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의료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새로운 항생제의 출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지난 35년여 동안 세계 제약시장에는 한가지 계열의 신규 항생제, 단일품목으로는 화이자社의 '자이복스'(Zyvox) 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블록버스터급 항생제의 발매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매년 수많은 환자들이 결핵에서부터 포도구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물내성 균주들로 인해 생명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페니실린조차 전체 폐렴 연쇄구균의 3분의 1 정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쓸모없는 약물로 전락했을 정도다. 폐렴 연쇄구균은 폐렴, 뇌막염, 중이염 등의 원인균.
그리고 이처럼 강한 내성을 나타내는 각종 감염증을 치유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만도 매년 300억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다.
화이자社의 행크 A. 맥키넬 회장은 "오늘날 세계는 다양한 항생제들의 존재로 인해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의 항생제들은 다른 한편으로 심장박동의 변화, 간독성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신약개발 담당부회장 피터 굿펠로우 박사는 "항생제들은 항균작용을 나타내기 위해 혈중에서 다른 약물들 보다 1,000배 이상의 고농도로 존재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관계로 부작용을 적잖이 수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글락소는 '오구멘틴'을 대체할 새로운 항생제를 내놓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벤티스社의 경우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가 FDA로부터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유일한 메이저 제약기업으로 꼽히고 있으나, 2년 이상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번스타인 증권社의 캐서린 J. 아놀드 애널리스트는 "아벤티스가 개발 중인 새로운 항생제가 2만,400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 시험을 마쳤음에도 불구, 여전히 간과 심장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이 같은 장애물에 직면하자 많은 메이저 제약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을 소규모 바이오테크 업체들에게 떠맡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surrendered)
美 캘리포니아州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진소프트 파마슈티컬스社(GeneSoft)가 한국의 LG생명과학과 손잡고 개발에 성공해 지난 4월 FDA의 허가를 취득한 '팩티브'는 한 예.
'씨프로'와 마찬가지로 퀴놀론系에 속하는 '팩티브'는 하기도 감염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항생제이다.
매사추세츠州에 소재한 큐비스트 파마슈티컬스社(Cubist)는 원내감염성 피부 감염증에 사용될 항생제 '사이데킨'(Cidecin)의 허가 취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항생제는 일라이 릴리社가 마케팅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WR 햄브렉트 증권社의 제이슨 캔터 애널리스트는 "큐비스트의 매출액이 오는 2007년에야 2억4,500만달러 정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 블록버스터 레벨과는 거리감이 없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밖에 인터뮨社(Intermune)도 주사제 타입의 항생제에 대한 개발 후기단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신제품들이 대체로 기존의 존재하는 항생제들의 개량제형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진소프트社의 경우 개발과정에서 기존의 구형(舊型) 항생제들이 주목하지 못했던 유전자쪽에 주목했던 결과로 조기 임상시험 진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진소프트社의 공동설립자인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피터 더번 교수는 'DNA-나노바인더'(DNA-nanobinders) 기술을 개발한 장본인. 이 첨단기술은 미세한 분자물질들을 세균들이 지니고 있는 DNA 내부의 다양한 부위에 결합시켜 자살을 유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진소프트社는 국방省 산하의 첨단방위프로젝트연구소(Darpa)로부터 2,100만달러의 연구기금을 제공받았다. Darpa측이 생화학테러에 대비할 수 있는 나노바인더 정제의 개발에 많은 관심을 표시해 왔기 때문.
그러나 항생제의 개발이 단시일 내에 가능할 만큼 손쉬운 R&D축에 끼지 못하는 데다 이를 개발 중인 메이커들도 영세한 업체들 위주임을 감안할 때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진소프트社의 게리 패토우 회장도 "우리가 '팩티브'의 허가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가능성을 타진했던 글락소가 손을 떼었던 결과로 얻어진 것이어서 일종의 우연의 산물인 셈"이라고 말했다. 원래 패토우 회장은 글락소에 재직했던 감염성 질환 전문가이다.
그는 '팩티브'의 마케팅 파트너로 메이저 제약기업과 손잡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 주요 최신 항생제 현황
제 품 명 | 회 사 명 | 매 출 액 | 내성범위 / 작용균 |
씨프로 | 바이엘 | 17억달러 | 32% / 녹농균 |
지스로맥스 | 화이자 | 15억달러 | 31% / 폐렴 연쇄구균 |
비악신 | 애보트 | 11억달러 | 31% / 폐렴 연쇄구균 |
자이복스 | 화이자 | 2억달러 |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일부 내성사례 확인 |
※ 매출액=2002년 실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