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 2차 총파업이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역시 업무개시명령·면허 정지 등의 강력 대응을 진행하고 있어 대치 구도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의협, 4대 정책 철회까지 ‘무기한 파업’ 의지 강력 내세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26일 2차 총파업에 돌입, 전공의·전임의까지 참여해 모든 지역 의사들이 집단 휴진 및 진료 거부, 심지어는 사직서 릴레이를 단행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의 담합에서 여전히 ‘정책 철회’라는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
서울대병원, 고대 구로병원 등 병원 앞에서 이어진 대학병원 의사들의 현장 1인 시위 말고도 전남의사회 이필수 회장, 의협 변성윤 기획자문위원 등 대표들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릴레이 시위로 강력히 정책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27일 대회원 서신을 발송하고 “이제는 공공재라는 자조적인 표현까지 써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의사의 삶은 면허를 취득한 이후부터 통제와 관리 대상”이라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의협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전공의·전임의 등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점과, 의협 임시회관 현장조사를 시작한 것에 대해 “우리의 집단행동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담합행위가 아니다”며 “대한민국 보건의료행정 자체가 부당거래인데, 정작 우리에게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정부 앞에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27일 1만6000여명의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전공의들은 이날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전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불응하고 파업을 유지했다. 또 항의의 표시로 전날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동안 외부와 연락을 일절 차단하는 제 4차 단체행동 '블랙아웃' 행사도 병행했다. 파업 사흘째인 28일에는 24시간 동안 블랙아웃하는 제6차 젊은의사 단체행동도 예고하고 나섰다.
여기서 문제는 계속 우려되던 ‘의료 공백’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평소 수술 건수의 절반 정도만 소화하고 있고, 서울성모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도 수술을 30%가량 줄였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전체 의사 1천800여명 중 전공의 500여명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했고, 전임의 300여명 중 절반 정도가 업무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충분히 양보했다”…압박 대응 조치 밝혀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27일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의대정원 확대 등과 관련된 정책 추진을 유보에서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협과의 타협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속 응급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료공백을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26일 수도권의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정부는 20개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집중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전공의 가운데 휴진한 358명에 대해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불이행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의사 면허 정지 또는 취소와 같은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역시 비판할 점이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4대 정책이 일방적이며, 특히 공공의대 확대가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는 것.
실제로 ‘이미 일부 지역에 공공의대 부지가 확정돼 토지 보상이 40% 가량 이뤄졌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공공 의대를 바라는 지역에서는 법이 통과되면 빨리 설립하기 위해 진행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하지만 공공의대 부분은 일단 법이 통과가 돼야 그 이후 설계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법 통과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향후 지속될 파업에 대해 정부는 “가능한 한 이 문제는 대화와 협의에 의해서 해결할 문제이지, 집단휴진이라고 하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식이나 법적 처벌을 통해서 이 문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화는 계속 시도할 것이며, 지금이라도 저희가 제안드린 것처럼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충분히 정책협의를 하면서 이후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함께 논의하며 가기를 촉구하는 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