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서 돌아본 해외 국가들 코로나 방역 정책 어땠나
유럽권, 시민 참여도 낮아…‘사회적 거품’ 도입한 뉴질랜드만이 종식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01-15 06:00   수정 2021.01.15 06:45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전략과 방역 정책 등이 각 국가의 보건시스템과 경제·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최근 발간된 KISTEP InI(Inside and Insight) Vol.35 2021년 신년호에는 이한진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수석연구위원과 문애리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이 기술한 ‘코로나19 시대: 주요 국가들의 대응정책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2020년 경제 선진국(미국, 유럽, 일본)의 GDP(국내총생산)는 7.0% 감소해 전년 대비 8.6%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도국(emerging markets and developing economies) GDP 또한 2.5% 감소로 전년 대비 약 6%가 축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World Bank. 2020).

이에 연구팀은 국가별 조사·분석을 위해 모형을 작성했다. 분석 요소는 국가별 접근방식과 전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활동 및 국제협력 △코로나 감염 현황 지표 △시민·커뮤니티 참여 수준 △공적 의료 및 보건시스템 역량 △국경 봉쇄 및 국내 이동제한 등 5개 분야별로 구분했다.

코로나 감염 현황 지표 : 코로나 감염현황 지표는 국가·지역사회의 감염이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시민과 정보를 공유·소통하며,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모니터링 지표는 1주일 기준 발생사례를 10만 명당 0.5명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동경올림픽 준비 차원으로 여행을 촉진하고 식당 이용과 야구장 입장을 확대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위험에 처해있다.

뉴질랜드는 준비-축소-제한-퇴치로 구분된 4단계 경보계획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 확산을 준비하는 1단계, 지역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 대처하는 2단계,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되는 3단계 및 감염확산이 빠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스웨덴의 방역대책은 시민의 자유와 지자체의 자율방역을 기초로, 50명 이상의 모임과 손씻기, 아프면 집에 머물기, 원거리 교육(distance learning) 등의 기본적인 지침만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기초감염재생산지수(R)(특정 기간 동안 한 감염자가 평균 몇 명의 신규 감염자를 만들어 낼 것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R 지수에 추가해 일주일 동안 10만 명 당 발생률이 얼마인지를 제시하는 지표도 병행하고 있다.

시민·커뮤니티의 참여 수준 : 정부의 방역정책 및 지침에 대한 시민·커뮤니티의 참여도는 아시아 국가와 유럽 국가 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집회 금지 등의 정부 방역지침과 시행조치에도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 참여도는 낮다.

더욱이 스웨덴 정부는 노-마스크(No face masks)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또 재택근무, 고령자 자가 격리, 50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을 제외하면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이동 제한 및 봉쇄 전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사회적 거품(social bubble)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매우 효과적인 방역 성과를 도출했다. 이는 뉴질랜드가 2020년 6월 9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전면 해제를 선언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캐나다, 벨기에, 독일, 영국 등에서도 사회적 거품을 벤치마킹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최소 1미터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을 실시했지만 마스크 쓰기에 대한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정부와 시민 간 논쟁이 제기돼 방역정책의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

독일은 초기 방역 대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접촉 금지령(2020. 3. 23.) 발령 이후 사람 간 1.5미터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시행하는 등 신속한 대응으로 유럽 국가 중에서는 모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州)마다 다른 방역대책으로 시민들의 피로와 혼선을 발생시켰고, 최근 2차 대유행으로 방역 대응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자가 격리(self-isolation), 3Cs(closed spaces, crowded places, close contact) 회피 등을 통해 코로나 확산과 차단을 실행하고 있다.

공공보건 및 의료시스템 현황 : 공공보건(public-health) 시스템은 감염병 발생 사례 발견과 진단, 확진자 격리 및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은 추적하는 감시 시스템(surveillance system)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감염진단과 접촉자 추적시스템도 아시아와 유럽 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확진자 대부분을 병원에서 격리·치료하고 있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중증 환자들을 병원에서 치료하고 증상이 경미한 확진자는 집에 머물면서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중증 환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병원에서 치료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한국식 추적시스템은 코로나의 빠른 전파를 조기에 통제할 수 있었던 중요 요인이지만,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통제하는 등 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도 국내외에서 제기된 바 있다. 독일이 K-방역 중 추적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이유 또한 독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경 봉쇄 및 국내 이동 제한 :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방역조치를 해제한(2020. 6. 8.) 뉴질랜드와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대부분이 발생 초기부터 국경을 봉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럽 국가들은 발생 초기 국경 봉쇄에 매우 미온적이었다. 3~4월 경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유럽이 세계 중심의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자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유럽 국가들도 국경 봉쇄를 실시했다.

초기에 확진자가 급증했던 이탈리아는 약 70일 간의 전면 봉쇄를 거친 후 감염자·사망자 수가 급감하고, 코로나 방역 모범국가로 변화했다. 이후 유럽지역에서 감염 발생사례가 감소하면서(6~7월) 국경봉쇄 및 지역이동 제한을 완화했다. 하지만 10월부터 하루에 약 2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2차 대유행이 확산되며 프랑스, 독일, 영국이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한국과 일본은 국경을 오고 가는 여행객들에게 진단 검사와 14일간의 격리(quarantine)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활동 및 국제협력 : 일본 정부는 1,444억 엔의 코로나 관련 예산 중 1,094억 엔(75.7%)을 국립의료연구개발기구(AMED)에 배정했다. AMED를 선두로 효과적 진단방안과 진단기기 개발, 전염병·병리학 연구, 백신 개발, 국제협력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G7 과학 분야 리더 회의에도 참여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의료연구협의회(MRC)도 연구기간 연장 프로그램(COVID-19 grant extention allocation)을 통해 연구 재원과 연구 기간 연장을 보장하고 있으며 기존의 신속대응연구(Rapid response rolling) 대신 코로나19를 위한 회복과 학습 프로그램(revering and learning)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정신적 영향에 미치는 사회적·심리적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독일연구협회(DFG)는 지난 8월 COVID-19 Focus Funding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DFG의 팬데믹 관련 학제 간 연구위원회가 선정한 주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 질병통제센터(RKI)는 질병 예방을 위한 국제내트워크의 중심(hub)으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및 라틴아메리카 등 60개국 이상 국가들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연구지원과 조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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