항생제가 사회의 필수의약품(societal drugs)임을 감안해 항생제 연구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고, 공익 목적의 연구기금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라며 해결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