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실질적 예방관리 위해 인사권·예산권 독립 필수"
이재갑 교수 분석…권역 지방청 신설·역학조사원 신설 등도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6-09 14:31   수정 2020.06.09 23:33
질병관리청 승격 논의에서 질병 예방관리의 실질적 기능을 위해 인사권·예산권을 독립시키고, 지역 연계를 위해 권역 지방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됐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감염내과)는 9일 국회도서관에서 신현영 의원 주최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토론회에서 발제로 질병관리본부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이재갑 교수는 최근 국민청원 등을 통해 지난 3일 발표된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 승격 등 내용의 행정안전부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주목받았는데, 이날 토론회에서 행안부안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문제와 쟁점사항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행안부(안)과 관련 "보건기능을 관리할 제2차관의 신설이 보건기능의 강화를 이룰 수는 있을 수 있으나 질병관리청장(차관급)과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며 "예산권과 인사권에 독립성을 보장할 뿐이지 감염병, 만성병 정책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으로 이관과 관련한 언급이 없어 현재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보건복지부 관계와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책과 예산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구조는 예산권의 독립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복지부의 보건정책기능 중 감염병정책기능을 강화하거나 감염병 정책기능을 질
병관리본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은 현재 질본의 기능과 연관된 연구를 중심으로 매칭해 업무를 추진 중인데, 미국 NIH처럼 보건의료 R&D 전체를 관장하는 구조로 갈 필요는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의 이관은 질본의 연구기능 뿐 아니라 정책기능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까지 보건복지부 산하로 가게 되면 질본 내 새로운 연구조직을 구성해야 하는데 중복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고, 질본 연구기능이 명목상의 작은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고 할지라도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반드시 질병관리청 산하에 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방조직 쟁점으로는 "행안부 안에서 권역 질병대응센터로 제시돼 질병청의 '국' 수준의 조직이 지방에 파견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방정부의 감염병 조직과 협력할 수 있는 수준의 '지방청' 수준의 격상이 필요하다"며 "가능하다면 지방정부 소속인 보건소의 업무 중 감염병과 만성병 관련 업무는 지방청의 통활하에 두는 것이 업무수행에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이재갑 교수는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기대하는 질병청 승격 방향을 제시했다.

제안에 따르면, 질병청의 거버넌스 확립을 위해 복지부 보건정책실의 감염병 정책기능을 강화하거나 감염병 정책기능을 질병청으로 이관하고, 질병관리청장과 2차관에 대한 명확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또한 예산과 인사권의 독립이 필요하며 질병관리청의 자체 인력이 성장할 때까지 일부 국장과 과장은 경력직으로 뽑거나 2-3년의 개방형직위를 고려할 필요도 있으며, 보건과 복지의 기능을 나누는 보건부의 설립이나 질병관리처의 신설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연구조직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청 역할 수행을 위한 R&D 산실로 거듭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질병청으로부터의 독립도 고려할 수 있다.

여기에 반드시 역학조사원을 신설해 역학조사관의 체계적인 양성과 고도화된 역학조사 수행을 추진하고, 질병정책연구원 설립으로 공중보건 관련 정책 등 질병 예방관리를 위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질병청 지방조직의 강화를 위한 노력도 제시됐다.

권역 질병관리지방청을 신설하고, 권역 지청은 지방정부와 협력을 통하여 지자체의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고, 지방정부에는 서울시가 계획중인 감염병연구센터와 같은 자체 감염병 대응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정부 소속인 보건소의 업무 중 감염병 대응과 만성병 관리는 권역 지방청의 관리하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재난에서의 위기대응 능력 배양을 위해서는 중수본과 방대본의 통합운영 또는 대등한 관계에서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각 단계 이상에서는 총리 주관의 중대본을 결성해 질병청의 통합된 중수본을 범부처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돼야 하고, 역학조사원을 통해 신속하고 과학적인 역학조사를 시행하도록 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담당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감염병 위기 분석과 예측에 대한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재갑 교수는 "질병청 독립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 연구, 지방행정조직을 아우르는 정책과 시행, 연구와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라며 "인사권과 예산권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기능의 이양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강화된 질병청의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강력하고 효율적인 기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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