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약기업들이 차세대 비만치료용 처방약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제약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줄잡아 100여종에 달하는 각종 체중감소제들이 최소한 연구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형 또한 칼로리를 연소시키는 약물에서부터 식욕을 조절하는 뇌내 케미컬에 작용하는 약물, 포만감을 촉진하는 약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전의 체중감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한 식욕억제제와 심혈관계 부작용 유발 관련성이 보도되었던 데다 지난 1997년 펜플루라민과 덱스펜플루라민 등이 심장판막 부작용 문제로 회수조치된 전례가 있음을 감안할 때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 중에 있는 비만치료제들 대부분이 실제로 발매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개발에 성공할 일부 약물들도 시장에 출현하기까지는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제약기업측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도해 볼만 가치가 있는 도박(it's worth the gamble)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에서만 잠재적 환자수가 총 5,400만명에 달하리라 추정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스社에서 신약개발 담당부회장으로 재직 중인 존 마라가노는 "비만치료제가 장차 가장 볼륨이 큰 시장을 형성하리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애보트社와 공동으로 비만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비만치료제 개발에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불구, 정작 시장에 나와 있는 처방용 약물은 식욕조절에 관여하는 뇌내 케미컬에 작용하는 약물인 '메리디아'와 지방의 체내흡수를 억제하는 '제니칼' 등 몇 개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4~6개월에 걸쳐 전체 체중의 5~10%를 감소시키는 기전의 약물들.
많은 전문가들은 특히 비만치료제들이 체중과 관련이 있는 성인병들인 당뇨병·심장질환·관절염 등의 발생률을 낮춰줄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래에는 비만치료제가 더 많이 처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도 여기에 한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10~20파운드 정도를 감량하려는 이들에게도 비만치료제가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최근 터프츠大 약물개발센터는 오늘날 처방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8억2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수치를 공개한 바 있다.
이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데 적잖은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 이른바 '펜-펜' 약물과 관련한 논란에서 알 수 있듯, 비만치료제의 복용을 꺼리는 이들이 없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들이 대부분 의료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데다 일부 환자들의 경우 비만치료제 복용을 통해 기적(miracle)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는 현실 등도 이 같은 우려에 한층 무게를 실어주는 요인들로 꼽히고 있다.
페닝튼 바이오메디컬 리서치센터에서 임상비만 담당자로 일하는 조지 브레이 박사는 "체중을 4~5%만 줄이더라도 당뇨병 발병률 등을 적잖이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체중감소제의 효용성을 옹호했다.
펜실베이니아大 의대 체중·식욕장애 프로그램 책임자로 재직 중인 토마스 워든 박사는 "전체 미국 인구의 25~30%가 체중감소제를 사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비만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체중감소제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